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짝, 너에게
그것이 나의 이유(정한시점 2/2)



정한
“…왜 그랬어.”

그렇게까지 결심을 했건만, 결국 승철이는 일을 저질렀더라.

딱 잘라 거절했대. 굳이 해도 되지 않을 말까지 하면서.

물론 승철이가 잘못한 건 아니야.

마음을 정확히 몰랐던 것도 맞고, 본인은 관심이 없다면 그렇게 끊어내는게 정말 차라리 옳지.

그렇지만, 그 애가 오랜 시간 좋아했던 그 감정을 조금이라도 보듬어 줄 순 없었는지.

혼자서 주눅들어 피던 꽃을 조금만이라도 응원해 줄 순 없었는지.

내가 겪어보니 알겠는 그 마음에 속이 다 문드러지는 것 같았다.

결국 승철이가 불러도 못 들은 척, 연습도 잠시 중단하고 밖으로 나왔을 때.

너는 어두운 회색 잿빛 속에서도 밝은 것 같더라.

물론 너의 상태는 고요하게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말이야.

이대로 보내면 너는 비에 젖어 아플지도 몰라. 미안해, 도저히 못 보겠어.

결국 달려가 그녀를 잡았고—

이서연
"...선배...님?"

깜짝 놀라는 그녀에게 우산도 없이 어디 가냐고 묻고 또 그렇게 멈춰세웠다.

내가 널 흔들 수 있을까?

이서연
“아아아아, 진짜… 흑… 으아앙…”

결국 너는 그렇게 내 앞에서 눈물이 터져 울어버리더라.

다시는 안 볼 것처럼 해놓고 왜 나한테 와서 또다시 나를 붙잡냐며 뭐라 하더라.


정한
‘…나, 이거 좀 기대해도 돼?’


정한
“내가 가긴 어딜 가…”

안 가. 가고 싶지도 않고. 근데 억지로라도 가야 했었어서 그런 거야.

결국 그녀와 좁은 틈에 숨어 먼저 키스해버렸다.

도저히 정말 온갖 생각 다 해봐도 신경회로가 마비된 것 같았다.

너의 눈을, 너의 입술을, 너의 얼굴을 난 참을 수가 없었다.


정한
“미안해, 못 참겠어.”

부드러운 입술이 맞닿고 키스를 이어갔을 땐 정말 미칠 것 같았다.

떼기 싫었다. 이대로 잠시만 시간이 멈췄으면 했다.

뒷감당 어떻게 해… 라고 하면서도 나는 그렇게 키스했고, 결국에는 도망쳤다.


정한
"...하아."

그 뒤로 너는 날 찾는 것 같더라.

기분 탓이라면 미안한데, 내가 널 볼 자신이 없어.

결국 고백 아닌 고백을 해놓고 돌아오는 답변을 듣고 싶지 않아 몸을 숨기고 다니는 겁쟁이일 뿐이니까.


정한
“…졸려 죽겠네.”

하필이면, 음악방송까지 그녀와 겹치는 날.

그동안 여러 생각에 잠도 못 자고, 대기실에서 꾸벅꾸벅 졸다 잠이 들었다.

비몽사몽한 채로 무언가 인기척이 느껴져서 살짝 눈을 뜬 것 같았다.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이 안 됐다.

이서연
“…선배님…”


정한
“…이서연?”

이서연… 내 눈앞에 바로 있는 거 보니 꿈이 맞는 것 같았다.

보고 싶어 죽는 줄 알았고, 안고 싶어 죽는 줄 알았는데… 꿈에서라도 나와주네.

꿈이라면 내가 하고 싶은 거 다 할래.

결국 나는 너의 뒷목을 잡고 끌어당겨 깊고 아주 진하게 키스했고,

너는 깜짝 놀라 날 붙들며 그 키스를 받아들였다. 꿈 맞나 보다. 이서연이 이렇게 내 안에 갇혀있는 걸 보니까.

아, 진짜 너무 행복하네.


정한
“아… 진짜 안고 싶어 죽는 줄 알았네.”

정말 깨고 싶지 않았다.


원우
“어? 안녕하세요?”


정한
"...???"

그때, 스텝들이 멀리서 웅성거리는 소리와 원우의 목소리가 들려 눈을 번쩍 떴다.

이서연은 어색하고 얼굴이 붉어진 채로 인사를 하고 바로 튀어나갔고,

나는 정신을 겨우 차린 채 원우에게 물었다.

그러자 형이 알지 내가 아냐고 묻는 원우 때문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정한
“설마… 진짜로 한 거야, 나…?”

내가 진짜 미쳤구나. 도대체 왜 이러는 거냐.


정한
“…여기는 이렇게 추는 거고…”

하, 진짜 얘는 나를 왜 불러가지고 내가 지금 단둘이 남아서 어색하게 챌린지 춤이나 알려주고 있는 거냐고…

제발 나 좀 그만 흔들어라, 이 여자야.

이서연
“…좋아요!! 좋아한단 말이에요…”

…뭐지? 나 아직 꿈인가?

그렇게 폭발해버린 감정에 그녀는 나에게 좋아한다고 하고 있었다.

이거 꿈… 어, 꿈 아닌데? 분명 생생한데, 아픈데…?

좋아해… 날?

그녀를 끌어당겨 꽉 끌어안았다.


정한
“…내가 너 때문에 못 살겠다.”

그것이 나의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