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수사일지

Ep. 40 ° 강력 1팀, 회복하지 못한 이들

처음 해보는 9시간 사무 업무와 엉엉 울었던 것까지 합쳐져 지친 상태로 집에 왔다. 들어온 사건 없이 사무실에 죽치고 앉아서 눈 빠지도록 서류들 보고 메일 보내는 게 더 힘 빠졌다. 사무 업무는 절대 내 체질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힘없이 집에 들어서자 이제 막 퇴근해 코트를 벗고 있는 아저씨가 보였다. 요즘 들어 정시에 퇴근하시는 아저씨에 밤샘 근무를 할 때 아니면 아저씨를 볼 수 있었다.

하여주 [28]

"다녀왔습니다..."

윤도운 [35] image

윤도운 [35]

"응, 여주 왔어?"

하여주 [28]

"네... 일찍 오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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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운 [35]

"방송국은 일 안 터지면 한가하니까."

윤도운 [35] image

윤도운 [35]

"요즘엔 야근 안 해?"

하여주 [28]

"아, 오늘은 사무 업무만 했어요."

하여주 [28]

"요즘 들어서는 멘탈 깨지고... 그런 사건들이 많이 들어왔다 보니까."

하여주 [28]

"야근 할 힘이 없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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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운 [35]

"그럴만하지. 백화점 폭탄에... 이번 사건은 말할 것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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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운 [35]

"이제야 강력 1팀의 진가를 알겠네?"

하여주 [28]

"그건 그 전부터 잘 알고 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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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운 [35]

"밥은 먹었고?"

하여주 [28]

"사무 업무 하니까 간만에 다 챙겨먹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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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운 [35]

"다행이네. 아저씨 오늘 약속 있어서 나가야되거든."

하여주 [28]

"약속이요? 누구랑요?"

윤도운 [35] image

윤도운 [35]

"아빠랑, 치안총감님이랑. 오랜만에 저녁 먹기로 했어."

하여주 [28]

"아..."

치안총감님이랑 단어를 듣자마자 출국 금지령 건을 조르던 일이 생각나 아저씨의 시선을 피했다. 아직 아저씨 귀까지는 안 들어간 거 같았다. 그런 나를 가만 보던 아저씨는 뜻밖의 얘기를 꺼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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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운 [35]

"같이 갈래? 아빠도 너 보고싶다 하셨는데."

하여주 [28]

"예? 아, 아니요...!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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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운 [35]

"그래? 평소 같으면 바로 갔을 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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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운 [35]

"그리고 왜 내 눈 피해? 수상하다 너."

하여주 [28]

"제가요? 에이..."

윤도운 [35] image

윤도운 [35]

"가자, 너 좋아하는 일식집 갈 거야."

하여주 [28]

"...네. 잠시만요, 저 옷 좀..."

더 안 가겠다고 버팅기다가는 눈치 좋은 아저씨가 치안총감님께 직접 물어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결국 제복을 갈아입으러 터덜터덜 드레스룸으로 향했다. 아, 이번엔 혼나기 싫은데...

값이 꽤 나가보이는 탁자와 의자, 빛나는 은식기들. 고급진 조명과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는 비싼 가격의 일식집이었다. 아저씨가 힘들어하던 날 데리고 자주 오던 집인데 오늘만큼 불편할 수가 없었다.

일식집에 들어서자 식당 한켠에 먼저 앉아계시는 아저씨의 아버님과 치안총감님에 숨이 턱 막혀왔다. 지금이라도 괜찮다며 줄행랑을 쳐야...

윤도현 [51]

"여주도 왔네. 오랜만이구나~"

멀리서도 날 알아보고 인사해오는 아버님에 나는 어색하게 웃음을 지으며 도망 치려는 마음을 접어야만 했다. 옆에 앉아계시던 치안총감님도 아버님의 말에 고개를 들어 날 쳐다보셨다. 꼼짝없이 그 식탁으로 향해야만 했다.

윤도운 [35] image

윤도운 [35]

"치안총감님, 잘 지내셨어요?"

치안총감 [51]

"그래, 도운이 왔구나."

치안총감 [51]

"나야 뭐, 잘 지냈지."

가시방석에 앉은 거 같은 기분에 금방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그럴 용기는 나지 않았다. 식탁에 맛있어보이게 플레이팅 된 채로 차려진 일식 요리들을 보는데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는 커녕, 한 입 먹으면 그 즉시 체할 거 같았다.

윤도현 [51]

"여주 이 집 좋아하지? 많이 먹어라~"

하여주 [28]

"아, 네...! 감사합니다."

하여주 [28]

"다들 맛있게 드세요..."

정작 내가 맛있게 못 먹을 거 같은데 남의 좋은 식사를 빌어주고 있는 꼴이 웃기기도 했고 짠하기도 했다. 아저씨는 옆에서 계속 내 상태를 살피며 음식이 안 맞냐, 속이 안 좋냐를 계속 물어오셨지만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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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운 [35]

"여주야, 속 안 좋은 거야? 괜찮아?"

하여주 [28]

"네네...! 괜찮아요."

오른쪽 대각선 앞에서 느껴지는 따가운 치안총감님의 시선 때문에 밥이 어디로 넘어가는지도 못 느끼면서 얼굴이 점점 창백해지는 건 자세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좋아하던 초밥인데 오늘은 정말 돌맹이를 씹는 거 같았다.

치안총감 [51]

"하 순경, 괜찮나?"

하여주 [28]

"아, 네... 괜찮습니다."

치안총감 [51]

"저번 일을 마음에 담아둬서 그러는 거라면 신경 쓰지 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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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운 [35]

"...저번 일이요?"

치안총감님의 말에 나는 본능적으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화장실로 뛰어갔다. 조용하길래 끝까지 언급 안하시나 싶었는데 이런 식으로...

윤도현 [51]

"도운아, 오늘 여주 몸 상태 안 좋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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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운 [35]

"아니요... 아까 집에 있을 때까지만 해도..."

윤도현 [51]

"너 하 순경이랑 뭔 일 있었어?"

치안총감 [51]

"...아니야, 아무것도."

치안총감은 마저 밥을 먹으며 더 이상의 말을 얹지 않았고 찝찝함만 남은 도현과 도운만 서로 눈치를 볼 뿐이었다. 10분 정도가 지나자 여주가 돌아왔고 안색은 여전히 안 좋아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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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운 [35]

"여주야, 괜찮아?"

하여주 [28]

"저... 죄송해요. 속이 안 좋아서 먼저 가볼게요."

윤도현 [51]

"어어, 그래. 얼른 가서 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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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운 [35]

"같이 가자, 기다려."

하여주 [28]

"아, 괜찮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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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운 [35]

"내가 안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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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운 [35]

"죄송해요, 치안총감님. 다음에 다시 연락드릴게요."

치안총감 [51]

"괜찮다. 얼른 가봐라."

치안총감 [51]

"하 순경도, 다음에 같이 보면 좋겠네."

하여주 [28]

"아, 네... 좋아요."

하여주 [28]

"내일 뵙겠습니다."

하여주 [28]

"저, 아버님... 죄송합니다."

윤도현 [51]

"아냐, 괜찮아."

윤도현 [51]

"억지로 먹으면 안되지."

윤도현 [51]

"집 가서 푹 쉬고, 나중에 보자-"

하여주 [28]

"네, 감사합니다."

짐을 챙기고 먼저 식당을 나가는 여주의 눈은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거 같이 일렁였고 가방을 든 손은 사정없이 떨렸다. 그걸 보던 도운도 다급하게 짐을 챙겨 여주를 따라나갔다. 어릴 때의 위태롭던 여주가 겹쳐보였기 때문이었다.

도운의 차를 탄 여주는 아무 말없이 차창만 보고 있었다. 도운은 그런 여주에 통 운전에 집중하지 못하고 여주를 힐끗힐끗 보고 있었다. 옛 기억이 스멀스멀 올라와 여주를 누르는 듯한 느낌에 여주는 눈물을 꾹 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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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운 [35]

"...여주야."

하여주 [28]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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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운 [35]

"무슨 일 있었는지... 말해주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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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운 [35]

"나한테 다 얘기하기로 한 거 같은데."

하여주 [28]

"...아니에요. 그냥, 진짜 속이 좀 안 좋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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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운 [35]

"그렇다기엔 치안총감님이 말하시자마자 화장실 가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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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운 [35]

"너 스트레스 받으면 토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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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운 [35]

"나한테 뭘 숨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하여주 [28]

".....아무것도 아니에요,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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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운 [35]

"하여주."

하여주 [28]

"아저씨 들으면 화나실 수도 있어서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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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운 [35]

"그러니까 그거 말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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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운 [35]

"설마 너 또...!"

하여주 [28]

"...이용 좀 하려 했는데 못했어요."

하여주 [28]

"언제까지고 아저씨 이름 팔아먹기 싫어서 안 그랬어요."

하여주 [28]

"그렇게까지 했는데도 이룬 거 하나 없이 일이 마무리 돼서..."

하여주 [28]

"치안총감님만 뵈면 자꾸 그때 일이 떠올라서 힘들어요."

하여주 [28]

"그래봤자 다 어리광이고 쓸데없는 트라우마 생겨서 애 같은 짓 한 거 아는데..."

하여주 [28]

"이게 제가 바라던 경찰일까 싶어서 힘들어요, 그냥..."

하여주 [28]

"저 어떡해요..."

결국 울음이 터진 여주가 손에 얼굴을 파묻었고 그걸 본 도운은 잠시 차를 한적한 도로 한 켠에 세웠다. 소리를 내며 우는 여주를 아무 말 없이 안아주는 도운에 그 울음소리가 더 커졌다. 아직 다 크지 못한 아이가 지니고 있던 부담이 한꺼번에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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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운 [35]

"미안해... 너 이렇게 힘든줄도 모르고 다그쳐서 미안해."

하여주 [28]

"아저씨... 저, 경찰 일 못하겠어요... 도와주세요..."

마음에도 없는 소리였다. 한낱 두려움 때문에 덜컥 튀어나온 말일 뿐 여주는 그 누구보다도 이 일을 사랑했다. 도운도 그걸 알아서 그 말에는 동조하지 않고 오히려 힘을 주어 더 꽉 안아줬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도록 말이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떨리던 여주의 어깨가 진정되자 도운은 품에서 여주를 떼어내고 여주의 눈물을 닦아줬다. 여주는 우물쭈물거리며 망설이다가 도운에게 아까 한 말 진심 아니라고 했고, 도운은 다 안다는 듯 아무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하여주 [28]

"...저 내일 출근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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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운 [35]

"막상 나가면 또 잘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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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운 [35]

"선배들이 널 괜히 믿는 게 아니잖아."

하여주 [28]

"...감사해요,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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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운 [35]

"도움 필요하면 언제든지 얘기해. 알겠지?"

신뢰로 가득 차있는 도운의 눈을 보던 여주는 이내 웃어보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직도 눈물이 고여있어 반짝거리는 여주의 눈을 손가락으로 닦아주는 도운에 다시금 위로가 되고 내일 일을 할 힘을 얻는 여주였다.

힘든 일이 있어도 꼭꼭 숨기던 예전의 여주와는 달리 울면서 털어놓는 지금의 여주는 알게 모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성장을 바라던 여주는 도운도 모르게 이미 그 바람을 조금씩 이뤄가고 있었다.

그 일이 있고 나서도 며칠 내내 적응되지도 않는 사무 업무만 줄곧 했다. 사건이 안 들어와도 힘들고, 들어와도 힘든 강력 1팀의 생활이 지속됐다. 그래도 오늘은 정형화된 날에서 조금 벗어난 날인 팔 깁스 때문에 정 경사님과 병원에 가야 하는 날이었다.

원래 김 경사님, 전 순경님도 화상 치료 때문에 같이 갔었는데 예상치 못하게 치료일이 어긋나는 바람에 아직까지도 어색한 정 경사님과 단둘이 외출이었다. 정 경사님은 여전히 어딘가 정신이 없는 상태셔서 더 걱정이었다.

하여주 [28]

"저, 병원 갔다오겠습니다!"

전정국 [27] image

전정국 [27]

"아... 나도 차라리 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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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30]

"화상 치료 아프다고 난리 쳤으면서 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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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32]

"정 경사, 병원 갔다와서 잠깐 나랑 면담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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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30]

"...네, 다녀올게요."

김 경감님은 그런 정 경사님을 보시며 괜찮아지겠지라는 생각으로 며칠째 가만히 놔두시다가 오늘은 도저히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셨는지 결국 면담 신청을 하셨다. 정 경사님은 텅 빈 눈으로 차키를 챙기며 대답하셨다. 나도 오늘은 어색함을 좀 풀어야지 싶었다.

깁스를 풀고 김현성씨에게 찔린 어깨를 보며 향후 치료에 대한 의사의 소견을 들었다. 이제 깁스는 풀어도 되는데 붕대만 감고 치료는 게속 받으러 오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치료와는 별개로 병실에 들어가 추가적인 링거를 맞았다.

내가 며칠 사이 적응 안되는 사무 업무 때문에 잠을 별로 못 잔 걸 안 정 경사님이 놔달라한 링거였다. 정 경사님은 정신이 온전치 않은 상태에서도 여전히 다정하셨다.

병실 침대에 기대누워 1시간짜리 링거를 맞는 동안 정 경사님은 아무 말없이 앉아계셨다. 휴대전화를 보는 것도, 나와 얘기를 나누는 것도 아닌 그냥 정말 가만히 앉아계셨다. 그런 정 경사님에 나도 겨우 용기를 내어 입을 뗐다.

하여주 [28]

"저... 정 경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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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30]

"...왜."

하여주 [28]

"그... 죄송해요, 저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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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30]

"뭐가."

하여주 [28]

"저번에 반항하고... 이 경장님 일 때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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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30]

"됐어, 뭘 그런 걸로 사과해."

하여주 [28]

"...저 때문에 요즘 힘드신 거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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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30]

"너 때문 아니야. 왜 그렇게 생각해."

하여주 [28]

"제가 괜히 들쑤신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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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30]

"...아니야, 절대 아니야."

하여주 [28]

"근데 자꾸 저 피하시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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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30]

"피한 적 없어. 잠깐 생각 정리가 좀 필요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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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30]

"좋지 않은 과거 상기돼서 며칠간 팀 분위기 망친 건 맞는데 그거 너 때문 아니야."

하여주 [28]

"그러면... 저 안 피하시면 안돼요?"

하여주 [28]

"죄송해요, 그냥 다 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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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30]

"알겠어, 내가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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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30]

"그러니까 내 눈치 보지 마."

하여주 [28]

"네..."

그뒤로 링거를 다 맞는 동안에 한 마디 말도 오가지 않았고 생각과는 다르게 더 어색해진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직 정 경사님이 마음을 다잡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계시는 거 같아 나도 더 이상의 말을 걸지 못했다.

이 상황, 그리고 정 경사님의 저런 상태에서, 한 번 더 말을 걸었다가는 정말 싸울 거 같아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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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30]

"가자."

링거를 다 맞자 정 경사님이 직접 주사바늘을 빼주셨고 반창고까지 꼼꼼하게 붙여주셨다. 짧은 말 한 마디 후 먼저 병실을 나가버리는 정 경사님에 나도 급하게 침대에서 일어나 정 경사님을 쫓았다.

한편 하 순경과 정 경사가 서에 도착하자마자 그런 정 경사를 끌고 빈 회의실에 온 김 경감. 한참을 아무 말없이 의자에 앉아있는데 대화를 할 생각이 전혀 없어보이는 정 경사에 김 경감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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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32]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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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30]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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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30]

"업무에 지장 없게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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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32]

"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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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32]

"내 말 뜻 그거 아닌 거 알잖아."

김 경감의 말 때문이었던 걸까. 순식간에 싸하게 가라앉은 분위기가 형성되었고 눈을 안 마주치러 고개를 숙이고 있던 정 경사가 그제야 고개를 들어 김 경감을 쳐다봤다. 김 경감은 인상을 찌푸리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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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32]

"이 경장 일 있고 너 과거 생각나서 며칠 동안 정신 없이 일하고, 실수 잦은 거, 팀 분위기 망치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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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32]

"다 이해해, 기다려줄 수 있어. 근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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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32]

"너가 무슨 껍데기처럼 지내잖아. 그게 걱정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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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30]

"...왜 걱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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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32]

"정 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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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30]

"팀장님 말대로... 실수 자주 해서 업무에 지장 가고, 팀 분위기 망치고 그러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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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30]

"다 제가 정신 못 차려서 생긴 일이고, 제 잘못인데 왜 걱정 하시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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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32]

"야, 너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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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30]

"저만 괜찮아지면 모든 게 원상복구 되니까, 저 신경 쓰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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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32]

".....정호석. 말 이쁘게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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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32]

"우리 애들이 언제 너 안 걱정한 적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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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32]

"너가 잘못한 걸 떠나서 너무 위태로워보여서 걱정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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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32]

"미친 소리 하지 말고 제발 정신 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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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30]

"이 경장 정직 처분 끝나면 저고 하 순경이고 들쑤실 게 뻔한데 저는 어떡하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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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30]

"그땐 정말로 못 버틸 거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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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32]

"그래서 일 그만 둘 거야?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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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32]

"의사 준비 그만두고 경찰 돼서 상실감 큰 거 알겠는데 너부터 챙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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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32]

"언제까지 이 경장이랑 있던 일에 갇혀있을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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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30]

"팀원들한테도 말 못 꺼낼 만큼 아픈 기억 건들지 말아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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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30]

"경감님께는 별 일 아닐지 몰라도, 저한테는..."

잘 말하다가 갑자기 감정이 올라왔는지 눈에 눈물이 차오른 정 경사는 말을 멈추고 고개를 떨구더니 먼저 회의실을 나가버렸다. 회의실에 혼자 남은 김 경감의 손이 떨리다가 그 위에 눈물 몇 방울이 떨어졌다.

강력 1팀은 지금 서로의 아픈 기억을 이겨내다 못해 보듬어주지도 못하고 날서있었다.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어 면담을 신청했던 김 경감의 의도와 달리 서로에게 큰 상처만 남게 되었다.

미안해요... 🥲 수사일지 작성은 끝났는데 에피소드 구상이 조금 오래 걸리고, '일가족 방화 살인 사건 🚒' 때처럼 대장정이 다시 시작될 거 같아 준비 시간이 조금 걸렸네요 🥹

죄송한 마음에서 다음 사건명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종합병원 유령의사 사건 👻' 저한테도 꽤 도전인 사건인데요...! 열심히 써서 실망 시켜드리지 않을 테니까 기대 많이 해주시고, 다음화는 정말로 사건 에피소드로 만나요 🥰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아디들 💙💙

_ 글자수 : 6691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