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3] 너는 민트향 라벤더 (시즌 2)

EP12. 가지마, 미안해

※이번화도 전지적 작가시점으로 전개됩니다!

해독약을 먹고 잠이 든 여주 그리고 그녀의 앞에서 마른세수를 하며 앉아있는 지민의 표정은 또 다시 일그러졌다

40도 가까이 머물렀던 체온이 내려가고, 호흡이 정상적으로 돌아오는 등 여주의 상태는 많이 호전되었지만 문제는 매섭게 다가올 앞날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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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하아아....."

어쩌다 여주가 JW메디컬 연구소에서 일하게 되었는지, 아니 그보다 도대체 연락두절이었던 두 시간 가량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추리조차 불가능한 의문들에 그의 한숨은 거칠어져만 갔다

'지이이잉! 지잉!'

그의 핸드폰이 책상 위에서 요란하게 진동소리를 내었고 정국일거라 예상한 지민은 여주가 깨지않도록 얼른 전화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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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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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하아....하아...김여주는, 김여주는 어딨어!?"

자정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 밖을 헤매이며 돌아다녔는지 정국의 몰아쉬는 숨소리가 전화너머로 생생히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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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여주 지금 약먹고 자고있어. 넌 대체 나서서 뭘 했는데? 애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뭘했냐고 병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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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하아....말하자면 길어. 만나서 듣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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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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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여주 언제 일어날지 몰라. 일단 석진형부터 불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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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그 형은 왜 부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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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부르라면 불러 등신아. 그 형이 제일 먼저 알아야 할 거 아냐 여주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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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뭐? 김여주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건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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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뭔지도 모르는 약 먹고 숨도 제대로 못쉬는 데다가 온몸이 불덩이였다고! 씨발 니 새끼는 대체..!! 하아....됐어 그만하자"

지민의 두 눈 시울은 아파하던 여주의 모습이 다시 떠오르자 붉개져있었다. 이 이상 말하면 위태롭게 매달려 있는 눈물이 떨어질까봐, 그냥 멍청하게 울어버릴까봐 그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띵동!~'

얼마 지나지 않아 벨소리가 울렸고 지민만큼이나 좋지않은 표정의 석진이 집안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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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또 무슨 멍멍이 같은 상황인거냐"

생각보다 더 심각해보이는 지민의 표정에 그의 눈치를 보던 석진이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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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일단 여주부터 봐줘요. 약...먹었기는한데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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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알았어, 가보자"

야간 수술을 마치고 겨우 눈을 붙이려던 찰나에 정국의 전화를 받고 이곳까지 오게 된 석진이었고 가뜩이나 피곤함이 덕지덕지 묻은 그의 얼굴은 일그러지기까지 하니 저승사자가 따로 없었다

그는 이게 다 무슨 일인거냐고 묻고싶었지만 지민의 말대로 여주상태를 확인하는게 먼저라고 자신을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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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어제는 어땠을지 몰라도 오늘은 다행히 괜찮은것 같아.일단 일어날 때까지 깨우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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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하아....다행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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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대체 무슨 일인건데"

더 이상 답을 갈구하는 자신을 달래지 못하고 석진이 지민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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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나도 답답해요 지금. 무슨 상황인지 나도 잘 모르거든요. 전정국 그 자식도 뭔가 알고있긴 한 것 같은데 자세한 얘기를 못들어서.."

다급한 정국에 덩달아 다급해진 지민이었기에 설명을 더 들을 생각도 못한 그였다. 상황은 분명 발생했고 각자가 알고있는 사실들은 분명 존재했지만 들을 만한 경황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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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우선 전정국이랑 얘기봐야 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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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일단 그럼 난 가볼게. 내일 아침에 수술 하나가 더 잡혀있거든. 수술 끝나고 연락할게. 정국이랑 같이 만나자"

여주의 상태가 무사하다는 것만으로는 안심이 되지않던 석진이 말을 꺼냈고 서로의 정보를 공유해야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던 지민도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날 아침

김여주

"박지민! 정신차려! 오늘 왜 이렇게 멍을 때려"

이런 저런 걱정에 한 숨도 못잔 지민은 식탁 앞에서 젓가락을 들고는 멍하니 앉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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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ㅇ,어!?아..."

어벙벙한 지민에게 얼굴을 들이밀며 요리조리 그의 얼굴을 살피는 여주에 놀란 지민은 입술을 안으로 말아넣으며 튀어나오려는 한숨을 삼켰다

김여주

"어디..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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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아프긴...얼른 밥이나 마저 먹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묻는 여주에게 지민은 아무것도 아니라했지만 당연히 그렇지 않았다. 어제의 일을 묻고싶었지만 물을 수 없어 답답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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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여주야..."

김여주

"응?"

오물거리면서 밥을 먹던 여주를 힐끔거리며 기회를 보던 지민은 최대한 자연스럽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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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오늘 예쁘게 입었네..어디..나가?"

김여주

"아, 내가 말 안했나?ㅎ 오늘부터 JW메디컬로 일하러 가기로 했거든! 대박이지? 그치그치!?"

조심스럽게 묻는 지민과는 달리 여주는 일하러 간다며 해맑게 그에게 웃어보이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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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으응..."

그리도 좋은걸까, 모래폭풍이 부는 그곳이

아마 처음이라 그렇겠지

스무 살이 넘을 때까지도 눈 감은 채 나날을 보내 제대로 된 사회생활은 이번이 처음이니까 설레겠지, 당연한거야

하며 지민은 애써 자신을 위로했다

김여주

"뭐야...반응이 왜 그래 한참 좋아해줘도 모자른데.."

좋아하는 그녀 앞에서 그의 표정이 너무 우울했던 걸까, 아차싶어 지민은 여주를 쳐다보았고 서운함이 그녀의 얼굴을 온통 뒤덮고 있었다

순식간에 다운된 분위기에 침묵까지 더해져 그들 사이엔 어색한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김여주

"...출근시간 늦겠다. 나 먼저 일어날게!"

결국, 밥알을 깨작거리던 여주가 자리에서 일어났고 출근준비를 하며 가방을 챙기기 시작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한손으로 벽을 잡으며 힐을 신는 여주를 바라보고 있자니 지민은 착잡했다. 그녀를 회사에 보내도, 보내지 않아도 모두 그녀의 위험을 자처하는 일이었지만 그럼에도 붙잡고 싶어 속이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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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여주야....안 가면 안돼?"

김여주

"뭐?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뜬금없이 회사를 가지 말라는 지민의 말에 크게 놀란 여주는 되물었다

김여주

"박지민 너 오늘 진짜 이상해 도대체 왜 그러는건데? 응? 나한테 무슨 할 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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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

할 말이 있냐는 여주에 숨이 턱 막히는 듯 한 지민이었다. 가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위험하다고, 제발 자신의 곁에 있어달라고 애원하는 말들이 입밖으로 나오려다 목에 걸려 숨도 제대로 안 쉬어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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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너...아팠잖아. 그것도 바로 어젯밤이고. 하루정도는 안 가면...안돼?"

김여주

"하아...오늘 첫 출근이야. 그리고 다 나은거잖아 이미"

핑계거릴 아무리 뒤적여도 어젯밤의 고열이 전부였고 단호하게 막아서는 여주가 자꾸만 미워지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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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나 너 걱정되니까 하는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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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제발,여주야...제발..."

김여주

"나한텐 이게 처음이자 전부야. 그런데 가지말라고? 미안, 그렇게는 못 할 것 같아 지민아"

김여주

"아니,못해"

김여주

"이번만큼은 나도 평범하게 지낼래. 사람이라는 존재, 너 말고 다른 사람도 한번 믿어보고 일도 하면서 살고...그렇게 말야"

김여주

"나 다녀올게. 걱정 하지마 지민아..."

그렇게 여주는 걱정하지 말라는 말 한마디를 남겨두고 문밖을 나가버렸다

여주의 단호한 말투와 표정은 그녀가 그러는 것이 당연했음에도 지민에게 날이 선 칼처럼 박혔고, 붉은 피가 아닌 투명한 눈물이 때를 기다렸는 듯 겉잡을 수 없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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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크흑....끅..믿을 새끼가...끄흡...끄흑...없는 곳이잖아....거긴...끄흐흑...."

그녀가 사라진 현관앞에 쓰러지듯 주저앉아 이제서야 그녀를 붙잡는 손을 뻗어보고, 가지말라 소리내어 울어봐도 소용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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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미안해...끄흑....큽....내가 너무...너무 미안해 여주..야...끄흡...."

죽기 직전까지의 고통과 죽음, 이 두 개의 선택지에서 지민은 그 어느것도 여주에게 주고싶지않아 이렇게 아파했다

선택, 그 자체가 그에겐 고통이었고 고통의 옆에는 언제나 무력감이 함께했다

넌 지켜보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오늘 밤 다시 아파하며 돌아올 그녀를 기다릴 수 밖에 없다고 지민에게 상기시키듯 무력감은 빈 해독약 통을 손에 꽉 쥔 그의 손아귀를 멤돌고 있었다

모래폭풍이 황량한 사막의 곳곳에 불어닥침에도 저 깊은 땅 속 뿌리 붙잡힌, 민트향 라벤더는 그저 바라보며 하염없이 울고 또 울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