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수사일지
Ep. 06 ° 강력 1팀, 사계절의 풍경



정 경사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원래도 회복력이 빠른 나라서 목도 조금은 움직일 수 있게 됐는데 정 경사님은 아직도 나한테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업무 복귀는 안된다 그러신다... 하긴, 대형사고 친 건 맞으니까.

어젯밤 아저씨가 내가 부상을 입었다는 기사를 봤는지 나한테 연락 와서 호들갑 떠는 걸 겨우 말렸다. 병문안 오지 말라고, 선배들 많이 오기도 하고... 괜한 오해 살 수도 있으니까.

![정호석 [30] image](https://cdnetphoto.appphotocard.com/fanfic/580370/210182/character/thumbnail_img_4_20220225221733.png)
정호석 [30]
"그나저나 얘네는 왜 어제 저녁부터 연락이 안돼..."

하여주 [28]
"많이 바쁘신가봐요. 범인은 잡으셨으려나..."

![정호석 [30] image](https://cdnetphoto.appphotocard.com/fanfic/580370/210182/character/thumbnail_img_4_20220225221733.png)
정호석 [30]
"너가 다쳐서 딜레이 된 거잖아."

하여주 [28]
"그건... 그렇죠."

![정호석 [30] image](https://cdnetphoto.appphotocard.com/fanfic/580370/210182/character/thumbnail_img_4_20220225221733.png)
정호석 [30]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장난이야."

![정호석 [30] image](https://cdnetphoto.appphotocard.com/fanfic/580370/210182/character/thumbnail_img_4_20220225221733.png)
정호석 [30]
"딱 보니까 얘네 밤샘근무 했나봐. 할 일이 많기야 하겠지."

![정호석 [30] image](https://cdnetphoto.appphotocard.com/fanfic/580370/210182/character/thumbnail_img_4_20220225221733.png)
정호석 [30]
"너랑 이한민씨 기사도 내려야 되고..."

하여주 [28]
"...그러고 보니 새벽에 김 경사님이 한경숙씨가 자수하러 오셨다는 얘기를 하셨어요."

![정호석 [30] image](https://cdnetphoto.appphotocard.com/fanfic/580370/210182/character/thumbnail_img_4_20220225221733.png)
정호석 [30]
"김 경사 왔다갔어? 새벽에?"

하여주 [28]
"음_ 새벽은 아니고... 어제 정 경사님 일찍 잠드셨잖아요."

하여주 [28]
"그때 쯤 오셨던 것 같아요."

![정호석 [30] image](https://cdnetphoto.appphotocard.com/fanfic/580370/210182/character/thumbnail_img_4_20220225221733.png)
정호석 [30]
"굳이 찾아와서까지...? 무슨 얘기 했는데?"

하여주 [28]
".....그게."


![김남준 [30] image](https://cdnetphoto.appphotocard.com/fanfic/580370/210182/character/thumbnail_img_5_20220225221740.png)
김남준 [30]
"한경숙씨가, 자수하러 오셨어. 진범이 자기라고."

하여주 [28]
"...네?"

그 말을 듣고 그제서야 김 경사님 겉모습을 살피니 머리는 잔뜩 헝클어져 밤새 고뇌한 게 티 났고, 다크서클은 짙게 내려앉아 마치 턱까지 내려온 것 같았다. 그만큼 피곤해보이셨고 늦은 시간까지 근무를 하신 것 같았다.

![김남준 [30] image](https://cdnetphoto.appphotocard.com/fanfic/580370/210182/character/thumbnail_img_5_20220225221740.png)
김남준 [30]
"너한테는 전해줘야 할 것 같아서 왔어."

![김남준 [30] image](https://cdnetphoto.appphotocard.com/fanfic/580370/210182/character/thumbnail_img_5_20220225221740.png)
김남준 [30]
"너 아니었으면, 한경숙씨가 자수할 일도 없었을테니까."

하여주 [28]
"...그게 무슨."

![김남준 [30] image](https://cdnetphoto.appphotocard.com/fanfic/580370/210182/character/thumbnail_img_5_20220225221740.png)
김남준 [30]
"기사가 난 모양이야."

![김남준 [30] image](https://cdnetphoto.appphotocard.com/fanfic/580370/210182/character/thumbnail_img_5_20220225221740.png)
김남준 [30]
"이한민씨가 범인이라고 밝힌 적도 없는데."

![김남준 [30] image](https://cdnetphoto.appphotocard.com/fanfic/580370/210182/character/thumbnail_img_5_20220225221740.png)
김남준 [30]
"저들 맘대로 기사를 써서 내고, 너 부상 관련 기사들도 쏟아져나오고 있어."

![김남준 [30] image](https://cdnetphoto.appphotocard.com/fanfic/580370/210182/character/thumbnail_img_5_20220225221740.png)
김남준 [30]
"아마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나봐."

![김남준 [30] image](https://cdnetphoto.appphotocard.com/fanfic/580370/210182/character/thumbnail_img_5_20220225221740.png)
김남준 [30]
"진범인지 아닌지는 지금 자수 받아내고 있을거야."

![김남준 [30] image](https://cdnetphoto.appphotocard.com/fanfic/580370/210182/character/thumbnail_img_5_20220225221740.png)
김남준 [30]
"...아무튼. 용기 내줘서 고맙다고. 이 얘기 하러 왔어."

하여주 [28]
"...아. 아니에요, 제가..."

![김남준 [30] image](https://cdnetphoto.appphotocard.com/fanfic/580370/210182/character/thumbnail_img_5_20220225221740.png)
김남준 [30]
"너가 그렇게 안 나섰으면 우리 개망신 당했을거야."

![김남준 [30] image](https://cdnetphoto.appphotocard.com/fanfic/580370/210182/character/thumbnail_img_5_20220225221740.png)
김남준 [30]
"범인 잘 못 잡았다고 대중들도 욕하는 건 물론 윗선분들도 쪽을 엄청 주셨을텐데."

![김남준 [30] image](https://cdnetphoto.appphotocard.com/fanfic/580370/210182/character/thumbnail_img_5_20220225221740.png)
김남준 [30]
"이렇게 된 거 너 덕분이야. 그러니까 더 이상 죄송해하지 마."

![김남준 [30] image](https://cdnetphoto.appphotocard.com/fanfic/580370/210182/character/thumbnail_img_5_20220225221740.png)
김남준 [30]
"우리 다 너가 계속 죄송해 하는 거 안 바래."

![김남준 [30] image](https://cdnetphoto.appphotocard.com/fanfic/580370/210182/character/thumbnail_img_5_20220225221740.png)
김남준 [30]
"그러니까 얼른 나을 생각이나 해."

하여주 [28]
"...네. 앞으로는 이런 일 없도록 할게요."

![김남준 [30] image](https://cdnetphoto.appphotocard.com/fanfic/580370/210182/character/thumbnail_img_5_20220225221740.png)
김남준 [30]
"...그래. 나 가본다. 몸조리 잘하고, 정 경사 깨면 나한테 연락 하라 그러고."

하여주 [28]
"네_ 조심히 들어가세요."


하여주 [28]
"그것만 말하고... 가셨어요."

![정호석 [30] image](https://cdnetphoto.appphotocard.com/fanfic/580370/210182/character/thumbnail_img_4_20220225221733.png)
정호석 [30]
"그래서 한경숙씨가 진범이라는 거야 뭐야..."

![정호석 [30] image](https://cdnetphoto.appphotocard.com/fanfic/580370/210182/character/thumbnail_img_4_20220225221733.png)
정호석 [30]
"나 보고 연락 하라더니 답장도 않고..."

한숨 푹푹 쉬고 있는 정 경사님을 말 없이 바라보고 있었는데 요란스럽게 열리는 병실 문. 이내 그 문으로 선배들이 우르르 몰려들어오셨다. 갑자기 시끄러워진 병실.


![김태형 [29] image](https://cdnetphoto.appphotocard.com/fanfic/580370/210182/character/thumbnail_img_7_20220225221751.png)
김태형 [29]
"하 순경 괜찮아?"

하여주 [28]
"네...?"

![민윤기 [31] image](https://cdnetphoto.appphotocard.com/fanfic/580370/210182/character/thumbnail_img_3_20220225221728.png)
민윤기 [31]
"뭐야 왜 일어나있어."

![전정국 [27] image](https://cdnetphoto.appphotocard.com/fanfic/580370/210182/character/thumbnail_img_8_20220225221755.png)
전정국 [27]
"정 경사님. 하 순경 눕게 해주셨어야죠!"

![정호석 [30] image](https://cdnetphoto.appphotocard.com/fanfic/580370/210182/character/thumbnail_img_4_20220225221733.png)
정호석 [30]
"얘가 고집 부린 거거든? 자기 회복력 빠르다고."

뭐지 확연히 달라진 이 분위기는. 공과 사 구분 확실하게 하시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로 달라져도 되는 거냐고...

하여주 [28]
"아 범인!"

![박지민 [29] image](https://cdnetphoto.appphotocard.com/fanfic/580370/210182/character/thumbnail_img_6_20220225221745.png)
박지민 [29]
"응?"

하여주 [28]
"범인...! 잡으셨어요?"

![박지민 [29] image](https://cdnetphoto.appphotocard.com/fanfic/580370/210182/character/thumbnail_img_6_20220225221745.png)
박지민 [29]
"넌 범인 걱정부터 하냐..."

![김석진 [32] image](https://cdnetphoto.appphotocard.com/fanfic/580370/210182/character/thumbnail_img_2_20220225221724.png)
김석진 [32]
"잡았어. 한경숙씨야."

하여주 [28]
"다행이다... 한경숙씨도 아니면 어쩌나 했거든요..."

![김남준 [30] image](https://cdnetphoto.appphotocard.com/fanfic/580370/210182/character/thumbnail_img_5_20220225221740.png)
김남준 [30]
"범인을 잡으려는 직업 정신. 아주 마음에 들어, 좋아."

![전정국 [27] image](https://cdnetphoto.appphotocard.com/fanfic/580370/210182/character/thumbnail_img_8_20220225221755.png)
전정국 [27]
"퇴원 언제 해, 하 순경?"

하여주 [28]
"다음 주에는 퇴원할 것 같대요!"

![정호석 [30] image](https://cdnetphoto.appphotocard.com/fanfic/580370/210182/character/thumbnail_img_4_20220225221733.png)
정호석 [30]
"회복력 진짜 빠르더라. 밖에 나가서 산책 하자는 애 겨우 말렸다니까?"

![김석진 [32] image](https://cdnetphoto.appphotocard.com/fanfic/580370/210182/character/thumbnail_img_2_20220225221724.png)
김석진 [32]
"왜_ 산책하면 되지. 오늘 날씨도 좋던데."

![김태형 [29] image](https://cdnetphoto.appphotocard.com/fanfic/580370/210182/character/thumbnail_img_7_20220225221751.png)
김태형 [29]
"저희가 범인 잡아서 하늘도 기뻐하는 건가봐요."

하여주 [28]
"어 진짜요? 진짜 가도 돼요?"

![정호석 [30] image](https://cdnetphoto.appphotocard.com/fanfic/580370/210182/character/thumbnail_img_4_20220225221733.png)
정호석 [30]
"...대신. 링거 맞으면서 휠체어 타고 가야 돼."

![정호석 [30] image](https://cdnetphoto.appphotocard.com/fanfic/580370/210182/character/thumbnail_img_4_20220225221733.png)
정호석 [30]
"그래도 괜찮아?"

하여주 [28]
"나쁠 게 뭐 있어요_ 못 걷는 게 좀 아쉽기야 하지만 공기 쐬려고 나가는 거니까."

요근래에 이렇게 웃어봤던 적이 있었나. 밖에 나가서 바람도 맞고 맑은 공기도 쐴 생각 하니까 나도 모르게 내가 엄청나게 활짝 웃었나보다.

![전정국 [27] image](https://cdnetphoto.appphotocard.com/fanfic/580370/210182/character/thumbnail_img_8_20220225221755.png)
전정국 [27]
"와 뭐야_ 얘 웃는 거 처음 봐."

![김태형 [29] image](https://cdnetphoto.appphotocard.com/fanfic/580370/210182/character/thumbnail_img_7_20220225221751.png)
김태형 [29]
"웃는 게 이렇게 이쁜데. 많이 웃어라_"

하여주 [28]
"어서 가요!"


![민윤기 [31] image](https://cdnetphoto.appphotocard.com/fanfic/580370/210182/character/thumbnail_img_3_20220225221728.png)
민윤기 [31]
"알았어_"

그리고 나도 처음 본다. 선배들이 저렇게 웃으시는 거. 나 처음 왔을 때에 김 경장님이 웃으셨던 것보다 지금 더 환하게 웃으신다. 차갑게만 보였던 선배들이었는데 날 보며 웃는 선배들을 보니 내 기분은 배로 좋아졌다.


바깥 공기는 생각보다 맑았고, 봄의 풍경은 생각보다 장관이었다. 경찰 준비하느라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들이지만 사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들 중에 하나가 사계절로 뒤덮힌 나무들을 보는 것이었다.

봄에는 벚꽃들과 목화꽃, 목화솜들이 가지들에 아기자기 피어있는 것을 보며 그것들에 손가락 하나 갖다대는 것을 좋아했고, 여름에는 파릇파릇한 잎사귀들이 촘촘하게 피어오른 것들을 보며 뜨거운 햇빛을 온몸으로 맞는 것을 좋아했다.

가을에는 빨갛고 노랗게, 그것도 아주 색이 선명하게 물든 낙엽들이 바닥에 떨어져서 길을 만들고 그 길을 밟으면 생기는 낙엽소리들을 참 좋아했다. 겨울에는 앙상한 나뭇가지들에 하얀 눈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꼭 하얀 나무를 만든 것처럼 보이는 장관들.

정말 좋아했던 것들이라서 학생 때부터 매년 봐왔지만 19살부터 28살까지, 무려 9년동안 놓쳐왔던 이 풍경. 지낸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따뜻함이 느껴지는 선배들과 꿈을 이룬 나를 데리고 다시 하나하나 눈에 담자 괜히 울컥해졌다.

암울했던 어린 시절에 부모님이 싸우시는 걸 피해 집을 나와 벚꽃나무들이 핀 길을 처음 걸었을 때, 바람에 날려 내 손에 안착한 벚꽃잎을 봤을 때, 그 느낌을 경찰이 된 내가 다시 고스란히 느끼고 있는 것 같아서 더 그랬다.

하여주 [28]
"...이쁘네요 정말."

![김남준 [30] image](https://cdnetphoto.appphotocard.com/fanfic/580370/210182/character/thumbnail_img_5_20220225221740.png)
김남준 [30]
"오늘 날씨 진짜 좋지."

그런 나를 알아보기라도 한 건지 말 없이 내 휠체어를 밀어주시며 같이 걸어주시는 선배들. 이런 선배들과 만난지 겨우 이틀이 됐지만 나는 내 마음을 조금이라도 열어보기로 했다.

하여주 [28]
".....5살 때, 부모님이 이혼하셨어요."

조금 놀라셨는지 휠체어를 미시던 정 경사님의 발걸음이 잠시 멈추셨다. 휠체어를 잡은 두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졌고 이내 다시 휠체어를 미신다. 그 페이스에 맞춰서 나도 다시 말을 이었다.

하여주 [28]
"언제부터였을까요. 부모님의 싸움이 점점 더 커지고, 제 눈물이 마르지 않았던 게."

아마, 그때로 돌아가야 할 것 같아요.


아침에 일어나면 깨진 술병들과 엎어져있는 집안 물건들을 치우는 엄마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게 하루의 첫 일상이었어요. 아무리 좋은 꿈을 꾸다가 일어나도 그 모습에 팍 식어버리기 일쑤였죠.

"어_ㅎ 여주 깼어?"

하여주 [5]
"아빠는...?"

"아빠 출근하셨어_ 벌써 시간이 점심시간이네."

"여주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어린이집? 유치원? 한 번도 다녀본 적 없어요. 괜히 가정폭력이라고 오해 받기도 싫었고, 부모님 사이 안 좋은 거 온 집에 소문 다 나는 것도 싫었어요. 사람 많은 곳은 무조건 피해서 어릴 때부터 친했던 친구는 없어요. 뭐 지금도 없지만요.

사교성이 없어서 대학생 때도 친구들한테 말 못 붙이고 혼자 있기도 했고... 저에게 말 걸어주는 애들한테도 예민하게 굴고 까칠하게 굴어서 대학에 소문이 자자해졌어요. 결국 그래서 미친듯이 공부만 하고 운동만 해서 수석졸업 한 거죠.

차라리 그 편이 나았어요. 괜히 친해져서 정 같은 쓸데없는 거라도 붙이면 속 이야기 털어놓을 때도 있을테고. 그걸 당연하게 여기고, 안 털어놓으면 섭섭해 해서 어쩔 수 없이 털어놓으면 뒤에 가서 수군거리는 게 걔네 취미니까요.

하여주 [5]
"나아, 계란후라이 해주라..."

"그래 알았어_ 엄마가 맛있게 해줄게?"

"거기 깨진 파편들 밟지 말고!"

하여주 [5]
"우응..."

하루는 억울해져서 엄마한테 그랬어요. 엄마랑 아빠, 그만 싸우면 안되겠냐고. 차마 어린 마음에 덧붙이지 못한 말들은 속으로 삼켰어요. 왜 나는 평범하지 못하냐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할걸 그랬어요.

하여주 [5]
"...움마, 아빠랑 사이 좋게 지내면 안돼?"

"...무슨 소리야~ 엄마 아빠랑 사이 좋아~"

그딴 말 하나 해서 바뀌는 건 당연히 없었어요. 어린 마음에 그 망할 희망 가지고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물었지만 그때마다 싸움은 더 배로 심해졌어요.

저 이한민씨 때문에 다쳤을 때, 의식 잃었을 때 꿨던 꿈이 정말 고통스러웠어요. 옛날에 부모님과 셋이 살던 집에 와서 이혼하기 직전에 부모님이 싸우시는 소리와, 부모님이 싸우시는 걸 말려보겠다고 잠긴 문을 울면서 두드리는 다섯 살의 저가 있더라고요.

가서 그만 울라고 하려고 팔을 잡아보려고 몸에 손을 댔는데 만져지지는 않고 투명하게 뚫렸어요. 제가 유령인 것 마냥. 결국 저는 그 광경을 지켜보기만 해야했고 잊고 있었던 기억들이 떠오르자 결국 전 다섯 살의 하여주보다 더 울었어요.

꿈에서 나왔던 그 싸움이 부모님의 마지막 싸움이었을 거예요. 그 싸움을 기점으로 두 분은 이혼을 하셨으니까요. 처음에는 엄마가 절 키워주셨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이혼 위약금이 벅차다며 절 조부모님께 떠맡기셨어요. 그 뒤로 연락 하나 없으시고요.

당연히 할머니와 할아버지께서는 이미 연세가 많이 드신 상태라서 얼마 못 버티시고 돌아가셨어요. 살아계시는 동안에는 절 엄청 잘 키워주셨어요. 아무튼 이 끔찍한 상황이 모두 다 끝나고 나서는 제가 18살이었고요.


두 분의 장례를 다 치루고 난 다음에 어릴 때부터 꿈 꿔왔던 경찰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공부에 전념했어요. 뭐, 전교권에서 놀기도 했고요. 그게 엄마와의 마지막 약속이기도 했어요. 경찰 꿈 이루는 거...

공부에 전념 하다가도 할머니, 할아버지가 너무 보고 싶을 때 빈소에 찾아가서 뵙기도 했었는데 그때마다 엄청 울었어요. 그게 몇 달이 반복 되자 전 폐인이 됐고 성적도 10위권에서 20위권, 30위권. 한 시험마다 10위권 단위로 떨어지더라고요.

결국 이렇게 살 바에는 살아계셨을 때 책임 지고 저를 진심으로 키워주셨던 할머니, 할아버지 곁을 지켜야겠다고 생각 해야겠어요. 그래서 고등학교 2학년 6월 모의고사가 끝났을 무렵, 월세가 밀려 쫓겨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던 집의 옥상으로 올라갔어요.


초저녁 시간대였을 거예요. 그래서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어서 석양의 모습을 자아냈어요. 정말 예뻤어요 그날따라... 뭐 사실 미련은 안 남아있어서 옥상난간에 걸터앉았어요.

하여주 [18]
"...후."

하여주 [18]
"이제야... 시간이 흐르네요 할머니, 할아버지."

하여주 [18]
"수고했다 하여주..."

드디어 편하게 눈 감을 수 있다는 생각에 오랜만에 입가에 웃음이 번졌어요. 난간을 잡은 손에 서서히 힘을 풀고 아슬아슬하게 난간 앞에 섰고요. 바닥에 붙은 발도 떼서 허공에 내밀었을 때 제 손목이 강하게 휘어잡힌 건,


![윤도운 [25] image](https://cdnetphoto.appphotocard.com/fanfic/580370/210182/character/thumbnail_img_20_20220225221850.png)
윤도운 [25]
"뭐하시는 거예요...!"

지금 절 집으로 흔쾌히 들여보내줘서 10년째 같이 살고 있는 윤도운... 아저씨였어요. 제가 자살을 하려는 걸 막으셨고 제 손목을 잡으셨을 땐 눈에 당황이 역력했죠.

하여주 [18]
"...이거, 놓으세요."

![윤도운 [25] image](https://cdnetphoto.appphotocard.com/fanfic/580370/210182/character/thumbnail_img_20_20220225221850.png)
윤도운 [25]
"일단 저희 얘기 좀 해요..."

하여주 [18]
"무슨 얘기를 한다는 거예요! 저 아세요?"

![윤도운 [25] image](https://cdnetphoto.appphotocard.com/fanfic/580370/210182/character/thumbnail_img_20_20220225221850.png)
윤도운 [25]
"모릅니다. 하지만..."

![윤도운 [25] image](https://cdnetphoto.appphotocard.com/fanfic/580370/210182/character/thumbnail_img_20_20220225221850.png)
윤도운 [25]
"당신의 마지막을, 제가 기억하고 싶어서 그래요."

하여주 [18]
"진짜 뭐라는 거야... 제 자살 동기 가지고 추억팔이라도 하시려고 그러세요?!"

![윤도운 [25] image](https://cdnetphoto.appphotocard.com/fanfic/580370/210182/character/thumbnail_img_20_20220225221850.png)
윤도운 [25]
"네 그러려고요. 그러니까 앉아서 얘기 좀 해요."

처음에는 뭐 이리 미친 사람이 다 있나, 싶었어요. 내 가정사 가지고 추억팔이라도 하려는 건가 싶어서 일부러 가시 돋힌 말 내뱉었는데 추억팔이 할거라면서 얘기 좀 하자고 그러더라고요.

난간에서 내려오고 옥상에 있는 의자에 앉았는데 막상 입이 떨어지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그때의 아저씨는 절 계속 기다려주셨어요. 한참 있다가 입을 열어 제 이야기를 털어놓자 아무 말 없이 끄덕거리며 제 이야기를 들어주셨고요.

하여주 [18]
"...이제 됐죠? 제 이야기는 여기까지예요."

하여주 [18]
"그러니까 더 이상 저 말리지 마세요."

![윤도운 [25] image](https://cdnetphoto.appphotocard.com/fanfic/580370/210182/character/thumbnail_img_20_20220225221850.png)
윤도운 [25]
"갈데가 없으시다고 하셨나요."

하여주 [18]
"그래요. 지금 살고 있는 집 월세도 밀려서 쫓겨날 지경이고, 남은 가족들도 없다고요!"

하여주 [18]
"내 말을 뭘로 들으신 거야 진짜..."

![윤도운 [25] image](https://cdnetphoto.appphotocard.com/fanfic/580370/210182/character/thumbnail_img_20_20220225221850.png)
윤도운 [25]
"왜 친구 없으셨는지 알겠네요. 성격이 그리도 예민하시니."

하여주 [18]
"제 성격에 보태주신 거 있으세요?"

![윤도운 [25] image](https://cdnetphoto.appphotocard.com/fanfic/580370/210182/character/thumbnail_img_20_20220225221850.png)
윤도운 [25]
"이제부터라도 보태면 되죠."

하여주 [18]
"뭐라고요?"

![윤도운 [25] image](https://cdnetphoto.appphotocard.com/fanfic/580370/210182/character/thumbnail_img_20_20220225221850.png)
윤도운 [25]
"내 집에서 살아요. 예민한 성격 고쳐야지 뭐라도 할 거 아닙니까."

하여주 [18]
"...무슨."

![윤도운 [25] image](https://cdnetphoto.appphotocard.com/fanfic/580370/210182/character/thumbnail_img_20_20220225221850.png)
윤도운 [25]
"꿈 있어요?"

당황한 내 얼굴은 보이지도 않는지 꿈 있냐며 물어오는 아저씨에 난 멍청하게도 대답하지 못했어요. 어릴 때부터 꿔왔던 경찰...이라는 꿈이 있긴 하지만 이미 옥상에 올라오겠다고 다짐 했을 때 제 꿈들도 다 놓고 올라온거라서 말이 쉽게 안 나오더라고요.

하여주 [18]
".....무슨 꿈이요."

![윤도운 [25] image](https://cdnetphoto.appphotocard.com/fanfic/580370/210182/character/thumbnail_img_20_20220225221850.png)
윤도운 [25]
"18살이라고 하지 않았나? 되고 싶은 거 하나쯤은 있을텐데."

하여주 [18]
"없어요."

![윤도운 [25] image](https://cdnetphoto.appphotocard.com/fanfic/580370/210182/character/thumbnail_img_20_20220225221850.png)
윤도운 [25]
"거짓말. 무엇이든 좋으니까 말해봐요."

하여주 [18]
".....경찰, 되는 거였어요."

하여주 [18]
"근데 지금은, 아니에요."

![윤도운 [25] image](https://cdnetphoto.appphotocard.com/fanfic/580370/210182/character/thumbnail_img_20_20220225221850.png)
윤도운 [25]
"몇 살 때부터 경찰 되고 싶어했는데요?"

하여주 [18]
"다섯 살이요."

![윤도운 [25] image](https://cdnetphoto.appphotocard.com/fanfic/580370/210182/character/thumbnail_img_20_20220225221850.png)
윤도운 [25]
"엄청 되고 싶었나 보네_"

하여주 [18]
"...떠나신 엄마와의 마지막 약속이었어요."

![윤도운 [25] image](https://cdnetphoto.appphotocard.com/fanfic/580370/210182/character/thumbnail_img_20_20220225221850.png)
윤도운 [25]
"이루면 되죠. 엄마와의 마지막 약속이니까 더더욱 그래야 되고."

하여주 [18]
"...네?"


![윤도운 [25] image](https://cdnetphoto.appphotocard.com/fanfic/580370/210182/character/thumbnail_img_20_20220225221850.png)
윤도운 [25]
"내가 이뤄줄게요. 경찰 되고 싶다던 너의 그 소중한 꿈."


하여주 [28]
"그렇게 해서... 아저씨 집에 들어갔고, 돈 많은 아저씨라서 아낌 없이 서포트 해준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

하여주 [28]
"경찰 준비할 때부터... 거의 9년동안 못 봤던 사계절 중 봄 풍경이라서 좀 울컥했나봐ㅇ,"

하여주 [28]
"...김 경장님 우세요?"

![김태형 [29] image](https://cdnetphoto.appphotocard.com/fanfic/580370/210182/character/thumbnail_img_7_20220225221751.png)
김태형 [29]
"...킁."

![박지민 [29] image](https://cdnetphoto.appphotocard.com/fanfic/580370/210182/character/thumbnail_img_6_20220225221745.png)
박지민 [29]
"얘 또 이러네."

![민윤기 [31] image](https://cdnetphoto.appphotocard.com/fanfic/580370/210182/character/thumbnail_img_3_20220225221728.png)
민윤기 [31]
"...힘들었겠네 많이."

하여주 [28]
"그땐 그랬죠. 죽을만큼, 어쩌면 그것보다 더 힘들었으니까."

하여주 [28]
"과거에 그랬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요. 다만..."

하여주 [28]
"현재의 내 마인드가 어떤지에 따라 과거를 어떻게 보는지 달라지죠."

하여주 [28]
"전... 과거 얘기 꺼내는 것도 힘들어했어요."

부담스러워 할까봐, 이런 날 못마땅해 하실까봐 꺼내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내 눈 앞에 떨어지는 벚꽃잎들과 함께 차곡차곡 내보냈던 내 이야기. 그리고, 저 속에 있던 나의 진실된 마음까지.

하여주 [28]
"근데, 그 대상이 선배들이라서 내뱉을 수 있던 게 아닌가 싶어요."

어느새 벚꽃나무들이 나란히 들어선 길의 끝자락에 다다랐을 때 난 그 말을 했고, 그와 동시에 선배들이 멈춰섰고 내 휠체어 바퀴도 잠시 굴러가는 걸 멈췄다.

하여주 [28]
"고마워요 정말."

하여주 [28]
"혼자였던 저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주셔서."

![정호석 [30] image](https://cdnetphoto.appphotocard.com/fanfic/580370/210182/character/thumbnail_img_4_20220225221733.png)
정호석 [30]
"우리가 더 고맙지. 너 이야기 들려줘서."

하여주 [28]
"가끔씩... 강력 1팀 하 순경이 아닌, 28살 하여주로 마주하고 싶어졌어요."

하여주 [28]
"그래도, 돼요?"

조심스럽게 물어보자 김 경감님이 입꼬리를 올려 웃으시며 안될 건 뭐 있냐며, 여동생 하나 생긴 것 같다며 기분 좋다고 하셔서 나도 그제서야 마음을 놓았다. 저들에게 나 자신이 그저 흩날리는 벚꽃잎 같을까봐 불안했던 마음이 눈처럼 사르르 녹아내렸다.

![김남준 [30] image](https://cdnetphoto.appphotocard.com/fanfic/580370/210182/character/thumbnail_img_5_20220225221740.png)
김남준 [30]
"다치지나 마. 그거면 됐으니까."

그래야죠. 얼른 가족 같은 팀으로 복귀하려면.


오랜만이죠...🥺 방학에 공부를 더 많이 해서,, 죄송합니다 🙇♀️ 요즘에 3일 밤샘 하면서 공부하고 새벽 5시 반쯤에 산책 나가는데 그게 너무 좋아서 여주 과거 밝히는 거랑 연관 지어서 써봤어요! 추억으로 남을 뻔한 사계절 풍경...🤓

다음 편부터 '국가 기밀금고 도난사건'이 연재 됩니다! 한 번 쉬고 다시 힘차게 강력 1팀과 달려봅시다 🏃 아디분들 언제나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


_ 글자수 : 7340자 [오랜만에 분량 폭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