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전생이, 일진의 아내?
건드리면 안 될 공주님


짜악.

내 뺨이 배수지에 의해 돌아간 순간부터, 또 내 입술이 손바닥에 의해 터진 순간부터….

조금, 아니 많이 아프긴 했지만.

나는 내 자신이 아니라 배수지를 걱정해야 했다.


김태형
시발년이, 누굴 때려!

김태형은 세게, 정도가 아니라 저 정도면 턱이 떨어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배수지의 뺨을 후려갈겼다.

그런데도 배수지는 큭큭거리더니 허리까지 휘어 가며 웃었다.

태형아…. 정말 고마운데 저 친구 때릴수록 강해지는 슬라임 같아….


000
야, 한 대만 때리자. 한 대만. 난 괜찮으니까.


김태형
000, 이 새끼는.


김석진
김태형.

석진 선배가 나서서 김태형을 말렸다.


김석진
더 때려서 좋을 게 뭔데. 진정해, 000한테는 내가 나중에 약 사다 줄게.


000
아니, 그. 괜찮아요.


김석진
됐어.

입 튼 데 바르는 약이 따로 있나? 아주 신통방통하네. 그런 것도 개발해?

김태형의 눈이 새빨개져있었다. 나는 처음에 운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눈은 충혈되어 있었다. 김태형은 눈의 흰 부분이 충혈될 정도로 화가 났나 보다.

아니, 잠깐만. 그 정도면.


000
잠깐만, 친구. 진정해. 화 내지 마. 우쭈쭈. 왜 그래.


김태형
000, 병신.

욕까지 해 주면서 걱정해주냐.

전생과 지금의 기억이 연동되어 있다더니, 정의 감정도 같이 연동되어 있나 보다. 이렇게까지 화를 내주는 걸 보면.

나중에 전생 논문 같은 거 써서 정리할까?

이 와중에 배수지는 맞은 게 아무 상관 없다는 듯 다시 웃었다. 방긋방긋.

이야, 다시 봐도 정말 예쁘긴 예쁜데.

얼굴에 멍이 들어서 빵끗 웃는 건 진짜 사절인데. 이러다가 배수지 피떡 되겠어. 내 애인 위험해.

그러니까, 내 애인이 쟤한테 위험한 존재라고.


김태형
씨발년아, 전생은 전생이고 지금은 지금이야. 지금까지 집착하지 마.


배수지
그치만 태형이도 전생의 연인 00이에게 집착하잖아?

정곡을 찔렸는지 김태형이 입술을 깨문다.


배수지
싫어요. 수지가 얼마나 공을 들인 일인데.


배수지
태형이를 가진다면 천군 만마를 얻은 기분일 거야. 햇살이 나에게만 오는 기분일 거야.


배수지
흐흐, 흐흣… 흐하하, 흐하하하! 너무, 너무 기분이 좋겠다. 태형아.

배수지는 술 마신 사람처럼 이리 저리 비틀거리며 웃는다.


배수지
태형아, 내 거지? 약혼했으니 내 거지?


배수지
000은 세자 있잖아. 이지민 있잖아. 그러니까 내 거지?

…이지민?


지민
- 제 것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지민
- 그대 나와 같이 궁을 산책합시다. 내 보여줄 것이 많으니.


지민
- 이 새끼, 뭡니까?

아.

아아.

나는 내 부서지는 멘탈을 감당할 방법이 없었다.

그래도 전처럼 쓰러지지는 않고 잘 버텼다. 진짜 죽기 딱 직전이라는 것만 빼면 괜찮다.

그게 제일 중요해서 빼면 안 되지만.


김태형
이지민? 그게 누군데.


김석진
태형아.

선배가 제재하듯 김태형을 막아섰지만, 배수지가 마구 떠들어댔다.


배수지
지금도 지민일 거야, 지민. 지민… 무슨 지민일까요. 알아맞춰 봅시다.

배수지는 마치 퀴즈 프로그램이라도 하는 듯 터진 입술에, 얼굴엔 멍을 달고서 각목을 들고 이리 저리 휘두른다.

한 글자 뱉을 때마다 한 번, 각목을 흔들면서 그렇게.


배수지
김지민? 이지민, 손지민이랑 양지민. 참고로 나는 묶는 게 좋아. 꽁꽁 묶는 게.

묶는… 묶을 박? 박지민? …한자로 트릭을 주네, 똑똑하고 해맑은 사이코야.


박지민
- 사귀기로 했어?

그랬구나.


배수지
이제 그만 헤어질 시간. 태형이, 00이. 다음에 또 와! 기생 아가씨는 성함 뭐야?


김석진
알 거 없어.

배수지가 노래를 부르듯이 입은 교복을 팔랑거렸다.


배수지
000 친구.


000
…….

배수지는 내 쇄골 사이에 각목을 댔다.


배수지
일진이라던가 날라리 언니들이라던가보다 나 같은 사람이 더 무서운 거 알죠?

무서워서 가만 있었다. 이 사람, 눈빛이 싹싹 돌아간다.

친절할 땐 한없이 친절한 눈매이다가, 말만 시작하면 눈에 힘이 풀린다.


배수지
그러니까 내일 일곱 시까지 여기로 오면, 내가 한 번 봐 줄게요. …찬스인 거에요. 찬스. 000 친구.


배수지
거래는, 응. 너도 잃고 나도 잃어야 맞는 거잖아? 그렇지요?

점점 각목이 날 누르는 힘이 강해지다 나에게서 떨어진다.

나는 황급히 김태형에게 고개를 돌렸다.

김태형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가만히 주먹을 쥐고 있을 뿐.

나는 손가락을 펴서 그의 손등을 쓸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