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식

09

월은 침소에 눕자마자 태형의 손을 잡고 울기 시작했다.

허 월

저하...흑흑... 아버지께서 대체 왜...왜 이리 되신겁니까...

김태형

ㅈ..진정하시오. 별일 없을것이오. 내일 아바마마를 찾아뵈어 꼭 해결할 것이오.

태형은 죄목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지만 차마 말할 수 없었다. 우선 그녀를 진정시키는 것이 급선무였다.

다음 날, 태형은 눈을 뜨자마자 강녕전으로 향했다.

김태형

아바마마, 허융은 아무 잘못이 없사옵니다.

김태운

...세자가 그것을 어떻게 아느냐?

김태형

아바마마, 그것은 음모이옵니다. 윤대성과 간신들이 꾸민 음모란 말입니다!

태형이 소리를 높이자 태운이 책상을 치며 말했다.

김태운

지금 누구 앞에서 소리를 지르는 것이냐, 세자!! 내 너를 그렇게 가르치지는 않았다.

김태형

아바마마, 소자의 말을 한번만 믿어주소서. 한번만... 간청드리옵니다. 허융은 아무잘못이 없사옵니다!

김태운

세자, 이 아비는 세자빈을 사랑하는 너보다 의금부를 믿는다. 내 너를 아끼지만 이번만큼은 믿어줄수가 없다.

김태형

아바마마, 세자가 아닌 아들로서 간청드립니다. 제발....

김태운

그만 나가보거라.

냉담한 아버지의 반응에 태형은 하늘이 무너져내린것만 같았다.

김태형

아바마마.. 하나만 대답해 주소서.

김태운

무엇이냐.

김태형

만약... 허융이 역모를 꾀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어찌하실 것입니까?

김태운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 자는 사형을 면치 못할것이다.

김태형

아바마마!!!

김태운

이 얘기는 그만하고 싶구나. 이만 나가거라. 어명이다.

강녕전을 나와 동궁으로 향하는 태형은 절망적으로 중얼거렸다.

김태형

이 일을 어찌 월에게 말할까...

동궁으로 오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모든 것을 잃은 월이었다.

허 월

저하... 그것이 사실이옵니까? 정녕.. 제 아버지께서 역모를 꾀하신 겁니까?

허 월

소첩 두렵사옵니다. 아버지는 절대 그럴 분이 아니십니다...흑... 소첩이 아는아버지는...아버지는....흐윽..윽윽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우는 월에게 태형이 해줄수 있는것은 위로 밖에 없었다.

김태형

아니오.. 그것은 사실이 아니오. 그대 아버지를 시기한 자들이 꾸민 음모란 말이오!!

허 월

저하...소첩의 아버지를 구해주소서.. 제발

태형은 월의 간절한 부탁에도 그러하겠다고 대답할수 없었다. 그리고 그는 그러한 자신이 원망스럽고 한심했다.

'미안하오.. 내가 힘이 없어서.....'

태형은 오열하는 월을 가만히 끌어안았다.

윤대성

중전마마, 전하께서 미끼를 무셨습니다.

윤희연

아버님, 이것이 과연 잘하는 일일까요?

윤대성

마마, 약해지셔서는 안된다 몇번을 말씀드렸습니까?

윤희연

.... 예, 아버님. 죄송합니다.

윤대성

증거도 모두 조작했고, 이제 설희가 세자빈 자리에 앉을 일만 남은것이지요. 허허... 일이 이렇게 순탄하게 풀리다니.

윤희연

증거 조작이라니요...?

윤대성

이미 몇몇 대신들에게 돈을 주고 거짓자백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습니다. 목숨은 책임져주겠다고 하였지요.

윤희연

아.... 예, 아버님. 잘하셨습니다.

윤대성

마마, 마음에 걸리시는 것이 있으시옵니까?

윤희연

아닙니다 아버님... 아니에요.

윤대성은 얼굴을 찡그리며 생각했다.

'슬슬 바꿔야겠구먼. 이제 좀 있으면 쓸모없어지겠어.'

그러나 그는 곧 웃으며 말했다.

윤대성

그렇다면 다행이옵니다. 그럼 전 이만 물러나지요.

다음 날, 의금부

김태운

죄인 허융은 들으라! 과인이 너를 믿었음에도 그 신의를 저버린 죄. 과인을 농락한 죄.

김태운

또한, 대신들을 꾀어 역모를 도모한 죄! 죄인은 셀 수 없이 많은 중죄를 저질렀다.

김태운

허나!!

김태운

그간 세운 공을 생각하여 사형은 내리지 않겠다.

김태운

따라서 허융의 모든 재물을 회수하고 파직할것을 명한다. 또한, 대역죄인을 한양에서 가장 먼곳으로 유배보낼 것을 명하노라!

순간 윤대성은 당황했다. 당연히 사약을 받을 거라 생각했는데, 고작 유배라니.

윤대성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것이냐....

뒤에서 듣고 있던 태형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젯밤 늦은 시각. 태형은 아무도 모르게 태운을 찾아갔다.

김태형

아바마마, 소자 태형이옵니다.

김태운

또 허융 얘기라면 듣고 싶지 않다.

김태형

허나 아바마마. 소자에게 한번만 기회를 주소서.

김태운

무슨 말이냐?

김태형

사형만은 내리지 말아주소서. 소자가 그의 무죄를 밝혀보이겠습니다. 2년 안에 꼭... 밝혀낼 것입니다.

김태형

유배도 좋고, 무엇을 하셔도 좋습니다. 허나 사형만큼은....

김태운

태형아.

순간 태형은 놀랐다. 자신의 아버지가 세자가 아닌 이름을 부른 것은 실로 오랜만이었기 때문이다.

김태형

예, 아바마마.

김태운

많이 변했구나.

태형은 월이 생각나 웃으며 말했다.

김태형

...예. 어떠한 여인 덕분이옵니다.

김태운

그래.... 내 너의 청을 들어줄 것이다. 허나, 그 약조를 지키지 못한다면 그 대가를 치뤄야할 것이다. 알겠느냐...?

김태형

예, 아바마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