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엔딩, 그리고 또 다른 이야기
01


여학생
야, 너 그거 알아? 점심시간에 누가 고백한다고 그러던데.

여학생
진짜? 누군데?

여학생
그 있잖아, 이번 2학기에 전학 온 걔.

여학생
여주인가 뭔가 걔? 걔 전학 오자마자 인기 많아서 신기했잖아.

여학생
이따가 구경하러 가자.

여학생
그래!




점심시간이 끝난지 얼마 안 되어 운동장에는 학생들이 붐볐다.

그 운동장 가운데엔 여주와 정국이 나란히 서 있었다.

여주는 긴장한 듯 땀이 나는 손을 꼭 쥐고 입을 열었다.

조여주
정국아.. 나 오랫동안 많이 고민했어.

조여주
내가 전학 오고 나한테 잘해준 너한테 조금씩 눈길이 가더라.

조여주
당황스럽다면 미안해. 그치만.. 내 마음을 전하고 싶어. 나랑 사귀지 않을래?

정국의 눈이 토끼처럼 커지고 얼굴이 붉어졌다. 붉어진 정국의 얼굴을 따라 주변에 있던 학생들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오~! 전정국 성공했는데?"

"남자답게 받아줘라!"

정국의 입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누군가 본드를 붙인 것처럼 꼼짝도 안 했다.

그럴수록 여주의 마음은 타들어갔다.


전정국
그래, 좋아.

여주는 입이 귀에 걸릴 듯이 환하게 웃었고 정국 역시 여주와 함께 웃었다.

아이들의 함성과 축하한다는 말이 운동장에 울려퍼졌다.

끝-




굉장히 불안했다. 전정국이 조여주 고백을 받으면 어떡하지?

분명 정국이는 날 좋아하는데. 진심으로 날 좋아한다면 조여주의 고백을 받아주진 않겠지.

조여주가 말을 쉽게 꺼내지 못하자 정국은 뒷목을 긁적거렸다.

조여주
정국아.. 나 오랫동안 많이 고민했어.

드디어 조여주가 고백을 했다. 받지 말아달라는 눈빛으로 전정국을 쳐다보았지만 나를 쳐다보는 척도 하지 않았다.

조여주
내가 전학 오고 잘해준 너한테 조금씩 눈길이 가더라.

조여주
당황스럽다면 미안해. 그치만.. 내 마음을 전하고 싶어. 나랑 사귀지 않을래?

전정국의 얼굴이 붉어지고 주변에서 시끄러워졌다.

전정국은 부담스러울 때나 당황할 때 얼굴이 붉어졌다.

부담스럽다면 조여주의 고백을 받지는 않겠지. 고백을 거절하겠지.


전정국
그래, 좋아.

전정국의 말을 듣자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은 느낌이었다.

조여주가 부담스러운 거 아니었어? 네 얼굴에도 그렇게 쓰여있었는데?

조여주가 오기 전까지만 해도 나랑 썸타고 있던거 아니었어?

도대체.. 왜? 왜 조여주의 고백을 받은 거니?

코 끝이 찡했다. 목에 뭔가가 걸린 것처럼 숨이 턱턱 막혀왔다.

주저앉은 나에게 누군가 다가와 내 등을 토닥였다.


최예나
괜찮아 악주희?


최예나
전정국 쟤는 너랑 썸타고 있는 거 아니었어? 갑자기 조여주랑 사귀는 게 말이 돼? 어이가 없어서.


최예나
여주 쟤 엄청 여우짓하면서 전정국한테 달라붙더니, 결국 넘어갔네 넘어갔어.


최예나
야, 너도 뭐라고 좀 해. 답답하지도 않아?

악주희
나도 뭐라고 하고 싶어, 가슴도 답답하고. 근데 내가 여기서 뭐라고 한다해서 달라지는 게 있어?

악주희
이제 나도 뭘 해야할지 모르겠어.


최예나
모르긴 뭘 몰라! 소개팅이라도 해줄까?

악주희
소개팅? 나랑 안 맞으면 어떡해.

솔직히 전정국 말고는 연애할 생각이 없었기에 소개팅은 부담스러웠다.


최예나
전정국 잊고 싶잖아. 안 그래?

예나의 말은 틀리지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반항하고 싶었다.

악주희
그냥 내가 나중에 소개팅 하고 싶은 마음 생기면 연락 줄게.


최예나
그냥 소개팅 하면 되잖아? 한 번만 해 보라니까.


최예나
아니다, 아니야. 네 마음대로 해라.

악주희
종칠 것 같은데 들어가자.




수업 때 내용은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전정국이 조여주의 고백을 받아준 그 장면만 무한으로 반복될 뿐이었다.

침대에 눕자 그 장면을 보고서도 눈물이 나지 않았는데 조금씩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남자 하나 때문에 눈물 흘리는 게 싫었지만 내 마음을 모르는 것인지 눈물은 멈추려 하지 않았다.

지잉- 지잉-

갑자기 울린 휴대폰 덕에 눈물을 멈출 수 있었고 옷소매로 눈을 꾹꾹 누르며 눈물 흔적을 지웠다.


전정국
-미안해.

전정국의 톡 내용은 의미를 알 수 없었다.

전정국이 무엇이 미안하다는 것일까?

공개 고백할 때 내가 쳐다봤는데 무시해서?

아니면 주저앉은 나를 보고도 모르는 척해서?

그것도 아니라면, 조여주의 고백을 받아서?

악주희
-뭐가 미안하다는 건데?


전정국
-그냥 다 미안해.

악주희
-여친 생겼는데 나한테 연락 해도 되니? 네 여친이 뭐라고 안 해?

악주희
-연락 안 했으면 좋겠어.


전정국
-나 지금 너네 집 앞인데 잠깐만 나와주라.

악주희
-됐어. 그냥 가.


전정국
-이번에 대화 한 번 하면 앞으로 다시 안 올게.

안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