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하지 못한 기자님

| 23화 |

김여주

......네...?

김여주

당연히...-

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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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여주씨가 말하려는 동시에 오른쪽 귀로 딸랑- 이라는 소리가 들려왔고,

손님이 들어와도 아무말이 없고 바라만 보는 여주씨의 반응에 나도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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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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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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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4천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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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현금영수증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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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아니요.

김태형의 눈은 여주씨에게로 가 있었다.

여주씨는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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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주문하신 아메리카노 한 잔 나왔습니다.

앉아있던 김태형이 일어나 내가 주는 잔을 받았다.

김태형은 마치 자신을 잡아달라는 듯, 카운터에서 출구까지의 길을 아주 천천히 걸었다.

김여주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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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네...?

김여주

아니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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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말을 하다가 말아버린 여주씨에 김태형은 아무말 없이 여주씨를 쳐다보더니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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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맛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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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다음에 또 올게요.

딸랑-

다음에 또 온다는 건, 몇 번이고 여주씨를 찾아오겠다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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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야야. 너 또 실검 1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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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너 유리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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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그 사람 이상형이 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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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와... 대박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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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감사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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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반응이 그게 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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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유리라고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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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우리나라에서 예쁘다고 뜬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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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너는 뭐 감정 같은게 안생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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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관심없어 그런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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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와... 이거 눈이 삐었구만 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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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솔직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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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김연서보다는... 유리가 훨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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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예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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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어 그거는 너 기준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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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내 눈에는 유리고 뭐고 김연서가 제일 예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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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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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단단히 미쳤네.

김여주

우와...

김여주

저 이런 집 처음 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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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R 회장 부인

네가 곧 살게 될 집인데 뭘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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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R 회장 부인

네 짐 그대로 다 네 방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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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R 회장 부인

이사 한 번도 안했거든.

김여주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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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R 회장 부인

네 방은 2층 끝쪽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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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R 회장 부인

천천히 둘러보고 와.

김여주

네...!

철컥-

처음 보는 진짜 내 방.

들어가자마자 김태형과 찍은 사진들이 보였다.

다른 친구들의 얼굴은 거의 없었다.

벽에 붙여져 있는 사진들도 전부 김태형이었고,

책상위에 놓여져 있는 사진 마저 김태형과 찍은 사진이었다.

드륵-

책상에 붙어있던 서랍을 열었다.

'2학년 5반 3번 김연서'

'100'

김여주

......?

오래된 100점 시험지를 보자마자 머리가 지끈 아파왔다.

그리고 내 귀에 겉도는 김태형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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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와 올백. 미쳤다 김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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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어학연수 가는거냐?'

김여주

아...

스쳐지나갔지만 강렬했다.

기억의 조각들이 내 머릿속에서 떠돌아다니는 듯 했다.

김여주

아... 머리야.

더 이상 이 기억을 찾고 싶지 않았다.

내 옛날 물건들이 내 기억들을 자극시켰다. 머리에서는 식은땀이 났고, 이 기억들을 감당하기엔 난 나약했다.

김여주

나 엄청 행복한 사람이었구나.

모든 사진 속에 나는 누구보다 행복하게 활짝 웃고 있었다.

툭-

'김연서에게.'

책상 위에 놓여져 있던 많은 종이들 중 분홍색 편지지 하나가 내 발 앞에 떨어졌다.

'나 김태형이야.'

'열 다섯번째 생일 축하해.'

'너 곧 어학연수 가서 몇 달 얼굴 못보겠다.'

'나 보고 싶다고 울지나 마.'

'몇 달 사이에 외국물 잔뜩 먹어서 나 버리면 안돼는 거 알지?'

'뭐 어차피'

'니가 나 버린다고 내가 너 포기하지는 않을 거긴 한데.'

'아무튼.'

'어학연수 잘 다녀오고'

'사고 치지 말고'

'연락 자주 해.'

'니 어학연수 다녀오는 사이에'

'키 5cm는 더 커져있고'

'어깨는 10cm 정도 넓혀져 있을거니까'

'못알아보지 마.'

'너무 멋있어져서 니가 못알아볼지도 모르겠네.'

'니가 나 못알아본다고 해도 난 그대로야.'

'언제나'

'네 곁에서'

'한결같이'

'너 좋아하는'

'김태형.'

'니가 말했다.'

'어학연수 다녀와서 내 고백에 대한 답 해주겠다고.'

'벌써부터 보고싶어지려고 한다.'

'내일 학교에서 보자'

'생일축하해.'

- 태형이가.

편지지 위로 눈물이 한 두방울 씩 떨어졌다.

무슨 감정인지 깨닫지 못한 채 두 눈에서 눈물이 줄줄 흘러나올 뿐이었다.

추억을 기억하지 못하는 죄책감 때문이었을까,

한결같은 김태형에 대한 감동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