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악마님
8화. 치킨 먹고 싶다 -작가-


악마와 강제적으로 동거를 시작한 지도 어엿 일주일을 넘기고, 이젠 문을 열고 들어서면 뻔뻔하게 앉아 책을 보거나 침대에 누워있는 정국을 보는 것은 익숙했다.

없으면 섭섭할 정도로…


전정국
아, 왔어?

엄마의 유해가 보관되어 있는 납골당에 다녀오겠다는데 정국도 따라가겠다며 겉옷을 입었다.

그러고는 함께 납골당에 버스를 타고 다녀왔는데 다녀온 후로 정국은 여주에게 붙어 소원을 알려달라고 닦달하진 않고, 천천히 생각해주라고 한 번 더 부탁했다.


김여주
저 소원이 생겼어요.


전정국
뭐!? 진짜!?

보던 잡지를 내던지고 단숨에 여주의 앞에 선 정국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여주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시선을 애써 외면하던 여주는 배에 손을 가져다 대고는 말했다.


김여주
치킨 먹고 싶어요.


전정국
뭐?


전정국
소원이 단순한 아가씨네.


김여주
소원은 꼭 거창 할 필요는 없잖아요.


전정국
그렇긴 하지.

<치킨이 왔다~!!!>

정국이 시켜준 치킨을 여주는 신나게 뜯어먹기 시작했다.

인간의 음식을 먹지 못하는 정국은 옆에 앉아 팔짱을 끼고 열심히 먹는 여주의 모습을 관찰했다.


전정국
'그 서른살 여자랑 닮았네..'

그리곤 그때 여자가 말했던 말이 떠올랐다.


전정국
'딸아이가 커서 쓸 수 있게 모아두겠다던 그 돈, 그 돈은 어디로 간 걸까?'


전정국
너 엄마가 남겨주신 유품이나 재산 그런 거 하나도 없어?


김여주
통장이 있긴 한데 한 번도 안 열어 봤어요.


전정국
왜?


김여주
그냥.., 그냥요.

날개뼈를 분해하며 여주는 테이블에 놓인 캔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괜히 엄마 이야기에 기분이 또 안 좋아졌다.

3살 아직 유치원도 들어가기 전에 엄마는 집을 나갔고, 그 후로 들려왔던 소리는 엄마가 죽었다는 소리였다.

그 소리를 듣고 5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여주는 장례식장에 혼자 앉아 있어야 했다.

이젠 기억도 가물가물하지만 그때 엄마에게 품었던 미움은 아직까지도 기억한다.


김여주
궁금한게 있는데, 악마도 엄마랑 아빠가 있어요?


전정국
당연하지, 그럼 악마는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 같아?


김여주
태초의 악마는 어떻게 생겨나는데요?

화제도 전환할 겸 나는 치킨을 먹다가 문득 정국에게 물었다.

예전부터 궁금하기도 했고, 정국의 부모님에 대해서도 궁금했다.


전정국
태초의 악마는 천사야. 선과 악, 이 둘은 따로 분리해낼 수 없어.


전정국
선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도 악한 면이 있고 악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도 선한 면이 있다 이 말이야.


김여주
그럼 천사가 타락하면 악마가 되는 거죠? 왜 타락하는 거예요?


전정국
천사들에겐 지켜야 할 규정들이 있어. 악마에게도 있지만 그 당시 천계의 규율은 매우 엄격했어.


전정국
욕심을 부리거나, 욕구를 조절하지 못하면 천사들의 날개가 점점 섞어 들어가다가 결국엔 꺾여서 추락해. 계속해서 추락하다가 닿은 곳이 마계였어

어떠한 악마도 존재하지 않던 마계에 있던 것은 천계에서 흘러나온 썩은 물들로 이루어진 강뿐이었다.

천사가 추락하여 떨어진 그 땅은 천사를 어둠으로 물들이기 시작했고, 욕구에 눈을 뜬 천사는 악마가 되었다.


전정국
그 후손의 후손이 나인 거고, 그런 거지 뭐

정국의 말이 끝나고 쓸쓸해 보이는 그의 표정에 치킨을 먹던 여주는 머뭇거리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김여주
전 엄마가 미웠어요.

조용히 들려오는 여주의 목소리에 정국이 고개를 들고 여주를 바라봤다.

치킨을 뜯으며 잔잔히 말을 이어나가는 여주의 모습은 언밸런스한 게 웃기면서도 진지한 목소리에 쉽사리 웃을 수 없었다.


김여주
제가 고작 3살 때 집을 나가놓고는 2년간 아무 소식 없다가 죽었다고 그랬거든요. 그 후부터 이모집에서 살았는데 지옥이나 다름없었죠.


전정국
이모가 많이 괴롭혔어?


김여주
말도 마세요, 그 집안에서 눈치 보느라 밥도 제대로 못 먹고, 해야 하는 건 꼬박꼬박 일해서 돈 갖다 받치기 였어요.


김여주
그랬다가 돈을 조금씩 뒤로 빼돌려 제 앞으로 저축을 해놓기 시작했었어요. 그 덕에 스무 살 되자마자 독립해서 살 수 있었던 거고요.

여주가 하는 말을 들으며 정국은 꽤나 독한 아이라는 것을 느꼈다.

20대는 어린 나이인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성숙한 아이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말하는 투나 외모도 자신의 엄마를 빼다 박듯이 닮았다는 걸 알아차렸다.


김여주
하지만 지금은 엄마가 밉지 않아요. 그리움이 더 클 뿐이에요.

그리움, 악마는 느껴보지 못하는 감정이어서 그런지 여주의 말에 공감할 수는 없었다.

20년 전의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지만 계약도 하기 전에 차일 것 같아서 입을 다물고 있기로 했다.



작까~^^
이번 화는 길게 썼어염~^^


작까~^^
원래는 치킨이 없었는데


작까~^^
먹고 싶어서 넣었어요^^


작까~^^
역시 치느님~!!


작까~^^
오늘 갈 수 있을 때까지 폭업해보겠습니다~^^

치킨은 진리다.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