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그리고 별

신의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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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영

"가자.나의 세계로,나의 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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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ㅇ

"?...그게 무슨 중2병 같은 소ㄹ.."

"쉿-"

순영이 ㅇㅇㅇ의 입을 손으로 막았다. 당혹감과 이런 순영의 행동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알 수 없는 미래에 두근거리는 감정이 섞이며 이 순간에 빠져들어갔다.

순영이 ㅇㅇㅇ의 손목을 잡고 검푸른 하늘을 바라봤다.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하늘을 배경삼은 은빛 달을 바라보았다. 보름달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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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영

"이 순간부터, 마법은 시작된거야."

순영의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목소리에 점점 정신이 혼미해져갔다.

아...엄마가 기다릴 텐데

ㅇㅇㅇ이 순영의 품 속으로 떨어지는 동시에 눈부신 빛이 퍼져 나왔다. 순영이 눈을 찡그리며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그러자 빛이 희미해지며 순영과 ㅇㅇㅇ의 흔적이 마치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사람처럼, 사라졌다.

지훈이 하늘을, 아니 우주를 바라보았다. 여기서 볼 수 있는건 파란 하늘이 아닌 검은 우주니까. <지훈독백>

순영이 떠난지 8일이 지났다. 겨우 8일 이였지만 지훈은 8일이 8년같았다. 순영이 없는 이곳은 싫었다. 순영이 필요했다. 혼자있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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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훈

"빨리와줘..제발.."

항상 아름답고 신비했던 우주가, 오늘은 왜 무서워 보이는지.

달에는 아무도 살지 않아.

(지금) 달에는 (지훈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살지 않아.

지훈은 창조자였다. 지훈이 태어났을때 지훈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는, 그저 빈 공간이였고 오로지 지훈만 존재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지훈의 마력이 터져나왔다. 마력으로 인해 검은 공간은 자꾸만 커져가고 지훈은 마력으로 세상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지훈은 은하를 만들었으며 별들을 창조했고 그 밖에도 수많은 것들로 우주를 채워나갔다.

그러다 문득, 지훈은 외로움을 느꼈다. 외로움은 항상 즐겁고 강인했던 지훈을 무너뜨렸고 지훈은 처음으로 생명을 만들게 된 계기였다

그로 인해 만들어진 건 지구였다. 사람,식물,동물 그리고 하늘. 모두 지훈이 자신과 인간만을 위해 만든 것이였다.

그리고 지훈은 순영을 만들었다. 순영은 그져 많고많은 인간들 중 하나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순영이 존재 했었는지도 몰랐다. 아무리 지훈이라도 모든 사람들의 얼굴과 이름을 외우는건 불가능했다.

그 때 지훈은 외로움과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의 재미있고 슬픈 이야기들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대한민국 이라는 나라에서 지훈은 처음으로 순영을 만나게 되었다.

순영이 지훈의 눈에 띄게 된 계기는 단 하나였다. 순영이 저와 닮았다는 것.

주변을 압도하는 차가운 눈빛, 바짝 올라간 눈꼬리, 꽤 하얀 얼굴. 무엇보다 순영은, 혼자였다.

그래. 혼자라고 하는 것보다, 외로웠다-라고 하는게 맞겠지. 순영은 친구도 꽤 있고, 나름 인기있는 측에 속했지만, 글쎄 뭐랄까- 사람들 속에서 느끼는 소외감? 사람들 사이에 있어도 또래보다 성숙한 탓인지 주변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자신을 보는 누군가가 인상을 찌푸리기만 해도 괜스레 제가 긴장하게 되고 온통 신경이 그쪽으로 쏠리게 되었다. 그러면서 순영은 점점 예민해지고 완만했던 대인관계가 비틀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자신만의 세계에 살며 쓸쓸해진 순영을 발견한 것이 지훈이였다.

처음에는 저와 닮은 분위기와 외모가 시선을 끌었지만 점점 순영을 알아가게 되자 순영을 저에게 투영시켜 바라보게 되었다.

그렇게 지훈은 순영의 기억을 지우고 처음부터 저와 인연이 있었던 아이로 새로운 기억을 주어 자신의 세계로 초대했다. 순영의 가족과 친구들에겐 미안한 일이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예상대로 순영은 지훈을 자기의 오랜 친구로 인식하며 누구보다 살갑게 대해주었다. 덕분에 황폐해지고 애정의 굶주린 지훈은 행복해졌다.

그런데 나의 행복이자, 친구이자,소중한 사람이자,우주인 권순영이 다른 운명을 원하고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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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훈

"보내..줘야겠지..이만큼이면 충분히 행복했으니까."

지훈이 자신에게 한 약속이였다. 절대로 인간의 운명을 바꾸지 않겠다고. 운명은 스스로 개척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했으니까. 물론 순영을 데리고 온 것 부터가 약속에 어긋나는 거지만.

그래도 자신이 순영때문에 행복했으니, 순영이 자신 덕분에 즐거워하는 걸 보고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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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훈

"분명 순영은 '별'을 데려와 이곳을 소개시켜 주겠지. 그리고 '별'과 함께 떠나고 싶다 할거야. 그렇다면..... 사실을 말해줘야지."

무덤덤하게 말하고 있지만, 사실 무척 속이 쓰렸다. 아니, 속이 쓰린 정도가 아니라 내장이 꼬이는 기분이였다. 다시 혼자가 되라고?...이제 겨우 행복해졌는데..?

그렇지만, 지훈의 행복은 순영이였다. 내 행복이 행복해지겠다면, 말릴 이유는 애초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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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영

"이지훈,나 왔어.아니,우리 왔어!"

아, 왔다, 드디어.

지훈의 입가에 슬픈 미소가 잔잔히 묻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