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조선에서 왔어요, 도련님
24 | 그리라는 그림은 안그리고



스윽_

물감과 붓을 집어들더니 하얀 도화지를 멀뚱멀뚱 바라보고 있는 여주


전정국
그림, 안 그려요?

설여주
아.. 그것이...

설여주
제가 그림 그릴 딱 쓰던 것들과 너무 달라서..

설여주
잠시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녹록치 않은 환경탓에 검은색 먹물로만 그림을 그려오던 여주에게 이런 알록달록 물감은 이질감이 느껴지기 마련이었다


전정국
어...

어쩌지

나가서 서예할 때 쓰는 붓이라도 사와야되나


전정국
그리기 어려우면 안 그려도 되는..

설여주
하지만!

설여주
장인은 도구탓을 하지않는 법이지요ㅎ

소매를 걷어붙히곤 화사하게 웃어보인 여주가 붓을 집어들었다

어딘가 신이나 보이는 모습이 마치 어린아이 같았지


전정국
(피식 - )

설여주
도련님, 이건 어떻게 쓰면 됩니까?


전정국
그걸 여기다 이렇게 짜고


전정국
붓에 물을 묻혀서 여기다 그리면 되요

설여주
와..!

시범삼아 정국이 그은 빨간색 선을 보며 눈을 반짝반짝 빛내는 여주

설여주
색이 너무너무 예쁘네요!

설여주
이렇게나 붉은색은 봉숭아꽃으로도 내기 힘든데..


전정국
봉숭아꽃...?


전정국
내가 아는 그 손톱 물들이일 딱 쓰는 그거요?

설여주
(끄덕끄덕 - )

설여주
그나저나 도련님

설여주
이정도의 붉은색이면 꽤나 비싼 적색연료인듯한데_

설여주
도련님께선 돈이 많으신가봅니다..!

*적색연료 : 조선시대 때 붉은색을 내던 일종의 물감



전정국
ㅇ, 아하하..

되도않는 오해를 하고있네

이 오해를 풀기는 풀어야 겠는데


전정국
(힐끔 - )

설여주
색이 어쩜이리 고울까..!!

저렇게 신나있으니,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잖아

설여주
저.. 도련님!


전정국
네?

설여주
다른 색들도 써보아도 될까요...?


전정국
아 -


전정국
그럼요ㅎ


전정국
마음껏 쓰세요

설여주
(활짝 - )

설여주
감사합니다..!

환하게 미소를 짓는 여주를 보며 덩달아 입가에 미소를 띄우는 정국

허리를 살짝 숙이며 여주에게 가까이 다가간다


전정국
대신



전정국
나 예쁘게 잘 그려줘야되요?


전정국
우리 설여주 화가님만 믿겠습니다 -

설여주
(멍 - )

설여주
ㅇ, 아 - 네..!ㅎ




전정국
ㅈ, 저기...


전정국
이거 대체 언제 끝나는....

설여주
도련님, 자꾸 움직이시면 곤란합니다..!


전정국
아.. 미안해요...

각오는 하고있었다만, 이정도일줄이야

처음엔 나름 괜찮을거라 생각했다

집중하며 작은 손을 꼼지락거리는 모습을 보는것도 나름 재밌었고

선 하나를 그릴 때마다 뿌듯해하는 것도 귀여웠고

특히나_

설여주
(빠안히 - )


전정국
.............//

평소엔 눈도 제대로 못마주치면서 내 얼굴을 뚫어져라 보는것도 좀, 뭐랄까

묘하게 기분이 좋다고 해야되나


전정국
'물론 그림 그리려고 그러는거겠지만...'

근데 좋은것도 좋은거 나름이지

2시간이 넘어가니 슬슬 다리도 저리고 몸도 근질근질거려온다

거기다 조금만 움직여도 호통을 쳐대니, 원

조선시대 사람들은 원래 이렇게 인내심이 좋나


전정국
아직 멀었어요...?

설여주
거의다 끝나갑니다, 조금만 참아주세요

그말만 30분째라고요..ㅠㅠ


전정국
'어디 얼마나 그렸는지 한번...'

샤샥_


전정국
??

목을 살짝 앞으로 뺀 정국을 귀신같이 알아차리곤 그림을 가리는 여주

두손으로 그림을 감싸쥐고는 볼을 부풀리며 정국을 째려본다

설여주
보시면 안됩니다..!!


전정국
아니, 그냥 얼마나 그렸다 궁금해서...

설여주
다 그릴 때까진 비밀이에요!

여주의 단호한 말투에 시무룩해진 정국이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하지만 그림에 너무 집중하고 있던 여주는 그 모습을 보지못한 모양이었지

설여주
응?

설여주
도련님, 갑자기 왜 그렇게 입술이 튀어나오셨나요?

저건 순진한건지 멍청한건지


전정국
아무것도 아니니까 그림이나 마저 그리세요


전정국
지금 나보다 그림이 더 중요한것 아니에요?

아무렇지 않은척 하려는듯 보이나 말에 가시가 돋혀있는 정국의 말투

그런 그를 물끄럼이 바라보다 풋_ 웃음을 터트리는 여주이다

설여주
어리광을 부리시는 겁니까, 도련님ㅎ


전정국
어리광은 무슨..

설여주
최고로 멋지게 도련님을 그려드릴테니 조금만 더 참아주세요

설여주
정말 곧있으면 끝난답니다ㅎ

생긋, 정국과 눈을 맞추며 예쁘게 웃는 여주

조금더 토라진 티를 내려했던 정국의 계획과는 다르게 여주의 미소를 보자 사르르_ 녹아버린다


전정국
..............


전정국
..............딱 30분만 더 앉아있을거에요

설여주
그럼 소녀가 좀더 속도를 내볼게요!


전정국
(피식 - )

아자! 주먹을 불끈 쥐는 여주에 정국이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짓는다


전정국
못살아, 진짜..ㅎ

그리라는 그림은 안그리고 꽁냥대기 바쁜 두사람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