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함께 영원히

08_우산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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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운

“안 알려줄거야.”

여주

“진짜 안 알려줄거에요?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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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운

“응. 안 알려줄거야.”

여주

“와, 나쁘다.”

은근 기대했는데…

아직은 아저씨도 말 할 준비가 안 되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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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운

“그리고 말 할지 안 할지는 내 마음이잖아?”

여주

“그건 맞는 말이긴 한데… 상대가 원하면 알려줄 수도 있는 거잖아요.”

여주

“아니, 그게 예의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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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운

“미안하지만 내가 제일 밝히고 싶지 않은 것 중 하나라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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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운

“ 그리고 상대가 싫어해도 계속 조르는 것은 예의가 아니야.”

여주

“와, 끝까지 말 한마디도 안 지는것 봐.”

싫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좋았다.

이 사람이 진짜 빈말 못 하는 존재라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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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운

“이제 볼 건 다 봤지?”

그러고는 다시 손을 잡았다.

이건 두번째라도 도무지 적응이 되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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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운

“눈은… 미리 감아둘래, 겁쟁이?”

여주

“겁쟁이 아니거든요! 아까는 눈이 부셔서 그랬던거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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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운

“그으래? 그럼 바로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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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운

“ 겁먹어도 난 모르는거니까 무섭다고 너무 꼭 붙잡지 말고.”

여주

“누가 그런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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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운

“지금.”

지금....?

나는 당황해서 나와 아저씨가 잡은 손을 봤다.

의도치않게 내 손에 힘이 많이 들어가있었다.

여주

“아, 이건 아저씨가 여기올 때 손 잡는거 보고 혹시 손 놓쳤다가 위험할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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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운

“손 놓치면 위험한 건 맞지만 내가 너 손 놓치는 일은 없을꺼야.”

여주

“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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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운

“곤란해지니까. 나를 위해서라도 그러기 싫어서.”

여주

“뭐, 그 정도면 믿을 만은 하네요.”

여주

“ 알았어요. 겁쟁이 취급 당하는 게 싫은 건 저도 마찬가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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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운

“그럼 진짜 간다.”

그렇게 말하고 아저씨는 눈을 감았다.

눈을 감은 아저씨의 모습은 정말이지 빛이 났다.

그러니까 내 말은, 처음 우리가 이곳에 올 때 처럼 진짜로 빛이 났다는 말이다.

눈부시는 후광을 받은 아저씨의 눈 감은 모습은 정말 대단했다.

사람이 눈을 감은 모습이 이렇게 멋질줄은 몰랐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빛은 다시 사라지고 아저씨는 눈을 떴다.

그바람에 아저씨를 보고 있던 내 모습이 들통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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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운

“너… 나 보고 있었어?”

여주

“그게… 아저씨기 눈을 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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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운

“왜, 눈 감은 거 보고 싶었어?”

여주

“아니요! 전혀 아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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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운

“강한 부정은 긍정이랬는데…”

여주

“…조금 아니에요. 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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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운

“나도 너가 뭘 궁금해하는지는 잘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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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운

“ 너가 눈 감은거 보고 겁쟁이라고 했는데 내가 감길래 그런거지?”

여주

“ㅇ..어떻게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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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운

“옛날에 내가 초능력을 처음으로 할 때에 갈 때랑 올 때랑 왜 다른지 궁금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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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운

“ 내가 궁금했는데 너는 안 궁금하겠어? 그렇게 호기심 많은 인간이?”

여주

“어, 어떻게 알았어요? 나 호기심 많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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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운

“항상 나한테 질문을 퍼붓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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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운

“ 첫날부터 오늘까지 매일 질문했어. 그것도 몇개씩이나.”

여주

“아저씨가 꼬박꼬박 대답을 잘 해줘서 못 느끼고 있었나봐요.”

여주

“항상 제가 질문하면 누구든 너무 말이 많다면서 제대로 답 안 해주는 게 대부분인데…”

여주

“혹시 싫으면 좀 자제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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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운

“아냐, 그럴 필요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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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운

“ 오히려 난 이렇게 말동무가 있어서 좋은걸?”

여주

“평소에 되게 외로우신 가봐요?”

여주

“가장 오래 말해본 사람이 저라고 했잖아요.”

여주

“그럼 친구들도 있지만 오래 말 못 하는 사이라는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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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운

“바쁘기도 하고... 그래서 어색하기도 하고 그래.”

오늘도 그 말을 끝으로 조용해졌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긴 정적이라 불편하긴 했지만 아저씨의 마음이 이해가 갔다.

여주

“아저씨, 저 그럼 먼저 들어갈게요. 갈 때 조심해서 가세요!”

그리고 우리집 지붕 아래로 재빠르게 뛰어갔다.

나는 아저씨와 눈을 맞추며 말했다.

여주

“아, 그리고 오늘 고마웠어요. 우산.. 씌워주신거.”

아직 눈 맞추기는 무리인 것 같다.

아직은.. 얼굴을 똑바로 보는것이 감당이 안 된다.

역시나 오늘도 부끄러워진 나는 걸음이 빨라졌다.

여주

‘근데….우산도 없이 비에 안 젖고 들어오면 엄마가 의심하는 거 아니야?’

다시 밖으로 나가서 아저씨를 불렀다.

여주

“아저씨! 아무래도 이렇게 들어가면 엄마가 의심할 것 같아서요!”

여주

“ 우산 좀 빌려주시면 안 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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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운

“그럼.. 내 우산은..?”

여주

“그건 그냥 초능력쓰세요! 혹시 부족하면 여기서 쉬다 가시거나..”

집 앞 지붕 아래를 가리키며 말하자, 아저씨는 알겠다는 듯 다가와서 우산을 건네주었다.

여주

“그럼 내일 봐요, 아저씨.”

여주

“ 내일도… 데리러 와 주실 수 있죠?”

아저씨는 순간 당황하더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덕분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하지만 나는 그 때는 몰랐다.

그날 집에 들어가고, 엄마와 얘기하고 하는 내 평범한 일상이 오늘까지 인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