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riage Blue (메리즈 블루)”
16화 | 한 번만 용서해 줄래요?



……

넓은 작업실에 서로를 응시하고 있는 그녀와 나. 표정이 마치 어떻게 알았냐는 듯, 눈이 동그래져 놀란 모양이였다.

조심스레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까. 고개를 떨궈 발 끝에 시선을 두고, 고민을 하고 있던 중. 한껏 신이 난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여주
어떻게 알았어요?.


김여주
아, 이것도 다이어리를 봤으려나.

턱을 손가락으로 천천히 쓸며 다이어리 얘기를 하던 그녀. 지민은 병아리처럼 하염없이 얘기를 쏟아붓던 여주의 눈, 코, 입을 하나 하나 천천히 꼼꼼히 눈에 담았다.


몰랐는데. 깨닫고 나서야 자세히 보니, 어릴적과 닮은 구석을 찾았다. 또랑또랑한 눈, 높지도 낮지도 않은 코. 그리고, 살짝 올라온 입꼬리까지.

네 얼굴은 날 향해 너의 존재를 알렸는데. 정작 알아보지 못한 건 나였구나.


박지민
…네. 다이어리 봤어요.

웃으며 묻는 니 얼굴에 그렇다고 답 했다. 차라리, 이게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20년 전 한 마디 말도 없이 한국을 떠났고. 공항까지 따라오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음에도,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못한 채.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 했던 그 때.

차라리, 니가 기억하지 않았으면. 한편으로는, 기억해 줬으면.


김여주
근데 나, 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요?.


박지민
…뭔데요?.



김여주
나를 왜, 항상 애틋한 눈으로 봐요?.


박지민
…내가요?.

아파트 복도에서 처음 만났을 때도, 그 눈이 였는데. 되게,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사람을 만난 것 처럼. 정곡에 찔린 것 마냥, 지민은 입고 있던 정장 자켓의 끝을 매만졌다.


김여주
처음에는요. 그냥 기분 탓인 줄 알았거든요?. 근데, 오늘에서야 확신했어요.

그 눈이, 자꾸 날 애틋하게 봐요. 슬프기도 한 것 같고. 입술을 맞 물은 지민의 동공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20년 전을 기억하냐고. 섣불리 말하기도, 말하지 않기도 어려웠다. 비록, 어릴 때지만_ 갑자기 떠나버린 것에 대해, 설명할 자신이 없어서.


박지민
닮아서요.


김여주
누구랑요?.

그래서, 난 너에게 거짓말을 한다.


박지민
내 첫사랑이랑.


김여주
아……

죽어도, 니가 내 첫사랑이란 말은 못하겠다. 처음부터 시작했으면 시작했지. 너한테 차마 미움 받을 자신이 없어서, 원망 받을 자신이 없어서.



박지민
그래서, 나도 모르게 여주씨를 그렇게 봤나봐요.

자연스러운 미소와 함께 말하니, 너의 낯빛이 당황스러워 보였다. 예상하지 못 했겠지. 바로 어제까지 티격태격하던 내 입에서 첫 사랑이라니.


김여주
전혀… 예상치 못 했네요.


박지민
저도요.

니가 주희라는 걸, 나도 예상하지 못 했어.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더 예쁘게 잘 자라서.





“이 기사 아저씨… 제발요!!, 작별 인사는 하게 해주세요.”

“주희한테… 작별 인사만이라도…!!.”


“…죄송합니다, 도련님. 회장님 명령이라.”







김여주
첫 사랑 끝이 별로 안 좋았나봐요?…


박지민
네. 떠난다고, 작별 인사 못 했어요.

그래서, 너무 미안해 미치겠어. 너에게 말 하는 것 처럼 느껴지지 않게, 감정을 꾹꾹_ 눌러담았다.


김여주
이유가 있었죠?.

이유가 있었냐는 물음에, 마른 아랫 입술을 혀로 훑으며 얕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 분은 이해할 거에요. 위로를 하려는 듯한 너의 말투.


김여주
안 지 며칠 안되긴 했는데. 디자이너님이 이유 없이 그럴 것 같진 않아요.


김여주
말투가 조-금 재수 없긴 해도.


박지민
…만약에요, 여주씨라면 나 용서해줄 수 있어요?.

썩은 동앗줄을 잡는 심정으로 물은 것이였다. 설령, 이 동앗줄이 끊어져 보이지도 않는 바닥으로 추락한다해도. 절대 오늘 일을,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



김여주
용서 할 것 같아요. 그게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이유라면…

간신히 붙잡고있던 이성의 고삐는 끊어진지 오래. 네가 그때 처럼 다시 나를 안아준다면… 지금은 뭐래도 상관없을 것 같다.

성큼성큼, 하고 여주에게로 다가서는 지민. 빠른 속도를 제어할 새도 없이 차마, 껴안지는 못 한 채. 그녀의 어깨에 고개를 떨궈 기댔다.


김여주
디…자이너님?.

당황스러움으로 가득 찬 그녀의 목소리에, 지민은 고개를 떨군채 쓰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나 한번만 용서 해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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