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 버렸다
04.시작하지도 않았는데...


*****


수학선생님
자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수학선생님
얘들아 숙제 잘 해오고


수학선생님
이제 집에 가


수학선생님
혹시 뭐 쌤한테 진학에 대해서 궁금한 거 있는 사람은


수학선생님
언제든지 와서 상담해도 돼

아이들
네

어차피 가봤자...

자기가 원하는대로 그 아이의 삶을 조작 할 거면서...

그건 상담이 아니잖아요..선생님...

그건....

한 아이의 인생과 꿈을...

짓밟는 행위잖아요...

*****


은비
다녀왔습니다


엄마
어 은비왔어?


은비
네...


엄마
은비야


은비
네?


엄마
고등학생 되기 전에 책 많이 읽어야 한대


은비
..네?


엄마
고등학생 되면 최상위권 애들 등수가 국어에서 갈린다더라


엄마
그래서 국어 실력 기르려면 책 많이 읽어야 한대


엄마
오늘부터 하루에 한 권씩 책 읽어


은비
.....


엄마
대답?


은비
네..

나는 거실을 등지고 내 방 안으로 들어왔다


은비
하아....

괜히 숨을 한번 깊게 쉬어보았다


은비
...책...읽기 싫은데...

난 휴대전화를 집어 들고는

웹소설을 읽었다


은비
.....


은비
이것도 책 읽는 거라고 하면..엄마한테 혼나겠지...?


은비
하아...

엄마가 추천하는 책은 읽기가 싫다

엄마가 읽으라고 하는 책들은 죄다 내용이 딱딱하고 지루한 것들 뿐이기 때문이다

사실..난..

책 읽는 것보다..

쓰는 게 더 좋은데....


은비
....소설..쓰고 싶다

내가 어렸을 때,

아니..어렸을 때는 아닌가..

불과 1년 전만 해도..

혼자 소설 쓰면서 놀았는데...

그때는...한창 꿈이 소설가였는데...

그냥 스쳐가는 여러 꿈 중 하나려니..하고 넘기려 했지만...

난...아직도..

글쓰기가..좋아...


은비
한번...꺼내볼까..?

난 1년간 묵혀두었던 내 소설 노트를 꺼냈다

그리고는 노트에게 말을 걸었다

마치 살아있는 사람를 대하듯이...


은비
..안녕?


은비
미안해...1년만에 널 꺼내서..


은비
널 향한 내 마음을 접으려 했는데...


은비
그럴 수 없어서 널 다시 만나게 되었네


은비
오랜만에...글이나 써 볼까..?

나는 1년 전에 쓴 글을 보며 다시 소설의 세계로 빠지기 시작했다


은비
ㅎㅎ...이때는 왜 이렇게 글을 못 썼지?

혼자 웃으면서 글을 다 읽고,

내용을 이어서 쓰기 시작했다

그때,


엄마
은비야 밥 먹...


은비
ㅇ..엄마..


엄마
...뭐해?


은비
.....


엄마
..공부는...언제하려고?


은비
나중에..할게요 엄마


엄마
...


엄마
일단 밥 먹게 나와


은비
....네

......

나..아직 한 글자도 못 썼는데...

마치 내 꿈같다..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끝내야만 하는...

"소설가"라는 내 꿈..

04.시작하지도 않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