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시즌2)
83화. 실언

sophie97
2026.10.06조회수 30
기분 좋은 토요일 오후를 보냈지만,
훈지 씨와의 통화 때문에
결국 기분이 상한 채 집으로 돌아왔다.
우선 외출복을 갈아 입고
청소를 시작했다.
근처 마트에 가서 장도 보고,
산책도 할 겸 집을 나섰다.
'내가 어머니한테 다음부터는
그러시지 말라고 말했어야 했나?
그런데 그렇게 함께 어머니 지인을
만날 기회가 또 언제 있다고...
너무 오버하는 거 아닌가?'
생각할수록 마음이 복잡했다.
내가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
뭘 잘못했는지도 알 수 없었다.
훈지 씨 기분이
나쁠 수 있다는 건 이해하지만,
이게 화를 낼 일인가도 잘 모르겠다.
내 설명을 들으면 이해할 수 있는 일인데
무조건 흥분부터 하는 게 기분이 상했다.
어쨋든 나로 인해 기분이 상한 거라
잘 풀어주고 싶었다.
그가 좋아하는 과일과 고기,
저녁꺼리로 월남쌈 재료들을 사서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하니
아직 훈지 씨는 돌아오지 않았다.
몇시에 들어오는지 궁금했지만
전화해서 물어보고 싶지 않았다.
나는 혼자서 월남쌈 재료들을 다듬고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8시가 다 되도록
훈지 씨는 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저녁을 혼자 먹기는 싫어서
냉장고에 모두 넣어 놓았다.
그 때
전화가 울렸다.
"정아야~ 나 너희 아파트 근처인데
집에 있으면 잠깐 나올 수 있어?"
"오빠. 이 근처에는 웬 일이야?"
"음. 혼자 드라이브 나왔다가
네 생각이 나서 이 근처로 왔어."
"내려갈께. 정문 앞에서 봐."
나는 정문 앞에 세워진
차 쪽으로 향했다.
"잠깐 차 마시고 갈거면
주차해. 오빠."
"저녁 먹었어? 정아야?"
"아니."
"나도 아직 못 먹었는데 잘 됐다.
그럼 같이 저녁이나 먹을까?"
"오빠는 지금까지 왜 안 먹고?"
"운동하러 늦게 나왔더니 그렇게 됐어."
"저녁은 어디 가서 먹게?
이 근처에서 먹을까,
아니면 차 타고 나갈까?"
"이 근처에 내가 좋아하는 베트남 식당 있는데
거기 갈까? 차는 타고 가야 돼."
"그래... 그럼 거기로 가."
저녁을 먹는 내내
내가 시무룩해 보였는지
원희 오빠가 내 눈치를 봤다.
"정아야...
오늘 어머니랑 쇼핑했다고 들었는데
혹시 무슨 일 있었어?
아니면 다른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어?"
"왜? 내가 기분이 안 좋아 보여?"
"글쎄...좀 다운돼 보이는 것 같아서..."
"별일은 아니구...
아까 백화점에서 어머니 지인분을
우연히 만났어.
그런데 어머니가 나를 예비 며느리라고
소개를 하셨어.
그 분이 평소에 어머니한테 며느리랑
친하게 지낸다고 자랑을 많이 하셨대."
그 때 휴대폰 메시지 알람이 울렸다.
[정아 씨. 어디 갔어요?
이 시간에 왜 집에 없어요?]
나는 우선 메시지에 답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샘나셔서 그 분한테
나를 예비며느리라고 소개하셨나봐.
그런데 우리를 훈지 씨 누님이
우연히 보셨는지
훈지 씨한테 이야기를 전하셨어.
그래서 좀 다퉜어..."
"아... 정말? 미안해...
어머니가 괜히 그 말씀은 하셔서..."
"그러실 수 있다고 생각해.
큰 일도 아닌데 뭘.
그런데 별일도 아닌 걸로
훈지 씨가 전화해서 흥분하니까
나도 좀 화가 나더라구."
"어머니한테 조심하시라고 말씀드릴께.
미안해."
"아니야...
어머니가 무슨 큰 실수를 하신 것도 아닌데..."
"그래도 조심하셔야지..
그래서 네 표정이 어두웠구나."
"나이가 어려서 그런 건지,
아니면 원래 성격이 그런 건지...
가끔씩 이런 문제로
나를 피곤하게 해."
"맥주 한 잔 할래?"
"아니야...
아까 이야기를 제대로 못 끝내서
집에 들어가서 마저 해야 돼.
오빠 다 먹었어?
다 먹었으면 이제 나가자."
메시지에 답이 없자
훈지 씨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왜 메시지에 답이 없어요?
지금 어디냐니까?"
"밖이에요.
저녁 먹으러 나왔어요."
"혼자?"
"아니요."
"그럼 누구랑 저녁 먹었어요?"
"집에 가서 얘기해요."
"... 누구랑 먹었길래 말을 못 해요?"
"지금 집에 들어가는 중이에요.
이따 얘기해요."
"원희 오빠 만났어요?"
"네."
"왜 나한테 미리 말 안 했어요?"
"훈지 씨!!
지금 집에 가는 중이라고요.
이따 얘기하자고 했잖아요.
끊어요."
나는 전화를 끊고 나서
짜증이 났다.
'어떻게 매번 누굴 만나는지
본인한테 보고를 해... '
"괜찮아? 정아야?"
"어... 오빠.
우리 맥주 마시러 가자."
"어? 그래 알았어.
너희 집 근처로 가서 주차해 놓고 마시자 그럼."
우리는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동네 술집으로 들어갔다.
그사이 훈지 씨는 계속 전화를 했고,
결국 나는 휴대폰 전원을 꺼버렸다.
2시간쯤 지나고
원희 오빠는 대리기사를 불러 집으로 가고
나도 집으로 돌아왔다.
훈지 씨는 내가 들어오는데도
미동도 없이 거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
침실로 들어가려는 나를 향해
그가 말했다.
"오후에는 원희 오빠 어머니 만나고
저녁 때는 원희 오빠 만나고...
이럴 거면 그 오빠를 다시 만나면 되겠네!!"
나는 침실로 들어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훈지 씨를 돌아봤다.
"그 말 후회 안 할 자신 있어요?"
"누님이 좋아하시겠네요." <84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