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그의 완벽한 이별법

완벽한 이별법 05

You

"..죄송합니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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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지훈

"어우, 아니요. 괜찮습니다."

바보 멍청이에 세상에서 제일 가는 또라이라며 강의건을 한창 씹는 중에 손에 들린 커피를 지나가던 사람에게 쏟아버렸다.

..큰일났다. 옆 부서 꽃돌이라 불리는 박지훈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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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지훈

"저, 마케팅 김여주 대리님 맞으시죠?"

얼마 전에 옮겨오셨다는. 맞죠? 작게 웃으며 말하는 게 예쁘긴 했는데.

You

"진짜 죄송해요.."

세탁비 드릴테니 새로 사라고만 하지 말아주세요.. 마음 속 저 깊은 곳에서 웅얼이는 속마음이 은근히 거슬리게 들려왔다.

하지만 정보화시대 대한민국에 사는 나 김여주. 옷 한벌 로고 정도는 읽을 줄 알기에.

..작게 핸드메이드라 적힌 고가의 블라우스를 쳐다만 보고 비굴하게 꿇었다.

일단 살아야 될 거 아니야!

그리고 생각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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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지훈

"에-, 자꾸 사과하지 마세요."

You

"그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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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지훈

"..그럼, 저 하나만 부탁해도 될까요?"

제발. 제발. 재구입만 아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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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지훈

"우리 오늘부터 점심 같이 먹을래요?"

You

"...네?"

착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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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지훈

"파스타 좋아하시죠?"

You

"..아하하하. 네, 그럼요."

젠장. 여기도 돈 꽤나 깨지겠구나. 안녕, 치킨들아. 속으로 엉엉 울었다. 비싼 건 둘째치고 분위기도 좀,..

옆을 둘러보니 다정다감 분위기를 뽐내는 커플들이 예쁘게 차려입고 고상하게 음식을 입에 넣는 모습이 보였다.

먹는데 왜 예의를 지키라는 걸까. 아니, 진심으로. 도대체 왜? 저렇게 우아하게 나이프로 찔끔찔끔, 버섯 반조각 씩 먹으면 맛이 달라져? 눈살을 티나지 않게 찌푸려주고 꽃돌, 아니. 지훈씨의 뒤를 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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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지훈

"음, 크림파스타는 어떠세요?"

You

"좋아해요. 완전."

진심이었다. 돈 나가는 김에 비싼 거 맛있게 먹고 가자! 하는 마음에였다. 나름 대기업에서 젊은 나이에 대리까지 하는데 이정도면 평타지! 하고 말이다.

You

"..월 550..보증금..적금에 생활비..요금제.."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자본주의의 노예로서 돈 계산은 빠지지 못했다. 550에 혼자사는 여자? 거기다 안정적인 직업이기도 했다. 대리직책까지 맡고 있으니 더욱 더.

하지만 그것도 나름이지. 지름신 강림하면 몇 백을 긁어대는 나, 자신 때문에 통장 잔고가.. 휴. 말을 말자.

공부 한 만큼 학점도 좋았고, 강의건과 연애중에 대학졸업반이 딱 끝나자마자 인턴과정 1년을 밟았다. 원래로라면 둘 다 2년이 조금 넘는 과정을 거쳐야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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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의건

'우리 집이 작은 사업하나 한다고 했잖아.'

작은 사업(?)의 여파였는지 강의건은 바로 대리 진급.

나는 정당하게,

"위 김여주양은 수석 입학 및 졸업으로ᆢ"

죽어라 공부했다. 그래서 장학금 탔고, 그걸로는.

You

'마셔라! 부어부어!'

술집에 갔었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로 강의건하고 깨질 뻔했는데. 연 술집에 들어갔을 뿐인데 자꾸만 남자들이 들어오는거다. 룸까지 잡았는데! 알고보니 룸카페였단다. 뒷 이야기는.. 나중에.

지금은 진짜 깨진 전남친일 뿐이다.

어찌하였건 나는 그렇게 인턴을 끝내고 바로 사원이 되었다. 정규직의 힘! 으로 4년은 족히 걸린다는 진급을 2년만에 해낸 사건이 있었으니.

You

"이것은 미국 소프트웨어 개발사 마이크로 소프트의 창업자인 빌게이츠가-,"

빌게이츠가 고안했으나 당시 기술부족으로 포기했다는 아이디어 하나를 빌려와 싸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알아냈던 것이다. 덕분에 조사하느라 일주일을 샜지만.

그 후로 나는,

28살 커리어우먼으로 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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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지훈

"여주씨!"

뭘 그렇게 생각해요. 레드썬! 상큼하게 외치는 지훈씨가 귀여웠다. 어리긴 어리구나. 24? 23? 그 즈음 되려나. 잠시 멍을 때렸다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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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지훈

"..오. 심장 위험해."

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난 아직도 모르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