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알바생 그녀
ep. 06 손님.. 혹시 저 좋아하세요?( 1 )


어젯밤, 자지도 않고 거실 쇼파에 앉아 생각해본 결과

오늘 편의점에 가서 손님이 오면, 나 좋아하냐고. 아니면 호감이라도 있냐고 물어보려고

사람의 마음은 직접 물어봐야 알 수 있잖아?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기는 해

물어봤는데 그냥 아무 감정 없이 그런거라고 하면 어떡해?

그리고 설상가상으로 아직 손님도 안 오신다구

나 40분 좀 넘게 있으면 집 가는데..

이렇게 집에 가기 싫은 마음이 든 건 처음이야


김여주
일단.. 공부나 하고 있자


김여주
수능까지.. 진짜 얼마 안남았어 반년 좀 넘게? 그정도네

수능이 지금 얼마 안 남았는데 이렇게 태평하게 알바나 하며 손님을 기다리는건.. 정말 어리석은 짓이지만, 알바 안하면 돈을 못 벌고 또 손님의 마음은 궁금한걸 어떡해

예상 문제집을 풀며 복습을 한지 한참이 지났을까

내 머릿속에는

'손님 언제오셔'

이 생각만 맴돌고 있어


김여주
아니!! 공부를 해야지 공부를!!! 이런 생각 할 때가 아냐!! 지금 공부를 한 의미가 없잖아 의미가.

그렇게 혼자 소리지르고 있을 때

띠링-

손님이 오셨어


김여주
ㅇ,안녕하세요

내가 기다리던(?)그 손님이었지


김태형
공부가 잘 안 되나봐요?


김여주
네?


김태형
아니, 혼자 문제집 펼쳐두고 소리지르고 있길래


김여주
아, 아니에요..!

내 얼굴이 붉어지는걸 느꼈어

어디서부터 들은거야..?


김태형
아니면 다행이구요


김태형
이번에 수능보나..?


김여주
아 네 맞아요


김태형
어디 대학교 다니려고요?

이걸 왜 물어보는거지..?싶었지만 그래도 일단 대답은 해주었어


김여주
집이 여기 있어서.. 서울 안에 있는 대학 가고싶긴 한데 성적이 되려나 모르겠어요


김여주
한 00대정도 가면 진짜 좋을 것 같긴 한데..

내 말이 끝나자마자 손님은


김태형
00대학교 진짜 좋은데.. 거기 오시면 진짜 좋겠다

같이 들리는 긴 말을 조그마한 목소리로 재빠르게 말했어

그리고는 얼굴이 붉어지며 뭐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면서 진열장으로 가 애꿎은 라면 봉지만 만지작 거렸어

왜 그런거지?

뭐.. 난 알바생이니까 손님에게 항상 해야하는말,


김여주
찾으시는 물건 있으시면 불러 주세요

를 하고는 다시 예상 문제집을 풀었어

하여튼 그렇게 열심히 공부에 빠져있는데


김태형
여기.. 혹시 아이스크림에 상어바는 없나요..?


김여주
상어바요? 원래 있는데.. 다 나갔나..? 잠시만요,

그렇게 다시 공부를 중단하고 책들을 덮어두고 나가려는데

손님이 내 핸드폰을 흘낏 보더니 말했어


김태형
방탄유리소년단 좋아하시는구나

내 핸드폰에 재생되고 있는 노래를 봤나봐

그런데 그 그룹 노래를 듣는다고 무조건 팬인가..?

난 그러면 거의 모든 아이돌 팬이어야 하는데..ㅋㅋㅋㅋ

그렇게 망상을 펼치며 정리를 마저 하는데 손님이 다시 입을 열었어


김태형
팬이 아니면 수록곡 같은건.. 잘 모르잖아요

우와.. 이거 수록곡인건 어떻게 알았대?

내가 의아하게 쳐다보고 있으니 하는 말은


김태형
팬은 아니고 그냥 아이돌 이런거에 관심이 많아서요

인데 뭔가 되게 부끄럽단 듯이 재빠르게 말했어

왜, 요즘엔 남팬도 많은데


김여주
아 그러시구나..! 이제 아이스크림 찾아드릴게요

난 손님과 아이스크림 냉장고로 가면서 말을 이었어


김여주
보통.. 아이스크림 냉장고에 없으면 다 나간걸로 보시면 되는데..

말을 끝내자마자 손님의 표정이 실망으로 가득 찼어


김여주
어.. 근데!! 어디 파묻혀 있을 수도 있어서 완전 확실히 100%로 다 나갔다고 확신할 순 없어요

이 말을 듣고 손님의 눈이 반달으로 접히고 입은 네모로 변하며 활짝 웃었어


김태형
아, 다행이네요!

상어바가 어지간히도 먹고 싶었나봐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오니 냉장고에 다 도착했어


김여주
음.. 상어바 자리는 메론바 옆에 있는데.. 없네..요..?


김태형
어디 파묻혀 있는 걸 수도 있어요..!


김여주
그러면.. 좀 뒤적뒤적 해 볼까요..?

그렇게 한참 아이스크림이 담긴 냉장고를 뒤적뒤적거리니 아이스크림 사이에서 익숙한 상어 얼굴 모양 아이스크림이 그려진 포장지가 보였어


김여주
손님..! 여기 하나 있었어요! 이렇게 인기 많은 아이스크림이 없는 적은 처음이네요


김여주
원래 인기 많은건 더 많이 갖다 두는데..

그렇게 말을 하며 차가운 냉장고 속에서 상어바를 꺼내 손님에게 주자


김태형
어.. 손.. 어떡해요 많이 차가워요...?

라고 하는데.. 내 손?

손을 눈 높이까지 들어 살펴보니 빨개진 손 위엔 장식처럼 얼음들이 잔뜩 붙어있었어


김여주
아, 이정도는 괜찮아요..! 원래 아이스크림 뒤적 거리고 재고 넣을때는 원래 이렇게 되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김태형
그래도..


김여주
아이, 괜찮다니까요?ㅎㅎ 이정도는 많이 있는 일, 흔한 일이에요!! 더 찾으시는거 있으시면 불러 주세요..!

그리고 다시 카운터에 앉아 공부를 할까, 말까 하는데 다시 손님이 불렀어


김태형
그러면 상어바랑 사탕 하나 주세요


김여주
아, 네 계산해드리겠습니다


김여주
상어바 하나, 사탕 하나 해서 총 이천 백 원 입니다


김태형
네, 돈은 여기 있고요, 사탕 하나는 드세요

이제, 드디어 내가 열심히(?)준비한 '직접 물어보기'작전을 시작할 차례야

이렇게 말하니까 되게 비장하고 중요한 계획처럼 들리는데

사실은 그렇게 큰 계획...까지는 아니라도 뭘 준비하기는 했어

이런거는 예림이가 잘하는데.. 예림이한테 말하기는 쪼매 부끄럽고 좀 그러니깐 내가 어제 생각을 진짜 오래 했거든?

늦은 밤

예림이한테는 공부하다 잔다 하고 나 혼자 거실에 남았어


김여주
흠.. 그냥 좋아하냐고 물어보면.. 날 미친 여자로 볼 테니깐..

"좀 특별한게 필요해"

특별한것.. 특별한 것이라...


김여주
아 진짜 모르겠는데? 아니 막 그거 하나 물어본다고 꽃다발 주고 막 편의점 불 끄고 촛불 이런거 켜두고 기다리는것도 에바야..

그래, 내가 지금까지 생각했던 '특별한 것'들은..

1. 손님이 들어오시면 꽃다발을 주며 "혹시 저 좋아하세요?"라고 물어보기

2. 손님이 들어올 때까지 편의점 불 다 끄고 촛불만 켜 두고 손님을 기다린다음 들어오시면 "혹시 저 좋아하세요?"라고 물어보기

3. 차 트렁크에 프로포즈 하는 것 처럼 꾸며두고 손님이 계산 완료시 "잠시만 이리로 와주세요"라고 말한 뒤 트렁크를 보여주고 "혹시 저 좋아하세요?"라고 물어보기

4. 내 마음과 손님의 마음을 짐작하여 긴 편지를 쓴 다음 직접 읽어주며 케이크를 주기

...이 정도인데.. 한번 각 상황마다 미래를 상상해 볼까..?

1. 손님이 들어오시면 꽃다발을 주며 "혹시 저 좋아하세요?"라고 물어보기

띠링-


김여주
안녕하세요..!


김태형
네, 안녕하세요


김여주
흠흠.. 저기요, 혹시.. 저 좋아하세요..?

그리고 등 뒤에 숨겨두었던 꽃다발을 꺼내 손님에게 주었어


김태형
ㄴ, 네..? 이게.. 뭔지..

결과는..! 실패!

2. 손님이 들어올 때까지 편의점 불 다 끄고 촛불만 켜 두고 손님을 기다린다음 들어오시면 "혹시 저 좋아하세요?"라고 물어보기


김여주
불도 다 껐고.. 촛불도 켰으니깐.. 기다리면 되겠다

띠링-


김여주
안녕하세요!

손님
어우.. 편의점 꼴이 왜 이런데.. 다른데 가야지

필요한 역
알바!! 편의점을 누가 이딴꼴로 해두래! 너 내일부터 나오지 마

이,이건.. 손님 오시기도 전에 실패했으니까..

이것도 실패..!

3. 차 트렁크에 프로포즈 하는 것 처럼 꾸며두고 손님이 계산 완료시 "잠시만 이리로 와주세요"라고 말한 뒤 트렁크를 보여주고 "혹시 저 좋아하세요?"라고 물어보기


김태형
그럼, 안녕히 계세요


김여주
아, 잠시만요..!


김태형
네? 왜요?


김여주
잠시만 저 따라와 주세요

그리고 난 차에 가려고 하는데, 어? 생각해보니까 나 아직 미성년자라 차가 없어

그럼 이것도

실패

4. 내 마음과 손님의 마음을 짐작하여 긴 편지를 쓴 다음 직접 읽어주며 케이크를 주기


김여주
흠흠.. 편지는 준비 됐고, 케이크도 준비 완료..!

띠링-


김여주
안녕하세요-


김태형
네~

그렇게 계산이 끝나고,


김태형
안녕히계세요


김여주
아, 잠시만요

그렇게 품 속에 숨겨뒀던 편지와 혹시나 상할까 냉장고에 넣어둔 케이크를 챙긴 뒤,


김여주
혹시,, 저 좋아하세요?

라고 물어본 후 편지와 케이크 주기


김태형
...에?

손님이 당황했어

그것도 그냥 당황이 아니라

당황 + 어이없음 이니까

이것도 당연히..

실패겠지


김여주
아.. 그러면 어떡해.. 내 빡대갈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는 이것뿐인걸..

결국 없었던 일로 돌아가나, 했는데 그때 또 새벽이라 그런지 몰라도 배에서 경쾌한 꼬르륵 소리가 나더라고


김여주
안돼, 이때 밥 먹으면 살쪄 안돼


김여주
....사탕같이 조그만거는 크기가 조그마니까 칼로리도 조그맣겠지..?


김여주
사탕이 어디있나, 사탕이~

그렇게 사탕을 찾던 중

손님이 나에게 준 사탕들이 생각났어


김여주
그거 먹으면 되겠다...!!!

내가 무슨 맛을 좋아하는지 몰라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되게 많은 맛별로 줬더라고

그 중 나의 최애 맛은!

딸기하고 우유하고 섞인 맛!!

다행히도 있더라고


김여주
이거 하나 먹어야지

그렇게 손에 사탕 하나를 쥐고 다시 거실에 앉았어


김여주
이거 하나 먹고.. 자야겠다 졸리다

그도 그렇지, 시계는 벌써 4시를 가르키고 있었어


김여주
빨리 먹고 자야지, 안그러면 내일 학교 지각하겠다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사탕을 쪽쪽 빨아먹고선, 자러 침대에 누웠어


김여주
손님한테 물어보는건.. 그냥 안 해야겠다.. 아이디어가 없어

그래, 프러포즈를 하는 것도 아닌데 케이크에 차이벤트에.. 너무 무리했지


김여주
으으음.. 졸려.. 자야지

아 맞다, 사탕.

그 사탕이 진짜 큰 일을 했지

그거를 먹어서 내 배가 그나마 진정할 수 있었어

내일은 알바 가서 손님한테 항상 감사하다고 해야겠다

나도.. 사탕 하나 줘야하나?

그때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어

천근만근 무겁던 눈은 번뜩 떠지고, 바로 시뮬레이션을 했어

몇번, 몇십번, 몇백번을 해봐도 이거는 정말 좋은 결과가 나왔어

어색해지지 않았단 말이지


김여주
와.. 이 계획은 진짜... 내 인생 최고의 계획이다..

그렇게 비몽사몽 중얼거리고는 혹여나 내일 잊어버릴라 핸드폰에 메모를 해두고 눈을 감았어

그렇게 계산을 다 해주고 손님이 슬슬 떠나려고 할 때, 난 입을 열었어


김여주
저 손님..!

이 말을 하면 손님은 더 이상 편의점에 오지 않을지도 몰라.

단골 손님 한 분을 잃는거지

그래도 난 내 궁금한 마음을 숨길 순 없었어

어쩌면.. 정말 어쩌면..저 손님이 내 남자가 될 수도 있는거니까

확율은 50:50이라고 보면 돼. 반반이야.

정말 떨리고 또 떨렸지만, 덜덜거리는 목소리는 진정시키고 숨 한번 크게 들이마신뒤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주먹 꼭 쥐고 크게 말했어


김여주
손님, 혹시 저 좋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