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riage Blue (메리즈 블루)”

33화 | 책임감에 비롯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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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무슨 소리야?.

급격하게 낯빛이 어두워지는 지민에, 민영은 다급하게 허공에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니, 뭐 별 건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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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그냥 그날- 아버지가 회사에 안 나갔단 소리를 들은 것 같아서.

혹시, 너 마중이라도 갔나 했지. 별 거 아니란 소리에, 낯빛이 돌아온 지민은 혀를 쯧, 하고 차며 소파 등받이에 등을 기댄 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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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그 인간이 날 마중했을리가 없잖아. 쫒아내보낸 인간이 누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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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역시… 그렇지?.

당연하지. 라고 대답하는 지민에, 민영은 어색하게 입꼬리를 말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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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여주가 이런 거 들어서 좋을 거 없잖아. 그래서, 밖에 내보낸 거야.

너도 알리고 싶지 않은 게 있을테니까. 나름의 배려를 했다는 민영의 말에 지민은 하하, 크게 웃으며 대답했다. 배려 안 해줘도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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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배려는 고맙지만, 여주 이 얘기 다 알고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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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내가 다 말해줬거든. 숨기면 숨길 수록, 내가 더 힘들어진다는 걸 알게 돼서.

그러니까, 여주 한테는 더이상 비밀 안 만드려고. 지민은 지금까지 오기까지 너무나도 괴로웠기에, 더이상 아픔은 돌이키지 않으려 결심한 행동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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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박지민, 이제 진짜 다 컸네.

부끄러움 타서 좋아하던 주희 뒤만 졸졸 따라다니는 박지민은 어디갔나.

어릴적 엄마가 떠난 후, 민영은 늘 지민을 자신의 아들처럼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모습을 보니, 완전히 다 컸다는 생각에 감격스러웠다.

엄마도 살아서 이 모습을 봤으면, 얼마나 행복해 했을까.

괜히 눈가가 뜨거워져 고개를 들어올려 천장을 바라봤다. 이제 정말로 걱정 안해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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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참, 누나도 이제 다 늙었네.

어느새 눈가가 붉어진 민영에 지민은 괜히, 장난을 걸어보이며 씨익- 하고 웃는다.

그럼 민영은 손으로 눈가를 톡톡, 두르리며 ‘진짜 감동, 다 무너지네.’ 라고 웃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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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그러니까, 이제 걱정하지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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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이젠 다 잊어야지. 엄마도 그걸 원할 거야.

쓰게 웃으며 손을 매만지는 지민에, 민영은 지민의 앞에 무릎을 굽혀 앉아 손을 잡은 뒤 엄지로 살살 어루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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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네 말이 맞아. 걱정하지마, 지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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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내가 꼭 그렇게 만들거야. 네가 행복할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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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푸흡, 그게 뭐야. 무슨 일이라도 생길 것 처럼-.

실 없이 푸흡, 하고 웃는 지민에 민영은 생각했다. 꼭, 이 아이의 웃음만은 끝까지 지켜주겠노라고. 엄마를 대신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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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다녀왔습니다-.

한 손 가득 먹을거리를 사다 들어온 여주는, 현관에서 실내화를 신고 거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소파에 아빠다리로 앉아있는 지민은 여주를 향해, 개구쟁이 같은 얼굴로 바라보았고. 그 옆엔…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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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뭐야, 대표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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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회사에 처리할 일이 생겼다고 가봐야 된대. 그래서, 우리끼리 시간 보내라고 하던데-?.

푸흐, 하고 김빠진 소리를 낸 여주는 아쉽다는 말투와 함께, 테이블에 치킨을 내려놓은 여주는 소파에 풀썩- 하고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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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뭐야, 어째 나보다 누나를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서운하다는 듯한 투로 여주의 머리위에 턱을 괴면, 여주는 음… 그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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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사실 아쉬운건 대표님 쪽이 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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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너무한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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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오빠는 이제부터 매일 볼거잖아. 근데 대표님은- 회사에서도 잘 못 본단 말이야.

여주의 말에 매일?, 진짜로?. 다시 한 번 확인하 듯 물어오는 지민에 여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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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그럼, 그냥 매일 볼 거. 그냥 결혼할까?.

어?, 갑자기 훅- 들어오는 지민에 당황한 여주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고개를 뒤로젖혀 위에서 내려다보고있는 지민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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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뭐야- 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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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나 매일 볼거라며.

그렇긴 한데… 갑자기 프로포즈라니. 순간적으로 이성의 끈이 툭- 하고 끊어질 뻔 한 것을 부여잡고, 헛기침을 두 어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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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오빠 하는 거봐서. 혹시 모르지-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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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진짜, 너… 진짜 대박이다.

할 말은 잃은 지민은 손가락으로 여주를 가르키며, 허공에서 길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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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이미 다 해놓고, 이제와서 책임을 안 지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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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뭐, 뭘… 다 해!!, 이 인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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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어우, 이제 남은 것도 몇 개 없구만?!.

크게 소리치는 지민에 옆집에 들릴까, 깜짝 놀란 여주는 다급하게 두 손으로 지민의 입을 틀어먹았다. 그 순간 기우뚱-

풀썩, 하고 소파로 넘어진 두 사람. 지민의 가슴팍 위에 넘어진 여주는 두 눈을 꼭- 감은 채 조신히 실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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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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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이거 노린거지?ㅋㅋ.

입에 미소를 한껏 머금은 채 고개를 살짝 들어올려 내려다보는 지민에, 여주는 벌떡- 가슴팍을 짚고 상체를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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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지금 무슨… 그런 거 아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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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아닌게 아닌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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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진짜라니까…!

어느새 여주의 얼굴 곳곳이 붉게 물들어 버리자, 지민은 손으로 여주의 머리를 받치며 자신의 가슴팍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다시 가슴팍에 안겨버린 여주. 지민이 금방이라도 잠이들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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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알았어, 네가 싫다면 아무짓도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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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그러니까, 우리 오늘은 이렇게 하고 자자.

조심히 끌어안은 그의 단단한 팔에, 여주는 조심히 고개를 떨궈 지민의 가슴팍에 귀를 댔다.

쿵쿵, 하고 들리는 심장소리가, 자신을 향해 보내는 신호같아서 너무나도 심장이 간지러운 느낌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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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진짜, 여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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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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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최 실장님, 늦은 시간이 전화 드려서 죄송한데…

부탁 하나만 드릴게요. 높은 빌딩 아래의 건물을 내려다보는 민영의 얼굴은 왠지, 어딘가 초조해보이는 표정이였다.

옷 끝자락을 한 손 가득 손에 쥐고서, 전화 너머로 들리는 실장의 목소리에 천천히 입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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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20년 전에 지민이 차에 태우고, 공항으로 데려간 ‘이 기사님’ 좀, 찾아주세요.

ㅡ “네?, 이 기사님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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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물어볼게 있거든요.

“그날 일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