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29화



강여주
흐억...!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니 내가 있는 곳은 학교가 아닌 병실이었다.


강여주
어..?

주위를 둘러봐도 내 곁엔 아무도 있지 않았다.


강여주
저기..!

나는 병실 밖을 지나가는 간호사를 불렀다.

간호사
아..! 환자분, 깨어나셨네요..!

간호사
조금만 누워서 기다려주세요, 의사 선생님 불러올게요!


강여주
... 네..

나는 상황파악이 덜 된 채로 다시 침대에 누웠다.

나.. 분명 학교에서 쓰러졌었지..?


강여주
아 시험..


강여주
아아.... 어떡하지....

큰일났다, 시험도 치르기 전에 쓰러진 거면..

여은이가 여태껏 닦아놓은 길이...

-드르륵

의사
깨어나셨네요


강여주
저.. 얼마나 기절해있었나요?

의사
3시간 쯤이요.

의사
보호자분은 어디 가셨지..


강여주
보호자요..?

어머니가 왔다 가셨나..

간호사
아, 아버지라면 옆에 계시다가 방금 전에 나가셨어요.

아버지..?

방금 전에 나갔다고..?

그러면 내가 깨기 전까지 3시간동안 내 곁에 있었다는 거야..?

의사
아.. 이거 설명을 같이 들으셔야 할 텐데..

간호사
전화를 드려볼까요?

의사
.. 됐어요, 환자분께 설명해드릴 테니 아버지께 잘 전달해주세요.


강여주
아.. 네..

내 연락 안 보실 텐데..

의사
환자분께서는 심한 피로와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의사
자율 신경 기능에 이상이 생겨 갑작스럽게 기절한 것으로 보입니다.

의사
최근에 무언가 원인이 될 만한 것이 있었나요?


강여주
...


강여주
시험때문에 무리를 하는 바람에..

의사
그것말고는 없었나요?


강여주
...

차마 어머니가 바람 났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강여주
네..

의사
당분간 무리하지 말고 푹 쉬세요.

의사
공부도 중요하지만 건강을 제일 우선으로 챙겨야 해요.


강여주
.....


강여주
.. 이번에 내신 망치면 안 되는데..

간호사
.. 환자분께 많이 중요한가보네요.

의사
그래도 또 쓰러지면 안 되니 주의하셔야 합니다.

의사
퇴원하셔도 좋고, 약 처방 받고 가세요.


강여주
... 네

-철컥,

버스를 타고 겨우 집에 도착했다.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강여주
...


강여주
아버지한테 문자나 해볼까..

오후 1:09

강여주
-오늘 병원 오셨어요?

답이 오지 않을 것이 뻔했지만 조금의 희망을 갖고 전송을 눌렀다.

병문안 같은 건 죽어도 안 가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아버지도 나름 나를 신경 쓰고 계셨던 걸까.

아니면 그저 시험을 치르지 못해서 분노하며 찾아오신 걸까.

-지잉


강여주
... 아버지..?

오후 1:11
아버지
-응


강여주
...!!

오후 1:11
아버지
-집이니?

오후 1:11

강여주
-네

아버지에게 답장을 받다니, 기분이 이상했다.

오후 1:12
아버지
-그리로 가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라

집으로 오고 있다고...?

어째서..

나는 괜히 긴장이 되었다.

.

..

...

-띡 띡 띡 띡,

-철컥,

아버지가 왔다.


강여주
아버지..!

아버지
여주야,

처음 듣는 아버지의 다정한 목소리였다.

아버지
여주야.. 미안하다... 미안해.....

아버지가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 나를 꽉 안으셨다.

남자 향수 냄새가 강하게 났다.

여태 맡아왔던 담배 냄새가 아니었다.


강여주
...!

아버지
내가 많이 잘못하고 있다는 걸 이제 알았다.

아버지
의식이 없는 너를 보니 눈물이 흐르더구나.

아버지
여태 몰라봐서 미안하다, 여주야.

아버지
모든 게 내 욕심이었다.


강여주
....

갑자기 변한 아버지가 너무나도 낯설었다.

누군가가 아버지를 바꿔치기 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달라진 아버지였다.

아버지
너무.. 무리하지 않아도 된다.


강여주
...

너무나도 당황스러웠지만 마음 한 켠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줄줄 흘렀다.

아버지
...

아버지
곧 중요한 미팅이 있어서 이제 가봐야 할 것 같구나

아버지는 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난생 처음 느껴보는 따스한 촉감이었다.

아버지가 빙긋 웃고는 집에서 나갔다.


강여주
...

나는 벙찐 채로 아버지가 서 계시던 현관을 응시했다.


강여주
뭐야...?

꿈인가,

기절한 상태로 꿈을 꾸고 있는 건가..

쿵-,


강여주
으.. 아야..

벽에 머리를 박았더니 머리가 아파왔다.

꿈이 아니네..

-지잉


강여주
.. 누구지

오후 1:37

jeonghaniyoo_n
누나!!!


강여주
정한이다..!

오후 1:38

yeoj2o_r
응?

오후 1:38

jeonghaniyoo_n
쓰러졌었다며요..

오후 1:38

jeonghaniyoo_n
괜찮아요..?

오후 1:38

jeonghaniyoo_n
어제 내가 괜히 붙잡아뒀나..

오후 1:39

yeoj2o_r
나 이제 괜찮아 ㅎㅎ

오후 1:39

yeoj2o_r
그리고 어제 좋았으니까 죄책감 가지지 말구

오후 1:42

jeonghaniyoo_n
괜찮은 거 맞아요? ㅠㅠ

오후 1:42

yeoj2o_r
응 괜찮아

오후 1:43

jeonghaniyoo_n
누나

오후 1:43

yeoj2o_r
응?

오후 1:43

jeonghaniyoo_n
집 앞으로 잠깐 나와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