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밤/ 연준 범규 팬픽] 숨겨야 할 사람

숨겨야 할 사람 4화

"...그 사람에게 손대는 순간."

연준은 총구를 보스에게 겨눈 채 천천히 방아쇠에 손가락을 올렸다.

"이번엔 내가 당신을 죽입니다."

창고 안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조용해졌다.

보스는 연준을 한참 바라보다 피식 웃음을 흘렸다.

"사람 하나 때문에 날 겨누는 건가."

"..."

"네가?"

연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오히려 확실한 대답이었다.

보스는 손을 들어 조직원들을 말렸다.

"다들 총 내려."

"보스님!"

"내가 내려놓으랬다."

조직원들이 머뭇거리며 총을 내렸다.

보스는 천천히 연준 앞으로 걸어왔다.

"15년."

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울렸다.

"열일곱 살에 들어와 지금까지 내 명령을 단 한 번도 거역하지 않았던 놈이."

보스의 시선이 연준의 총구를 향했다.

"결국 약점이 생겼군."

"약점 아닙니다."

"그럼."

"...지키고 싶은 사람입니다."

순간 공기가 얼어붙었다.

조직원들 사이에서 작은 술렁임이 일었다.

연준이 누군가를 지키겠다고 말한 건 처음이었다.

보스는 짧게 혀를 찼다.

"실망이다."

탕!

총성이 울렸다.

하지만 총알은 연준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퍽.

붉은 피가 검은 셔츠를 순식간에 적셨다.

연준은 신음 한 번 내지 않았다.

"다음은 심장이다."

보스가 차갑게 말했다.

"마지막 기회를 주마."

"그 학생을 데려와."

"그럼 넌 살려주지."

연준은 피가 흐르는 어깨를 움켜쥔 채 희미하게 웃었다.

"...싫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연준은 연막탄 하나를 바닥에 던졌다.

펑!

순식간에 흰 연기가 창고를 가득 메웠다.

"잡아!"

"놓치지 마!"

혼란 속에서 연준은 비밀통로 안으로 몸을 던졌다.

"형!"

문이 열리자마자 범규가 달려왔다.

연준은 한 손으로 벽을 짚은 채 간신히 서 있었다.

"...괜찮아."

"이게 어디가 괜찮아요!"

범규의 손에 피가 묻었다.

생각보다 상처가 깊었다.

"총 맞았잖아요!"

"스쳤어."

"피가 이렇게 나는데 무슨 스친 거예요!"

연준은 아무렇지 않은 척 웃었지만 얼굴은 점점 창백해지고 있었다.

범규는 떨리는 손으로 연준을 부축했다.

"병원 가야 해요."

"못 가."

"왜요?"

"병원 기록만 남아도 끝이야."

범규는 입술을 깨물었다.

맞는 말이었다.

병원에 가는 순간 조직이 위치를 알아낼 수도 있었다.

"그럼..."

"약국."

"네?"

"약국 정도는 괜찮아."

30분 뒤.

범규는 모자를 푹 눌러쓴 채 작은 약국에서 응급처치 용품을 사 들고 돌아왔다.

은신처 문을 열자 연준은 소파에 기대 눈을 감고 있었다.

"...형?"

대답이 없었다.

범규는 다급히 다가갔다.

"형!"

이마를 만져보니 열이 심했다.

총상 때문인지 식은땀까지 흘리고 있었다.

"...진짜 바보."

범규는 연준의 셔츠 단추를 하나씩 풀었다.

붕대를 감으려면 상처를 봐야 했다.

그런데 셔츠를 벗기는 순간 손이 멈췄다.

연준의 몸 곳곳에는 오래된 흉터가 가득했다.

칼에 베인 자국.

총알이 스쳐 지나간 흔적.

불에 덴 듯한 상처까지.

'...얼마나.'

도대체 얼마나 위험한 삶을 살아온 걸까.

범규는 괜히 마음이 먹먹해졌다.

"아프겠다..."

잠든 연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범규는 조심스럽게 상처를 소독했다.

"으..."

잠결에 연준이 미간을 찌푸렸다.

"조금만 참아요."

범규는 상처를 닦아낸 뒤 새 붕대를 천천히 감았다.

손끝이 떨렸다.

혹시라도 더 아프게 할까 봐.

상처를 다 치료하고 일어나려던 순간이었다.

툭.

누군가 손목을 붙잡았다.

"...형?"

잠결이었다.

연준은 눈을 감은 채 범규의 손목을 놓지 않았다.

"가지 마..."

아주 작은 목소리였다.

범규는 놀란 눈으로 연준을 바라봤다.

평소의 차갑고 무표정한 얼굴은 온데간데없었다.

상처와 열 때문인지 어린아이처럼 불안해 보였다.

"...안 가."

범규는 작게 웃으며 침대 옆 바닥에 앉았다.

"그러니까 손 좀 놔줘요."

하지만 연준은 손을 놓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 더 힘을 주었다.

범규는 한숨을 쉬며 그대로 벽에 기대앉았다.

'...이 사람.'

처음엔 무서웠다.

조직원.

살인자.

자신과는 전혀 다른 세상의 사람.

그런데 지금은...

자신을 살리려고 총까지 맞은 사람이었다.

범규는 잠든 연준을 가만히 바라보다 그의 앞머리를 살짝 정리해 주었다.

"...왜 나를 살렸어요."

대답은 없었다.

창밖으로 저녁이 찾아오고 있었다.

그때.

지잉.

연준의 휴대전화가 다시 진동했다.

화면에는 발신인이 표시되지 않은 문자 한 통이 떠 있었다.

〈학생을 넘기면 넌 살려주겠다.〉

그리고 이어진 두 번째 문자.

〈거절하면... 이번엔 학생 부모부터 찾아가겠다.〉

문자를 읽은 범규의 얼굴에서 핏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제 위험한 건 자신만이 아니었다.

범규 팬이 많이 읽은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