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집 모음]
유리파편을 주워봤자 돌아오는 것은 상처뿐인 것을


민윤기,

그의 이름 석자를 침대에 누워 천천히 읇어본다 .

민

윤

기

나의 사랑

민 윤 기

아둔한 내 사람 , 아둔한 내 사람아

아아-당신은 왜 몰라주시나요 ,

당신이 매일 내 가슴에 상처를 새긴다는 것을 ,

난 당신만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

왜 모르시나요

아아-우로한 내사람 , 우로한 내사람아

당신은 언제 뒤돌아봐주실건가요 ,

나를 언제 생각해주실건가요 ,

언제쯤이면 사랑해주실건가요 ,

언제까지나 기다릴수는 없어요 ,

어서 빨리 제게 사랑을 주시아요 ,

외로운 저를 품어주시아요 ,

다른것들은 보지 마시고 저만 봐주시와요

저의 처음이자 마지막 간청이오니 ,

부디 들어주시아요 .

-여주가 지은 시 구절 중-

여주는 자신의 병실에 찾아올리 없는 윤기를 하염없이 기다린다 .

이제 얼마보지 못하는 그사람을 하염없이 기다린다 .

오지 않을 그사람을 하염없이 기다린다 .

여주의 입원 사실조차도 모르는 퇘매한 그사람만을 하염없이 기다린다

오지 않는 그사람을 기다리며 여주가 피폐해져갈때 ,

그사람은 퇴폐적인 분위기 속 유흥을 즐기고 있다 .

병에 의한 고통에 여주가 끅끅거리며 울때

그사람은 자신의 친구들과 끅끅거리며 웃고있다 .

음울한 분위기속에 젖어들어가는 여주와는 상반되게

그는 즐거운 분위기 속에 녹아들어가고 있다 .

그녀가 시한부라는 사실을 모른채 연락이 오지 않는 여주만을 욕하고 있다 .

자신은 여색을 즐기고 있으면서

고통에 파묻혀가는 여주만을 욕하고 있다

하지만 여주를 욕하는 그와 다르게 여주는

굳어가는 몸을 뒤로한채 그사람만을 기다리고 있다

저려오는 몸을 뒤로한채 그사람만을 기다리고 있다 .

여주는 하염없이

밤낮없이

그사람만을 기다렸다 .

입이 굳어가 발음이 어눌해진다고 해도

저려오는 다리때문에 걷지 못한다 해도

그와의 추억이

그와 함께했던 기억이

흐릿해져간다 해도

병세가 점점 심해져 초췌해져가는 자신의 몰골을 걱정하며 그사람만을 기다렸다 .

여주는 기다렸다

하염없이 그사람만을 말이다

민윤기 그사람만을

여주는 죽는 순간까지도 그사람을 위해 시간을 낭비했다 .

매정한 그사람만을 생각하며 편지를 썼다

자신의 가족이 아닌 윤기 그사람만을 위해서

편지를

썼다 .

여주는 떨리는 손으로 겨우겨우 편지를 썼다

그리곤 여주는 연필을 내려놓았다 .

시나브로

여주는 얼음장같이 차갑고 음울한 분위기에서 서서히 눈을 감았다 .

그사람이 내가 죽었단것을 알았을때 적어도 슬퍼해 주기를 빌며 말이다 .

-민윤기 시점-

임여주가 죽었다 .

반년동안

임여주가 시한부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

임여주가 죽은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 .

나의 이름을 부르는 임여주가


임여주
윤기야~

나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임여주가


임여주
사랑해 윤기야

나 때문이 울음을 터트리던 임여주가


임여주
어..어떻게..흐흐흡...그럴수가 있어..흑..흡


너무나도 그리워서

미치도록 그리워서

죽은게 실감나지 않아서

미치도록 실감나지 않아서

나의 행동이 너무나 후회스러워서

미치도록 후회스러워서

더욱더 미안했다 .

그녀가 입은 옷들

그녀의 일기장

살아생전

그녀가 썼던

붓

물감

캔버스

그리고

내가 선물해준 목걸이

나와 찍은 사진들이

나에게 쓴 여주의 마지막 시와 편지와 함께 택배상자 안에 들어있었다 .

편지를 읽으면 더욱더 슬플것 같기에

편지를 꺼내려던 손을 거두었다

문득 여주의 핸드폰 안에 녹음파일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녹음파일을 틀어보았다 .


임여주
윤기야

나는 흐느끼며 답했다 .



민윤기
응...여주..흡....야..


임여주
잘지..내..?



민윤기
아...니..흡...흑


임여주
나 오늘 죽어..그래서 얼굴은 못보지만 이말 한마디는 꼭 하려고..



민윤기
흐으윽..흡..흡..흑..


임여주
사랑해..윤기야 정말 많이 사랑해 나없이 행복하게 잘지내! 사랑해 민윤기!

윤기는 그렇게 하염없이 운다

여주가 죽은것을 실감하지 못한채

이미 깨져버린

유리파편을 자꾸 주으려고 한다

아무리 깨진 유리파편을 수습하려 꽉 쥐어봤자

돌아오는것은 결국 상처뿐인것을 ,

윤기는 가엽게도 그 사실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