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전생이, 일진의 아내?

꿈에서 당신을 보았습니다

벚꽃이 푸른 하늘 아래 흩날린다.

옆으로는 고래등같은 기와의 궁과, 그 옆의 조그마한 별장이 보인다.

좁아 보이지만 넓고, 있을 거 다 있는. 아름다운 궁의 별장에 앉아있는 옹주는 바로,

나다.

선조 11년, 어느 벚꽃이 흐드러지던 봄날.

그가 다시 나에게로 왔다.

상궁

공주마마, 태형이라는 자가 입실을 원하옵나이다. 쫓아내야 하겠사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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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를 들라 해라.

상궁

예...

드르륵, 창호지가 붙은 나무 미닫이문을 열고. 태형이 고상하게 앉은 내게로 걸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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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형

그리워했사옵나이다, 저하.

계속 반복되는 똑같은 주인공의, 똑같은 세계, 똑같은 나를 대상으로 한 이 꿈은.

...내 전생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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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몇 시지.

새벽 다섯 시에 기상, 씻고 밥도 먹지 않은 채 독서실로 출발.

충분한 수면도 꿈에 대한 의문도 갖지 않은 채 공주보단 오히려 무수리같은 하루를 시작하게 된다.

피곤한 상태로 독서실에서 여섯 시까지 공부를 해서 얻는 것은,

허탈함.

내가 왜 이러고 있지, 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어쩔 수 없지. 난 대한민국의 여고생이니까.

내년이 고삼이니까.

교내 매점에서 간단히 아침을 때우고 반으로 들어간다.

아직도 침대에 누워있는 것 같다, 내 베개와 이불이 아른거렸다.

뭇내 아쉬워하며 정신을 차린다.

이른 아침이라선지 아직 교실엔 나 말고 두어 명쯤만 있었다.

아마 쟤네도 전교에서 순위권을 다투고 있는 놈들일 터.

그래봤자, 내가 늘 일 위겠지만.

나는 공부만큼은 촉망받으며 자랐다.

누구든 노력만 하면 밟고 올라설 수 있었다.

하지만 내 꿈이 자꾸만 날 거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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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형

- 보고 싶었습니다.

신경질적으로 책을 펴는데, 뒷문도 누군가가 세게 열었다.

쾅.

...뭐야.

무난하게 일이 잘 안 풀린 범생이겠거니 생각하며 뒤를 본다.

허나 그게 아니었다.

우리 반 애들 중에서도 특히 일찍 안 올 거 같았던 두 명이, 문지방을 밟고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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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진짜 하나 하나 귀찮게 해요, 굳이 이렇게 존나 일찍 올 필요가 있었냐고. 아, 내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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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아 시발, 000 찾아야 된다고! 그래야 될 거 같았다고!

우리 학교 대표 일진 두 마리... 아니, 두 명인데,

잠깐. 난 왜?

찍히기라도 한 걸까, 외면하고 책만 보는데 김태형이 내 머리를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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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