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전생이, 일진의 아내?

사귀지 못하는 이유

나는 조용히 김태형의 뒤에 붙어 걸었다.

왜인지 신경질적으로 주위를 마구 둘러보는 거 같아서, 톡톡 어깨를 두드리고서는 물었다.

…아니, 물으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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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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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아! 000 씨발, 어디 있었는데!

000 씨발은 나를 욕하는 말 아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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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깜짝이야! 나 찾던 거였는지 몰랐지!

이 새끼의 반사신경인지, 아니면 그냥 애정 세포인지, 전생의 애인을 다시 찾은 마음에 기뻐서 전생의 태형이 나온…

…000, 개소리 그만하자.

아무튼, 김태형은 나를 꼭 껴안고 있었다.

고마운데, 너무 세! 이 새끼 일진이 되어서 가진 게 힘밖에 없나 봐!

얘가 나를 놓아 주자 내 팔이 흐물흐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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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악.

팔을 잃었다, 따랏따 따랏따. 어떡해야 할까. 따랏따 따랏따.

열두개로 갈린, 조각난 내 팔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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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악…, 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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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젊어서 좋겠다, 연애질이나 해대고. 이 선배는 안 보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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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애질 아니에요!

나는 격렬하게 김태형을 밀쳐내며 말했다.

오, 김태형 표정 완전 익스트림. 금방이라도 투명드래곤을 작살낼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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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뭔가 사과해야 할 타이밍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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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애인이랑 붙어 있는 게 연애질이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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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사귀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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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맞아, 얘 아직 대답 안 했어.

이런 시이발 맞다 고백받았었지.

그, 그치만 님아.

나는… 나는 존잘 일진과 사귀어서 모든 일진 언니들에게 핍박과 욕을 받고….

막 빙의글처럼 사람들이 내 책상에 낙서를 하고….

미친 년이 지 몸을 때려놓고 나보고 때렸다고 하는 그런 스토리는….

존나 질색이라고…!

차라리 조연이 되고 말지, 김태형이랑 사귀었다간 그런 일이 충분히 너어무 너어무 잘 일어날 것 같았다.

물론 잘생긴 건 맞아.

근데 그 잘생김에 내가 막 사슬마냥 억압과 속박을 다해가지고 그냥 막….

아무튼 그런 건 싫다.

왠지 일진이랑 사귀면 헤어질 때 어마무시한 리스크를 감당해야 할 것만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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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니깟 게 나랑 헤어져? 어림도 없지.

같은 소리를 들을 것도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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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으으음. 그러니까 아직은 좀. 난 니가 어떤 앤지도 모르고. 그러니까.

사실이지. 꿈을 포함해도 본 지 열흘밖에 안 됐고, 꿈 빼면 사흘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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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배수지나 찾자.

저 말투는, 삐짐을 알리는 말투?

미친, 나 내일 시체로 발견된다던가 그런 건 아니겠지…?

???

흐흐, 흐흣… 흐하하!

여자아이의 청아하고 맑은 웃음소리가 들린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웃음 소리 듣기 좋네, 하고 넘어갔을 일이지만, 적어도 이 상황에서는 아니었다.

그녀는 학생이고, 지금은 수업시간인데다가 이 장소는 학교로부터 조금 떨어진 공사현장이었었던 곳이었다.

왜, 공사를 하다 만 그런 데.

다시 교실로 돌아가면 선생님께 손이 발이 되게 빌어야겠는데? 나는 피식 웃었다.

잠깐, 여기를 석진 선배는 어떻게 정확히 알았던 걸까.

???

아, 손님이 오셨네.

그 수지라는 사람이 뱉은 말이었다. 그 말을 뱉은 수지는 정작 우리를 보지도 않았다. 우리는 조심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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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지

어머.

나쁜 약혼녀라는 사람 치고 너무 예쁘신데?

내 생각과 김태형의 생각은 반대였나 보다. 그는 이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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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지

세 명이나 왔네요. 이런 사랑스러운 곳에 추한 분들이 잔뜩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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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어떻게 전생과 그대로지?

태형아, 미안하지만 너도 그대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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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지

제가요? 나보단 네가. 더 그대로지. 어라, 00이도 데려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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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지

예쁜 아이가 오는 걸 알았더라면 조금이라도 공손하게 맞았을 텐데.

말과는 달리, 그녀는 아직도 컨테이너 박스에 등을 기대고 다리를 편 채 앉은 자세를 조금이라도 틀지 않았다.

내가 얘를 본 적이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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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하세요.

나는 고개만 잠시 꾸벅였다. 수지가 어울리지 않게 슬픈 눈으로 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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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지

또 그 순진함으로 태형이를 꼬셨구나,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단 걸 넌 너무 잘 알고 있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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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지

전생에서도, 지금도. 게다가 이번엔 멋지게 생긴 쓰레기 하나도 더 달구 왔네.

그 가냘픈 얼굴로 말하시면 뺨도 못 때리잖아요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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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닥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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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지

태형아!

김태형을 보는 순간 그녀의 표정이 활짝 핀다.

배수지는 뭐랄까, 활짝 핀 사이코 같은 느낌이 든다. 정말 예쁘고 깨끗한 사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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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지

00아, 지금이라도 다시 돌려줄 순 없을까? 전생의 기억은 깨끗이 잊을게.

내가 전생에 얘한테 뭘 했었나 보지? 나는 끄덕일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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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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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내가 가고 말고는 내 자유야, 그걸 왜 얘한테 물어?

수지는 답변을 듣기까지 무표정으로 있다, 갑자기 마약 한 사람처럼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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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지

으흐흥, 그렇구나?

배수지가 다리를 탁탁 털고 일어나 우리에게로 다가왔다. 곧 다시 생글생글 웃더니만.

짜악.

내 뺨을 때렸다. 한 방에 입술이 터질 만큼 세게.

내 볼에서 바늘들이 튀어나오는 것 같은 고통에 나는 이성의 끈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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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씨발년이.

그리고 이성의 끈을 놓은 사람은 한 명이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