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내가 널 사랑하게 해줘

5화 | 나의 일부가 되어_ 사라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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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마지막으로 스위트룸 채워주신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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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1229호 고객 이름 좀 알 수 있을까.

"내가 그냥 널 사랑하게 해줘"_ 5화

"이제 와서 그렇게 말씀하시면 어림도 없죠."

예상치 못한 직원의 대답에, 그 남자는 데스크에 기대었던 팔을 떼며 직원으로부터 한걸음 물러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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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된다는 건가_

"고객 이름 알면 어디에 쓰시려고 그러시는데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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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호텔에 계신 고객인데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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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서 서비스 하나는 제대로 해드리려 그러죠.

뭘 그리 당연한 걸 묻냐는 듯,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_ 입가에 여유로운 미소를 띄우지.

"서비스 부분은 저희가 제공하는 부분이라서요_"

"고객 개인정보인 성함을 아실 필요도 없는 데다가_ 지배인님은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_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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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서운하네. 나는 고객 서비스에 관여도 못 하다니.

장난기 가득 섞인 직원의 말투에, 천천히 상체를 기울이더니 다시 데스크에 턱을 괴는 그 남자.

"또 무슨 부탁 하시려고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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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은 아니고, 늦은 회의 시작하죠_ 이제 슬슬.

울었던 걸 들키지 않으려, 여태 직원들 앞에서는 눈에 힘 주다 풀려버린 탓에_ 직원들을 바라보기는 커녕 공허한 시선으로 먼곳만 바라본다 .

"...지배인님?"

회의는 하자면서, 반쯤 풀린 눈빛으로 저 먼 곳을 응시한 채 도저히 움직일 기미가 안 보이는 그의 모습에

직원들은 서로 눈치만 봐가며 고심 끝에_ 조심스레 그의 시야 앞에서 손을 흔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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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회의... 시작하신다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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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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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죠_ 프론트에 두 명만 남고 나머지는 따라와요.

이제서야 그의 수상함을 알아차린 직원들은 영문 모른다는 듯 눈빛교환만 주고받을 뿐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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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과 몇 분 전만 해도 온화함으로 가득 찼던 그의 얼굴은 점차 어두움이 드리워져_ 표정은 이상하리만치 굳어져갔다.

뒤돌아서 먼저 발걸음을 옮겼기에_ 직원들은 눈치 채지 못했지만

오늘 이 남자의 모습은 유독 낯설게 느껴졌을 거야. 평소와 많이 다르던 모습이니까.

"무슨 일 있으신가본데?"

" 내 말이. 원래 시간 칼같이 지켜서 오시는 분이 늦는 것부터 이상했어."

"게다가 오늘 컨디션도 영... 아닌 것 같다."

"그러게."

"걱정은 된다. 평소 안 저러시던 분인데."

···

"오늘 저희 측 웨딩홀에서 진행되는 결혼식은 세 차례로, 방금 시간 부로 한 차례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이번 달에 잡힌 결혼식은 스물...두 번이 있네요. 아, 추가로 예약될 가능성도 있고요."

"같은 시간 대에는 되도록이면 스케줄 잡지 않으려 합니다. 이번에 뷔페에 마련될 음식들 식자재는 모두 다···"

"이어서 저희 호텔 VIP 정기 고객 현황으로는 연예인분들이 대부분이며, 이번 회의를 통해 회원 멤버쉽 개설이 필요할 것으로 보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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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네, 말씀하세요."

아무것도 와닿지 않았다. 그 어떤 것도 할 수가 없었고,

나는 너의 차갑던 표정을 잊을 수 없었으며_

계속해서 떠오르는 찰나의 순간은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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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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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 좀 비울게요, 쉬고들 있어.

혼란스러운 감정으로 나를 뒤덮기에 충분했다.

자꾸만 떠오르는 생각으로 지끈거려오는 머리를 뒤로 하고, 옥상의 바닥에 발을 디딜 때면_

"안녕하십니까, 총지배인님. 야외 테라스에는 무슨 일로···."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숙이며 건네오는 직원의 인사말에 발걸음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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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일은 아니고, 잠시 있다갈 계획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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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출입만 막아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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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을 수 있도록.

···

결코 좋지 않았다_ 나홀로 이 곳에 있는 기분은.

당장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한 먹구름이 낮게 깔린 하늘을 보고 있자니, 마음 한 구석은 쓸데없이 아려왔고_ 뒤따르는 쓸쓸함은 두 배였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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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내 자신이 비참하게 느껴지는 순간이_ 이렇게 무서울 줄은 몰랐는데.

한 사람을 기다리며, 내 시간을 그 사람에게 다 바치고 있었던 나는_

도대체 뭘 바라고 있는 걸까.

그녀의 마음_ 혹은 관심.

그것도 아니라면_

단지 과거의 일에 대한 원망스러움을 느끼는 걸까.

한 때는 정말 행복했었지만, 오늘 내가 너를 마주쳤을 때에는_

더이상 너의 눈에는 내가 담겨있지 않았다.

생각했고_ 기대조차 하지 않았지만, 사람의 허구한 바람과 맞닥뜨린 현실의 결과가 완전히 어긋날 때에는_

사람이 무너져버린다, 초라하게.

그렇게 내가 멍하니 앉아 있을 때면_ 등 뒤에서는 제법 거슬리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그것도 아주 느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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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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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했을텐데요.

보나마나 직원 혹은 호텔 고객이었다. 내 말을 듣고선 주춤하는 발걸음 조차도 바닥에 울렸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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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줄래요.

더이상 말은 꺼내기 싫었다. 그냥 말 좀 들어주길 바랐을 뿐인데,

내 등 바로 뒤에서 잠잠해졌던 발걸음 소리가 더이상 들리지 않았다. 이건 멈춰섰다는 뜻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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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달라니까···.

있다 못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뒤를 돌았다. 나한테 무슨 할 말이 있는 사람인가_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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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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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여주.

나에게 다가온 사람은 다름 아닌,

너.

차여주

······.

나라는 존재의 일부가 되었고_

그리고 사라져,

나를 무너뜨린 사람.

나에게 미안하다며, 아까까지만 해도 나를 피했던 네가 나의 앞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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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도 마치 나일 줄은 몰랐다는 듯_ 제자리에 멈춰서서 나를 가만히 올려다봤다. 표정 하나 변화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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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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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야 할 말을 하지 못하고 또 다시 머뭇거리던 중이었을까. 너는 다시 또 나를 피하려는 듯 고개를 미세하게 좌우로 저으며_ 뒤로 한 발짝 물러섰다.

지금이 아니라면 기회는 없을 것 같아서. 그리고, 아까처럼 돌아서는 너를 가만히 보고 있자면_ 평생 지우지 못 할 마음 속의 짐이 될 것 같았기에.

꽉 말아 쥔 채_ 급기야 떨기까지 하던 너의 손을_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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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가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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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나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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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이야기 좀 해줘···. 제발.

++ 시험 끝나면 1일 1연재 노력하겠습니다😳 두 사람이 만났으니 다음 화부터는 더 재미있고 길게 돌아올게요:) 늘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