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짝, 너에게

날 사랑해주면 안돼? (정한시점 1/2)

정한 시점.

처음엔 그저 재미였다.

이서연이라는 친구는, 그저 그랬다.

웃음기 많은 눈, 감정을 다 들키는 얼굴, 눈앞에서 펼쳐지는 서툰 연애 감정.

그런 그녀가 조금은 우습고, 조금은 재밌어보였다.

승철이를 좋아하는 그녀의 감정이 내게 들켰을 때, 그 표정은 정말 모든 걸 말해줬다.

처음엔 놀리고 싶었다. 그 흔한 관계를 쥐고 흔드는 시나리오 속 주인공이 된 것만 같아서.

그러나 심심한 나날의 재미로 치부하기엔 너무도 순진하고 정직한 그 눈빛이, 자꾸만 기억에 남았다.

그저 게임처럼 느껴졌던 감정이, 점점 무게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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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

"하아...."

일방적인 마음. 서연과 승철의 관계는 늘 그런 식이었다.

승철은 그녀를 그저 “내 친한 동생”으로 여겼고, 서연은 승철을 “내가 사랑하는 사람”으로 간직하고 있었다.

차마 입 밖에 꺼내지도 못하고, 긴 시간 혼자 간직해왔을 그녀의 마음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처음엔 흥미였지만, 어느새 걱정이 자라났다.

사소했던 감정은 거대한 나무처럼 자라, 어느 순간 내 안을 가득 채워버렸다.

그날 밤, 술집에서 승철에게 고백하려던 너... 말리던 나에게 울며 안기고, 그런 너를 꽉 끌어안았던 나.

그때, 나는 이미 널 떠나보낼 수 없었다.

다시 돌아가, 네 손을 붙잡았던 나 자신을 부정할 수 없었다.

너와 마주 앉아 마시던 칵테일. 네 눈빛. 네가 몰랐을지도 모른다.

그 모든 순간들이 나에겐 얼마나 설레는 순간이었는지.

내가 너를 바래다주던 밤, 너의 손이 살짝 내 손에 스칠 때마다 심장이 비명을 질렀다.

별을 올려다보는 네 얼굴을 옆에서 바라보며, 나는 네 얼굴이 별보다 더 찬란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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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

“심장 뛰어서 미치겠네 진짜…”

넌 몰랐겠지만, 나는 그날 너를 보내면서 온몸으로 널 포기하려고 했다. 하지만 되지 않았다.

널 좋아하는 내가, 네가 좋아하는 사람이 같은 멤버라는 사실은 잔혹한 운명이었다.

어떻게든 포기하려 했지만, 연습 끝나고 우연히 카페에서 혼자 앉아 있는 널 봤을 때.

내 심장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아, 나는 너를 사랑하게 되었구나. 포기할 수 없겠구나.

그리고 그 순간부터 피했다. 너무 마음이 커져버린 탓이었다.

승철이는 결국 너를 울게 만들었고, 그 장면을 보는 나는 숨이 막혔다. 너를 지켜주지 못한 내 자신이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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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

“…짬뽕 먹으러 갈래요? 나 매운 거 땡기는데.”

이서연

“네?”

서연아. 그 순간, 네가 나에게 사과하려고 이름을 부를 때마다 내 심장은 찢겨나갔었어.

그때 너를 안지 말고 돌아섰어야 했는데. 나는 또 널 놓지 못했다. 결국 너를 붙잡고, 밤거리를 걸었다.

그 길에서, 너는 울음을 터뜨렸다. 꼭 참고 있던 무언가가 무너져버린 듯이.

나는 그 모습을 보며 결심했다.

울고 있는 너를 그냥 둘 수는 없었다. 널 안고, 쓰다듬으며, 울어도 내 품에서 울라고 속삭였다.

가질 수 없는 마음을 품고 있는 나는 죄인임에도 불구하고 널 감쌌다.

그 순간조차도, 너를 안는 내 심장은 벅차올랐다. 붉어진 얼굴, 반응하는 모든 감각.

말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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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

'날..나를 사랑해주면 안돼..?'

하지만 말하지 못했다. 대신, 다른 말로 너를 안심시키고 너를 놓았다.

식사를 마친 뒤, 그나마 웃는 네 얼굴을 보고 또다시 결심했다.

그나마 행복해하는 너를 보다 보니 깨달았거든. 그렇게 널 데려다주는 길.

내 결심은 고달팠다. 너를 포기할 수 없으니 강제로 나를 묶어둬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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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

“…후배님, 미안해. 이제 도와줄 수 없을 것 같아.”

너의 표정은 순식간에 굳어버리더라.

근데 나는 더 이상 네 사랑을 응원할 수 없어. 나 아닌 다른 남자와의 사랑. 응원할 수 없어. 미안해.

네 곁에 있고 싶지만, 그렇다고 네가 다른 사람과 잘되는 걸 도와주고 본다는 건 정말 너무 쓰라려 상처가 벌어지다 못해 출혈까지 심할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