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riage Blue (메리즈 블루)”
11화 | 이제는 괜찮은 ‘것’ 같아요



회의실의 문이 열리고. 바깥으로 나란히 나오는 두 사람_

자신이 입고있던 자켓을 손에 걸친채 나오는 그. 잠시 발길을 돌려 나를 바라본다.


박지민
이왕 같이 일하게 된 거, 좋은 성과를 내봐요.

손을 내밀어 보이는 그에,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의 큼지막한 손을 붙잡고는 환하게 미소를 머금어보이며 장난스럽게 물었다.


김여주
나 은근_ 일로 사람 귀찮게 하는데. 괜찮아요?.


박지민
글쎄요. 휴식 시간은 줄거죠?.

장난스러운 한 마디에, 그 역시 내 말을 장난스럽게 받아주며 맞 잡은 내 손을 악수하듯 위 아래로 흔들어보인다.


김여주
글쎄요-?, 장담은 못 하겠네요.


박지민
악덕 상사를 만났네.

‘내가 상사에요?.’ 라고 웃으며 물으니, 맞잡은 손을 놓으며 얕게 고개를 끄덕인다. ‘악덕 고용주.’ 라는 말을 덧 붙이며.



김여주
너무하네. 이래뵈도 난 힘 없는 직원일 뿐이라구요.


박지민
어제 아파트 복도에서 말하는 것만 보면, 그냥 힘 없는 직원은 아닌 것 같은데?.

회사의 출구를 향해 나란히 걸으며, 소소하게 대화를 나누던 두 사람. 입구에 다다르자, 난 그를 부르며 발걸음을 멈추게 만들었다.


김여주
디자이너님.


박지민
네?.


김여주
퇴근하고 한 번 들릴게요. 기획서랑, 드레스 디자인 기록서 가지구요.

‘어…’ 짧게 고민하는 지민의 얼굴. ‘이사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좀 어지러운데.괜찮아요?.’ 라는 물음이 돌아왔다.


김여주
괜찮아요. 어차피, 제 집도 깔끔한 건 아니니까ㅎ.



박지민
알았어요. 그럼 나도 집에 일찍가서, 손님 맞이 준비를 해야겠네.


김여주
맛있는걸로 해놔요. 나도 두루마리 휴지 사갈테니까.

회사 로비 자동문이 열리고. 그는 알았다는 듯 등을 진 채, 나를 향해 손을 흔들어보인다.


김여주
나 입맛 까다로워요!!.


박지민
네네. 신경 써 둘게요-





김여주
알면 알수록 이상한 사람이라니까.

옅게 미소를 지으며 그가 완전히 내 시야에서 사라지기까지 기다렸다. 왜, 그런 느낌 있잖아.

아주 친했던 친구랑, 오랜 시간 헤어졌다 만난 느낌_

첫 만남부터 이상하게 마음이 안심됬달까, 티격태격하던 그와 내 모습도, 소소한 대화를 나눴던 좀 전 까지도.

너무나도 익숙한 추억의 향기였다.



김지원
여주씨!, 같이 점심이나 먹으라가자-.


김여주
네- 대리님.





장지윤
…재수없어.






간단히 식사를 마치고 들린 점심시간의 시끌벅적한 카페. 구석에 자리잡은 지원과, 여주는 후식으로 아메리카노를 들이켰다.


김지원
하- 진짜 좋다. 직장인에게는 점심시간이 천국이지.


김여주
다들 그렇죠-. 맨날 상사한테 이리치이고, 저리 치이고.

카페에 솔솔_ 들어오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기분 좋아보이던 김 대리님은 슬쩍 제 팔에 기대며 물었다.


김지원
근데, 김 주임. 나 뭐 하나 물어봐도 돼?.

들이눕다 싶이 엎드린 김 대리님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차가운 아메리카노를 들이키니, 차가운 기운이 온 몸을 타고 퍼지더니 머리가 띵- 하고 울렸다.




김지원
김 주임, 그 디자이너랑은 무슨 사이야-?.


김여주
디자이너요?.

띵- 하고 울리는 머리를 붙잡으며, 영문을 모르겠단 표정을 지으니 김 대리님은 날 손가락으로 쿡- 찌르며 시치미 떼지 말라한다.


김여주
…?


김지원
아니, 김 주임. 원래, 프로젝트 건 잘 안 풀린 거 아녔어?. 어제 하루종일 기분 안 좋았잖아.


김여주
그랬죠…?.



김지원
그런데, 그 디자이너는 왜 갑자기 마음을 바꾼거래?. 오늘 갑자기 찾아와서 계약 한다고 했다며.


김지원
혹시… 여주씨 한테, 마음 있는거 아냐?.

의미심장한 눈으로 보는 김 대리님에, 아메리카노를 휘젓던 빨대를 순간적으로 멈춰 대리님을 바라봤다.


김지원
아니, 사실_ 분위기가 이상하기도 했고.


김여주
분위기요?. 별 다를 거 없었는데?…


김지원
별 다른 거 없긴. 약간… 몽글몽글한 분위기 있잖아. 남녀사이에 사귀기 전에 공기에 떠다니는_ 그런 분위기.


분위기라고 해 봤자 정말 아무것도 없었는데… 애꿏은 빨대를 입에 가져다대 잘근 씹어버렸다.


김여주
정말, 그런거 없었어요.

연애에 대한 얘기로 기대감에 차있던 김 대리님의 눈이, 없었다고 얘기하자 마자 생기를 잃었다.


김지원
뭐야- 아쉽네. 그런데, 그 디자이너는 왜 갑자기 한다고 그랬데?.


김지원
내가 좀 알아보니까, 장 팀장이 김 주임 엿 먹일려고, 일부러 그 디자이너 섭외해오라고 시킨거더라고.

‘대충은… 예상했어요.’ 라고 말하니, 김 대리님은 내 대신에 화를 내주기 시작했다.



김지원
아니, 장 팀장 여주씨한테 자격지심 있는 거 아냐?.


김여주
……


김지원
최연소 입사자리 빼앗겼다고 저러는거지?, 지금?.


김지원
내가 대표님께 건의 올릴까?, 몇 년전부터 자꾸_ 여주씨, 승진 기회도 가로챈 것도 장 팀장이잖아.

사실 모르는 사람이 없기는 했다. 표면적으로 들어나지만 않았을 뿐이지, 장 팀장이 나를 싫어한다는 것 쯤은.



김지원
장 팀장이, 여주씨한테 프로젝트를 맡긴다고 했을 때, 사실 정신차린 줄 알았거든. 이제보나 그게 아니였네.


김지원
나쁜년.

속에 천불이 난다며 손으로 부채질을 하던 김 대리님은, 급기야 뚜껑을 열어 안에 있던 얼음을 잘그락- 씹어 먹기 시작했다.



김여주
아, 전_ 괜찮아요. 어차피, 한 두번 있던 일도 아니고.


김여주
제가 승진에 욕심이 있는 것도 아니였고.

사실 어느 정도는 거짓이었다. 여태까지 승진에 관심이 없긴 했지만, 올해만큼은 달랐거든.

예상처럼 올해 결혼을 했었다면, 올해만큼은 난 승진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을테까.


김지원
그래도, 여주씨_ 아깝지 않아?.

마치 제 일 처럼 반응해주는 김 대리님에, 옅게 미소를 지었다.

이젠 무슨 소용이 있겠나. 그토록 사랑하던 이에게 농락을 당했는데.



김여주
…괜찮아요. 이제는 진짜로.



#다음이야기 예고.



권우현
“나랑 얘기좀 해.”


김여주
“나는 할 얘기 없어. 돌아가.”



박지민
“여주씨, 맥주면 되요?. 집에 새우깡 있는ㄷ,”



권우현
“당신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