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한 걸 후회해

11. 맞다, 나쁜 남자였지

휴대폰이 켜지며 문자가 하나 왔다.

: 잘 잤어?

...

방금 일어난 건 어떻게 알았지?

그나저나 왜 번호도... 저장이...

: 많이 당황스럽지?

: 금방 갈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 너 배고프면 안 되니까.

...

답장을 하지 않고 문자를 무시했더니,

금방 오는 소름 돋는 문자.

: 읽고 있잖아.

: 답장해.

나는 바로 방을 둘러봤다.

그러자 멀리서 보이는 빨간 불빛.

나는 서둘러 그 빛을 가렸다.

: 무슨 짓이야?

: 멋대로 가두고 감시까지 하고.

그러나 답장은 없었고,

계속 기다리니 정인 오빠한테서 문자가 왔다.

: 여주야, 괜찮아?

: 내가 너무 미안해.

: 어쩔 수가 없었어...

나는 정인 오빠의 문자를 받자마자 한숨을 쉬었다.

: 오빠,

: 내가 지금 무슨 짓을 당하고 있는지 알아?

: 내가 잘못했으니까 도울게.

: 어디야?

: 나 민호 오빠네 집인데,

: 민호 오빠가 문도 잠그고 몰카도 설치해서 감금에 감시까지 당했어.

: 내가 이따 연락이 없으면 경찰에 신고해.

: 그러면 지금 갇혀있다는 거잖아?

: 바로 신고할게.

: 아니야, 지금 하지 마.

: 근데 이 오빠 출근한 거 아니야? 왜 벌써 와?

: 나한테 급한 일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보냈어...

: 어떻게든 말리지...

: 그럴 수가 없었어.

: 내 가족 걸고 협박을 했거든.

...

와,

내가 어제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이렇게 나쁜 사람한테...

그때, 민호 오빠에 의해 방문이 열렸다.

여주야! 배고팠지?

...

오빠.

응?

나 집에 가게 해 주면 안 돼?

...안 돼.

너 집에 안 가고 도망칠 거잖아.

아니, 진짜로 집에 가고 싶은 건데.

안 믿어.

내가 최근에 우연히 작품을 하나 봤거든?

여자 주인공이 도망을 잘 치더라고.

...

그런 작품을 왜 챙겨 봐?

나한테 써먹으려고?

응.

재밌잖아.

...

남자 주인공이 인기 많은 대학생이었는데,

나 같았으면 솔직히 상대가 인기가 많으니 도망 안 갈 것 같은데.

왜냐하면 상대가 잘났다는 뜻이니까.

지금 오빠 잘났다 뭐 그런 이야기 하려는 거야?

아니.

여기서 나갈 생각하지 마.

우리 할 거 다 한 사이잖아.

아, 사귀는 것만 남았네. 사귀자.

싫어. 나는 안 사귈 거야.

오빠가 성격 바꾸는 거 아니면.

나는 민호 오빠가 정인 오빠에게 했던 방식을 비슷하게 써먹기로 했다.

...협박을 하려고 했는데.

...

성격 바꾸는 거?

오빠는 내가 없으면 안 되는 사람인 것 같은데,

나는 나쁜 사람은 싫어서.

당연하지.

그런데 너 웃기다.

갑자기 협박을 하네?

오빠도 정인 오빠한테 협박했다며.

양정인이 너한테 말했어?

웃기네.

성격 바꾸려고 노력할 생각 있어?

나는 오빠가 착한 사람이면 만날 거야.

...

싫어.

나는 성격 안 바꾸고서도 너랑 사귈 수 있어.

무슨 소리야?

집에 가고 싶다고 했지?

보내 줄게. 집에 가.

정말? 갑자기?

응.

민호 오빠의 모습에는 뭔가 여유가 있었다.

...

알겠어. 그럼 간다.

순간 '뭐지?' 싶었지만 나는 다행히 집에 올 수 있었다.

* 몇 주가 지난 후.

민호 오빠가 집에 찾아왔다.

...왜 연락이 없어?

뭐가?

...

그리고 민호 오빠는 선반의 무언가를 보고,

표정이 그대로 굳었다.

너,

약 먹었지?

응.

(한숨) 어쩐지...

왜 약을 먹었어. 여자 몸에 좋지도 않은 거.

그냥 깔끔하게 2세 만들고 나랑 결혼도 했으면 좋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