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인공 몸에서 악녀로 살기
03. 기사단장 민윤기 길들이기 [K마시]


씨* 뭣 같네.

자기 갈 길이나 갈 것이지, 귀찮게 차라도 같이 마시자며 붙잡질 않나.

전까지 관심 하나 없던 사람이 내 태도를 논하는 꼴이 참 웃기다.


엘린
죄송하지만, 저희가 그런 사사로운 부분까지 서로 간섭할 사이는 아닌 것 같네요.

그렇다고 아까 전의 영애들처럼 죄다 뒤엎어버릴 순 없는 노릇이니, 난 커다란 돌로 선을 그었다.

여기 넘어오면, 사망. 이라는 팻말을 꽂아두는 것도 잊지 않은 채로.


전정국
제가 영애께 무례를 범했나 보군요.


엘린
뭐... 약간?

내가 단호하게 그은 선에 정국은 살짝 당황한 듯 보였다.

하긴, 그는 늘 최고의 신랑감 1위로 뽑혔으니까.

막대한 권력과 부를 가진 전 공작가의 첫째 아들에 화려하면서도 늠름한 외모까지 겸비한 그를 거부하는 영애는 아무도 없었을 테니까.


엘린
그럼 로드, 전 먼저 일어나 보겠습니다.

나는 치마를 살짝 들어올리며 격식 있게 인사를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물론 내가 저 남주한테 잘 보여야 하는 건 맞지만,

저렇게 내 심기에 거슬리게 굴면 그럴 마음이 싹 사라진단 말이지.

아직 시간은 많으니까, 굳이 내 성질 죽이면서까지 매달릴 필요는 없다.

굳이 내가 쟤랑 이어지지 않더라도, 어떻게든 되겠지 뭐.

캉-!

칼이 떨어지는 소리가 나고, 뒤이어 기사의 폭풍 칭찬이 들려왔다.

Extra
정말 대단하십니다.

Extra
영애께서 검술 훈련하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어찌 이리 잘하시는지...

Extra
몸만 좀 더 단단해지신다면 단연 최고의 기사까지도 될 수 있을 겁니다!

Extra
잘 하면 민윤기 단장님까지도...

신나게 조잘조잘 떠들어대는 기사가 날 칭찬하는 게 썩 기분 나쁘지 않아 팔짱을 낀 채로 가만히 듣고 있는데,


민윤기
나도 뛰어넘을 거라고?

Extra
헉...!

갑작스러운 남자의 등장에 그 기사는 낯빛이 허옇게 질린 채로 줄핼랑을 쳤다.


민윤기
영애십니까.

날카롭게 빛나는 그 눈동자에서 느껴진다.

그는...

내 동족이란 게!


엘린
그래. 인사 같은 건 없나?


엘린
싸가지를 밥 말아 먹었나 보군.


엘린
아니지, 기본적인 예의도 배우지 않은 기사 단장인 건가?

물론 같은 개싸가지 동료를 만난다면 말도 잘 통하고 좋은 부분도 꽤 있으나,

절대 얕보이면 안 된다.

따라서 기승제압은 필수.


민윤기
이런. 송구하네요.


민윤기
기사 단장 민윤기, 아레이나 가문 영애께 인사 올립니다.

민윤기란 사람이 정중히 한 쪽 무릎을 꿇고 인사를 올렸으나,

이미 내 기분은 틀어진 뒤였다.

뭐, 얘한테 잘 보일 필요는 없으니까.

소설에서도 언급되지 않은 걸 보면 딱히 비중이 큰 역할인 것 같지도 않고.

따라서 난,


엘린
응.

개썅마이웨이를 시전하며 무릎을 꿇은 민윤기를 일으켜 세우지도 않은 채 등을 돌렸다.


민윤기
...허.


민윤기
무례한 건 영애 쪽 같은데요.


민윤기
이래봬도 '민'가문의 장남이자 이곳의 기사 단장인데 말입니다.

내 행동에 꽤나 열이 받았는지 민윤기는 탁탁 손을 신경질적으로 털며 일어나 쏘아붙였다.


엘린
그래서?


엘린
한 대 치기라도 하게?

험악하게 인상을 구겼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주눅드는 기색이 없자, 민윤기는 한숨을 내쉬며 머리칼을 쓸어넘겼다.


엘린
어머, 표정이 정말로 한 대 칠 것 같은 걸?


민윤기
...영애.


민윤기
저도,


엘린
응, 그러게. 착하다. 꽤 잘 참을 줄 아는 개싸가지였네?

민윤기가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단계까지 도달했을 때, 나는 채찍 당근 스킬을 시전했다.

화난 그의 머리통을 쓰다듬으며 칭찬해 주는 당근 스킬.

그리고 나는 놀란 표정을 짓는 민윤기를 올려다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짜식. 이런 일은 처음이지?이제 오늘 일만 생각 날 거다.

어느새 내 계획의 방향은 기사 단장 길들이기로 틀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