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riage Blue (메리즈 블루)”

10화 | 왜, 나 꼬셔요?

[BGM 추천곡]🍈 취향저격 그녀 OST - 너의 밤은 어때

“해요. 그 계약, 내가 졌어요.”

“이번엔 당신이 이겼다.”

두 눈을 깜빡이며 그를 바라보고 있던 나는 내 귀를 믿을 수가 없어 ‘…진심이에요?.’ 라고 묻자, 그는 얕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 사람이 이렇게 웃을 줄도 알던가. 매번 마주칠 때 마다 인상쓰고 있어서 몰랐는데, 이 사람… 은근히 여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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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계약서 어디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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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저기, 사무실에…

속전속결로 진행되는 상황. 이 상황이 약간 믿기지 않아 벙찐_ 얼굴로 손가락으로 사무실 안 쪽을 가르켰다.

그러니 그 남자는 내 표정을 보더니 입꼬리를 살짝 올린 채 하는 말이, ‘그냥 말로만 하면, 안 믿을 것 같아서.’ 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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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내가 무슨 사람을 못 믿는 것 처럼 말하네.

으쓱, 하고 어깨를 들썩이는 그. 능글맞은 얼굴이 얄미워서 째려보는데, 우리를 지켜보고 있던 장 팀장이 말을 끼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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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윤

진짜… 계약 하실거에요?.

믿기 힘들다는 얼굴로 바라보는 장 팀장_

그 얼굴을 보니 의심이 확신으로 변했다. 나를 믿고 프로젝트를 맡긴게 아니라, 나를 엿 먹이기 위해서 프로젝트를 맡긴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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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네. 무슨 문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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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윤

아니… 그런 건 아닌데.

신기하다. 아까만 해도 곱게 휘어진 눈으로 날 바라보더니, 이번에는 얼음보다 더 차가운 눈으로 장팀장을 바라본다.

저 사람은 매번 이렇게 다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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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계약서 서명하러 가요. 그쪽이랑 단 둘이 할 얘기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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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할 얘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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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네. 어디보자_ 여기서 할 얘기는 아닌 것 같고.

바지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주변을 둘러보던 그는, 주머니에서 손을 빼내 내 손목을 가볍게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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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회의실 있죠?, 거기서 얘기 좀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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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아?… 알겠어요.

알겠다는, 말을 하기 무섭게 그 남자는, 내가 샵에서 연인의 바람 사실을 알았던 그때 처럼,

그의 손에 끌려 함께 걸었다.

그런데 이 남자, 회의실이 어딘지 알고는 가는 걸까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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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뭐에요?…

계약서가 들어있는 서류철을 넘기는 직전까지도, 의심을 하고 있는 그녀. 어쩜 그리도 사람을 못 믿는 건지.

여전히 의심하고있는 그녀에 피식- 하고 웃고는, 녀가 품에 안고있는 서류철을 빼앗아, 정장 안에서 만연필을 꺼내 계약서를 향한다.

팍,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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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

의자에서 벌떡_ 하고 일어나 몸을 던져 사인란을 손으로 막아선 그녀. 당황스러워서 바라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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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잘 선택해요. 싸인하면 못 물러요.

‘사람을 이렇게 못 믿으면 쓰나.’ 라는 말과 함께, 계약서를 가로막은 그녀의 손을 치우고 망설임 없이 싸인했다.

사각사각_

새하얀 서류 위에 [J Park] 이라는 글자가 새겨지고, 서류를 받아든 그녀는 멍하니_ 계약서를 바라보다 품에 안았다.

곧 그 얼굴에 번지는 순수한 미소. 싸인, 그까짓게 그렇게 좋은가. 앞 뒤 막힌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이런 면에서는 순수한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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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이거 진짜로 못 물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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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알고 있어요. 그 대신에 한 가지 조건만 하나_ 들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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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뭔데요?.

계약서를 보물 모시듯 서류철에 끼어든 그녀는, 내 말에 두 귀를 토끼처럼 쫑긋 세우고는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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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언론에 내 얼굴이 안 나갔으면 좋겠어요.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 좋은 일로 얼굴이 나가면, 좋지 않느냐는 물음에 나는 그저 쓰게 웃을 뿐.

더 이상, 누군가에게 관심 받고 싶지 않았다.

재벌집 자녀라는 이유로 내게 비춰졌던 많은 언론들과 관심들, 그것은 나의 목에 족쇄를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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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뭐… 일단은 알았어요. 아주 깊은 이유가 있는 것 같으니까.

내 말을 단번에 수긍해준 그녀에, 난 고맙다는 말과 함께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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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그나저나, 하고 싶은 말이란 게 뭐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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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아까 그랬잖아요. 할 말이 있다고.

아, 라는 짧은 탄식과 함께, 정장 안 주머니 속으로 손을 넣은 난, 전날 그녀가 떨구고 간 아이보리색 다이어리를 건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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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어?, 이건…

놀란 눈으로 다이어리를 받아든 그녀의 표정은, 자신이 다이어리를 잃어버렸다는 사실 조차 몰랐던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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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내가 이사하던 날, 당신이 들어가면서 떨어뜨리고 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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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사실_ 그냥 앞에 걸어둘까 생각도 했는데, 남이 지나가다가 호기심에 볼 것 같아서.

페이지를 빠르게 넘겨가며 자신의 것이라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다이어리를 닫은 그녀가 나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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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혹시_ 안에 봤어요?.

…어쩌지, 봤다고 해야하나 안 봤다고 해야하나. 짧게 고민하던 난, 결정하기까지 그리_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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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네. 봤어요. 누구 건지 알아야 했으니까.

사생활 침해로 기분 나쁠 수도 있겠지만 어떡하겠나_ 나중에 진실을 알고 실망하는 것 보단 낫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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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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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기분 나빴다면 사과할게요. 하지만, 누구 건지 알기 위해선, 확인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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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기분 나빴던게 아니에요. 어차피 안에 적혀있는 것도 별거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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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

별 거 아니긴. 다이어리 안 쪽에 부모님의 기일이 적혀있었는데. 자연스레 시선을 테이블 아래에 있는 내 손으로 시선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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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근데, 나 무척 궁금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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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뭐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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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왜, 갑자기 하겠다고 마음을 바꾼 거에요?. 어제까지 절대로 하지 않겠다고 자신하더니.

그러게, 내가 갑자기 왜 그랬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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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윤

여주씨, 내가 왜 불렀는지 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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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윤

설득하는게 여주씨에요. 어디서 그런 말이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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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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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

다이어리 전해주러왔다가, 나 때문에 혼나는 당신을 보고 마음을 바꿨다는 말은_ 절대로 못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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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그낭요. 그냥, 재미있을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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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사람의 마음은 바뀌기 쉽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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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그래서 그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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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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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아, 그렇다고 해서 계약은 파기 안 할테니까_ 걱정하지말고.

혹시나, 하는 표정이 얼굴에 다 들어났다. 파기 하지 않겠다는 말을 듣고나서야 편-안 해지는 얼굴.

신기했다. 얼굴에 표정이 다 들어나는 모습이.

짜증나 짜증나는 얼굴이, 화나면 화가난 얼굴이, 행복하면 행복한 얼굴이, 다 들어나는게 웃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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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아ㅎ, 진짜 신기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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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뭐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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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그쪽 얼굴이요. 실시간으로 바뀌는게 너무 웃기네.

그렇게 이상한가… 라는 중얼거림과 동시에, 제 얼굴을 손으로 더듬더듬- 만져보는 그녀.

덥석, ㅡ

“그렇다고 얼굴 막 꼬집지 말고.”

“아파요.”

끔뻑끔뻑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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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뭐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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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뭐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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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왜, 나 꼬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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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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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정말로 아무 생각없이 말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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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의미없는 말에 김칫국 마시는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