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3] 너는 민트향 라벤더 (시즌 2)
EP7. 네가 좋아. 정말로


※이번화도 전지적 작가시점으로 전개됩니다!

"1230번! 나와, 면회다!!"

급작스러운 면회소식에 창밖의 말라비틀어진 나뭇가지 끝에 두었던 그의 초점이 서서히 자신을 부르는 간수에게로 옮겨졌다

'끼이익!! 쾅!'

곧이어 영원토록 열리지 않을 것 같았던 철문이 제 무게에 걸맞는 소리를 내며 열렸고


김태형
"....."

아무런 소리를 내뱉지 않는 그였지만 사실 한동안 생각하기를 멈췄던 그의 머릿속은 복잡하게 생각을 하는 중이었다

면회라니 여주일까, 아니 여주였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생각이 길고 고요한 복도를 뒤덮을 정도로 치솟고 있었다

어느새 그를 앞서가던 간수가 멈춰섰고 또 하나의 철문이 열리는 순간 그는 알 수 없는 불안감과 긴장감에 휩싸여 두 눈을 꽉 감았다

김여주
"ㅌ,태형아...!!!"

눈을 떠 보이는 사람이 여주가 아니었을 때 혹여라도 밀려오는 실망감에 무너져내릴까 차마 눈을 뜨지 못하고 있던 그의 귓가에 그토록 듣고싶었던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태형
"ㅇ,여주...야"

김여주
"......"

김여주
"너....진짜....흐으....진짜 바보...야....흑...."

태형을 만나기 직전 지민과 울지않기로 했던 약속은 어쩌면 당연히 지켜지지 않았고 지민은 이 사실을 어느정도 예상했다는 듯 부드럽게 여주의 어깨를 쓸어주며 말했다


박지민
"여주야....진정"

김여주
"으흑...끅...얼굴이...저게 뭐..야...흐으.."

많이 상해버린 태형의 얼굴빛에 여주는 더더욱 눈물을 멈추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버렸다. 그의 얼굴을 볼 때마다 느껴지는 그의 고통이 그녀를 죄어왔는지 숨도 못쉬고 흐느끼고 있었다


김태형
"......"

그녀의 울음에 태형의 시야마저 뿌얘져갔지만 그는 마른 입술을 꽉 물며 또 다시 그녀에게 함부로 뻗어나가려는 감정들을 삼켰다

'톡톡'

그녀의 가까이에 놓인 의자에 앉아 아직은 낯설은 수갑을 불편한 듯 움직이더니 손가락을 뻗어 유리창을 톡톡치며 그녀를 불렀다


김태형
"김여주~"

김여주
".....끄흐윽...흑...흡.."


김태형
"...김여주, 이 울보야 그만 좀 울어라! 내가 몇 번을 말해야되는거야~ 넌 울면 못생겨져가지고 안된다니까..!?"

김여주
"ㅁ,뭐어~?"

역시 여주의 눈물을 멈추려던 태형의 작전은 성공적이었다


김태형
"...(피식)"

그녀를 무척이나 잘 알고 있는 그에게 그녀의 눈물 멈추는 방법 하나쯤은 식은 죽 먹기였고 괜스레 씁쓸함이 입안에서 감도는 것 만 같았다


김태형
"김여주...."

김여주
"으응? 왜....할말 있어?"

이제서야 조금 진정이 된 듯 여주는 눈가의 눈물을 닦아내며 말했다


김태형
"너 지금...행복해?"

김여주
"ㅇ,어!?"

갑작스럽게 날라온 태형의 한 마디에 여주의 표정은 괜찮아졌다 싶다가 이내 다시 굳어졌다

그녀가 행복한 건 사실이었지만 지민과의 커다란 행복 뒤에 그 행복만큼 커다랗게 자리잡은 태형에 대한 아픔이 있었다

하지만 여주는 자신의 아픔을 내비추면 이제껏 아파했었던 태형의 모든 나날들의 의미에 구멍이 나버릴까 두려워 그를 향해 환히 웃어주기로 마음먹었다

김여주
"아....응!!ㅎㅎ"


김태형
"그럼 된거네, 소원...드디어 들어줬다"

김여주
"소..원?!"

(8년 전)


김태형
"커흑...컥..!!..하아...하아..."

악마가 시간에 손을 댄 듯 무한히 그의 지옥같은 일상은 반복되고 있었다

"야 병신! 아프냐? 그럼 니 그 잘난 의사새끼 부르지 그래?ㅋㅋㅋㅋ"

학교에서 왕따를 당했던 김태진의 동생, 그 이유 하나만으로 태형 역시 왕따 뱃지를 달아야했으며 태진이 자퇴를 한 이후에 그는 완벽히 태진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그는 무차별적으로 맞고있었지만 작은 반항조차 하지 않았다. 이젠 입안에서 피맛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하리만치 그는 왕따의 삶에 익숙해져있었던 것이었다


김태형
"쿨럭....컥....하아...하아...."

시간이 꽤 지나자 폭행에 무뎌져있던 그의 몸 곳곳에서 한계의 신호를 보냈고 목 깊숙한 곳에서 고인 피가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김태형
"우윽....!!!"


김태형
"하아....하아..."

그는 결국 입안 가득히 차버린 피를 바닥에 뱉어냈고 아프게 뿌려진 붉은색의 핏방울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간격이 나뉘어져 넘어오는 피를 완전히 뱉어낼때까지 원래라면 이어졌어야 할 폭행은 잠잠해져있었다


김태형
"ㅁ,뭐야...."

시선을 돌려보니 일진으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이미 자신을 폭행하던 두 명의 남자를 때려눕힌 상태였다

김여주
"하아....하이고....괜찮냐..?"

역시 여자 혼자 남자들을 상대했던 것이 버거웠는 모양인지 그녀는 숨을 헐떡대며 하얗게 질려버린 태형의 옆에 쓰러지듯 주저앉아 물었다


김태형
"ㄴ,넌..뭐야 대체..!!"

김여주
"나? 김여주잖아....아, 모르나?"


김태형
"....!?"

김여주
"에이, 나 그래도 이 바닥에선 꽤 유명한데...진짜 모르나 보네...몰라서 좋긴 하지만.."


김태형
"그럼...너도..일진..이야??"

태형은 조심스레 여주의 눈치를 보며 물었다

김여주
"....으응..아마도"

그의 물음에 그녀는 씁쓸한 듯 고개를 바닥으로 떨구며 답했다


김태형
"그런데...왜 날 도와준거야? 일진이라며"

김여주
"하아...너까지 그 소리냐. 씨발, 지겹네"

한번 더 정곡을 찌르는 태형의 말에 그녀는 눈물이 고인 채 욕을 내뱉었고 이내 바닥에 들어누웠다

김여주
"...야"


김태형
"ㅇ,응?"

김여주
"일진 때려잡는 일진도...똑같은 일진이라 생각해?"


김태형
"...어? 글쎄, 일진이 좋은 건 아니니ㄲ..."

김여주
"나도..나쁜 거 막는 나쁜 사람 말고 행복한...사람...으흑...흑...그런 사람 할래..."

말을 하던 여주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고 팔로 얼굴을 가린터라 태형은 이야기를 듣다 바닥에 떨어지는 눈물방울에 그녀가 울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김태형
"....내가 그거..들어줄게"

김여주
"뭐...?"



김태형
"행복...하고 싶다며, 그 소원...들어준다고"


김태형
"8년전...그때 그 소원말야..."

김여주
"....!!!!"

'면회시간 곧 종료됩니다!'

그녀가 태형에게 뭐라 대꾸하기도 전에 짧은 면회시간은 끝이 나버렸고 태형은 마치 그걸 노렸다는 듯 그녀와 지민을 보내려했다


김태형
"얼른가봐, 나도 가봐야하거든"

지민에게 눈빛으로 그녀를 부탁했고 지민은 작게 끄덕이며 혼란스러워 하는 여주를 일으켜세웠다


박지민
"가자, 여주야...이제 가야해"


김태형
"....."


김태형
"그 행복...같이하면 좋겠지만, 이것도...나름대로 행복..하니까..."

태형은 지민과 여주의 뒷모습만이 보이는 장면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중얼거렸고

차가운 유리창 위로 입김을 불어가면서 무언가를 천천히 끄적이고 있었다

'네가 좋아. 정말로'

8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그녀의 곁에 머물렀음에도 내뱉지 못한 짧은 한 마디였기에

그는 지금 이 순간 이렇게라도, 그녀가 머물렀던 자리에라도 미련인 척 드러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