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하지 못한 기자님
| 04화 |


"THLO에 네 전화번호 넘겼다고."

김여주
아니... 제 전화번호를 왜요...?

"몰라. 달라고 하던데. 그래도 이렇게까지는 안하던데, 너 잘못 걸린 것 같더라."

김여주
팀장님은 왜 남의 번호를 막...!

김여주
하아... 아니에요. 죄송해요.

회사로 내 전화번호가 넘겼다는 건, 언제 어느때 김태형이 그 전화번호를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김태형 같이 바쁜 사람이 기자 따위를 신경 쓸까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불안했다.

"정신차리고 특종이나 잡아와."

그놈의 특종 특종. 꼬우면 지가 잡던가.


박지민
번호 왔네.


김태형
나한테 카톡으로 보내줘.


김태형
내가 직접 만나게.


박지민
어. 잠시ㅁ-

부우우우웅- 부우우우웅-


김태형
하... 대표님이다.


김태형
"여보세요?"


김태형
"...네. 알겠습니다. 네네."

뚝-


박지민
대표님이 뭐라셔?


김태형
나 나서지 말래. 왜 평소답지 않게 그러냐는데.


박지민
그럴만도 하지. 네가 나선 적도 없고, 이렇게까지 예민하게 군 건 이번이 처음이니까.


김태형
너무 예민했나.


김태형
나는 근데 기자님께 그냥 부탁드리고 싶어서 그런건데.


박지민
부탁? 협박 아니고?


김태형
협박하면 뭐 있는 줄 알고 더 악착같이 쫓아다닐걸.


김태형
울면서 부탁해야하지. 스트레스 받는다고.


박지민
아무튼 이번건은 그렇게 큰 기사도 아니니까 회사가 잘 처리할거야.


김태형
알았어. 나도 더 이상 관여 안할게.

김여주
하아- 너무 힘든 하루였다.

부우웅, 부웅,

' 할머니 할아버지 기일 '

김여주
아...

김여주
기일도 얼마 안남았구나.

김여주
아휴, 오늘따라 우리 할무니 할부지 너무 보고싶네~

오늘 같이 힘든 날에는 더더욱 보고 싶었다. 살아만 계셨더라면 지금쯤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위로받으면서 웃고 있을텐데.

어둡고 차가운 공기. 그 속에서 저 높이 있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김여주
저게 우리 할머니. 우리 할어버지인가보네 ㅎ

별로 보이지도 않은 별 중에 가장 밝게 빛나는 별 두개를 가리키며 난 중얼거렸다.



김태형
여기서 뭐해? ㅎㅎ

김여주
??? 왜 여기 있어??


김태형
너 퇴근 할 때까지 기다렸지.

김여주
나를? 왜?


김태형
보고싶어서~

김여주
아...

김태형을 보자 눈물이 왈칵 쏟아나오려고 했다. 너무 힘든 지금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할 때, 환하게 웃으며 딱 나타나줘서.


김태형
? 너 울어...?

김여주
아... 아니야.

내가 글썽이는 걸 본 김태형은 표정이 굳어지더니 당황했다.


김태형
오늘은 내가 좀 빠져줘야겠네.



김태형
이거 먹어. 너 이거 옛날에 엄청 좋아했잖아.

김태형은 떡볶이과자를 내밀며 말했다. 이렇게 보니 연서라는 사람과 내 취향이 비슷한가 보다. 나도 이 과자 엄청 좋아하는데.

피식하고 웃음이 나왔다.



김태형
웃었다.


김태형
가볼게. 푹 쉬어.

김여주
고마워.

김여주
......

김여주
이 사진도 거의 10년이 다 되어가는구나.

고등학교 1학년 때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우리집 앞에서 찍은 사진을 매만졌다.

김여주
중딩때 사진도 있었으면 좋았을 걸...

9년전-

김여주
....!

김여주
ㅇ, 여기가 어디에요...?

눈을 떴을 때는 난 캐나다에 있었다. 이름 조차 기억나지 않은 채로.

할머니
너 기억 안나는거니?

할아버지
...여주야... 할아버지 기억 안 나?

김여주
여주요? 누가요, 제가요?

김여주
근데 누구세요?

사고로 나는 기억을 잃었다. 사고가 나기 전까지의 모든 기억을 말이다.

그래서 나는 열 여섯살까지의 기억이 없다, 유감스럽게도.

그렇게 나는 할머니, 할아버지 손에서 내가 기억나는 인생의 평생을 자라왔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시기 전까지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나는 한국으로 들어왔다.

내 인생의 전부였던 할머니,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난 삶을 살아갈 기력이 없었다.

그래도 이겨내고, 버텨내서 서울에 있는 내가 원하는 직장도 들어가고,

악착같이 모으고 모아서 직장 주변에 있는 집까지 얻었는데.

그렇게 힘들었던 지금까지의 순간들이

"김태형의 특종" 하나로 무너진다는 현실이 너무 비참해서.

내 밥줄이 달린 김태형에게 자꾸 마음이 가고,

넘으면 안돼는 선을 넘을 것 같은 불안함에 지쳐서.

그래서, 그 날은 펑펑 울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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