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예뻐해 주세요_
Episode 02. 나 예뻐해 주세요




김태형
뒤에 물 있다니까.


그게 우리의 첫 만남이었고,

첫 인연이었다.



"나 예뻐해 주세요_"_2화




백여주
ㅂ,비키세요!!!

나는 괜히 큰 소리치며, 허리를 똑바로 세워 그로부터 벗어나왔지.


김태형
조심 좀 해요. 괜히 나까지 다치면 곤란하니까.

하지만 이 남자의 말은 더 가관이었다.


백여주
허, 누가 구해주랬어요?!


김태형
내가 안 구했으면, 당신 다 젖고도 남았어.

아니 근데 가만 보자.


백여주
지금 남의 집 들어온 주제에...!


백여주
뭐가 그렇게 당당한데요!


김태형
들어온 게 아니라, 원래 있었던 거죠.


김태형
말은 똑바로 합시다.


백여주
아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백여주
여긴 내 집이라니까요?!


김태형
난 이 집에 있는 목걸이가 집이에요.

그는 그의 목에 걸려있는 목걸이를 보여줬다.


백여주
내가 지금 장난하는 걸로 보여요?


김태형
그건 잘 모르겠고, 많이 화난 것 같네요.


백여주
잘 아네요.

비장한 표정의 그녀는, 욕실문을 열고 거실로 나간다.



백여주
언제까지 태도가 그렇게 당당할 수 있는지... 보면 알죠.

많이 놀라긴 했는지, 덜덜 떨리는 손으로 폰을 집어든 그녀는 망설임없이 1 1 2를 차례로 눌렀다.

그런 그녀를 뒤따라 욕실로부터 나온 파란머리의 남성은 여주에게로 다가갔고.


백여주
여보세요, 거기 경찰서죠?


백여주
지금 집에 웬 이상한 남자ㄱ

스륵, 자연스레 그녀의 손에 있던 폰은 사라졌고_ 놀란 여주가 뒤를 돌면


백여주
지금 뭐하ㄴ



김태형
우리 우선 이야기부터 하는 게 어때요_

벌써 통화를 끊어버린 그가 여주에게 폰을 돌려준다.


백여주
이야기...


백여주
뭐, 변명이라도 하려고요?


김태형
그렇죠. 그럴 기회는 줘야지.


백여주
어디 한 번 해봐요.

아까의 당황한 모습도 잠시, 급 차분해진 여주가 팔짱을 끼며 남자를 바라본다.


김태형
이걸 바로 말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김태형
···사실 나는,



김태형
요정이에요, 이 목걸이에 영혼이 깃든 요정.


백여주
······.

다시금 귀에 폰을 가져다댄 여주는 말하지.


백여주
여보세요, 여기 정신병자가 한 명 있는ㄷ


김태형
그래요. 못 믿을 수 있죠.

또 한 번 그녀의 폰을 가져간 그는, 더 이상 돌려줄 생각이 없어 보인다.


김태형
하지만 믿게 될 거예요, 곧.


김태형
당신도 아까 그렇게 생각했잖아.



김태형
인간 치고는 눈동자 색이 너무 푸른빛이라고.


백여주
···ㄴ,내가 언제요!


김태형
잘 생각해 봐요, 아까 당신이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제 집인 듯 마냥 소파에 세상 편한 자세로 착석했다.


백여주
그래서... 지금 뭐하자는 거예요?


김태형
나 여기서 살게 해줘요.


백여주
네?


김태형
여기서 살게 해달라고요.


백여주
내가 왜 그쪽 말을 들어줘요?


김태형
그야 내가 불쌍하니까.

세상에.

자기 입으로 자기가 불쌍하다고 하다니.


김태형
난 보다시피 빈털터리에요.


김태형
이런 나를...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맨몸으로 내보낼 생각이었어요?


백여주
허...


김태형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김태형
그쪽 뜻이 그렇다면야_ 저는 나가야겠죠...

우울한 표정의 그가,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백여주
아니, 아니...


백여주
잠깐만요.

터덜터덜, 힘없는 발걸음으로 현관을 향해 걸어가던 그를 붙잡아본 여주.


김태형
왜요...


백여주
...그러니까, 그쪽은 그 목걸이에 사는 요...정이고?


백여주
그 목걸이가 있었던 곳이 여기라서... 여기가 그쪽 집이고?


백여주
그쪽ㅇ···


김태형
그쪽이 아니라 요정이라고 불러줄래요?


백여주
···하. 그러죠.


백여주
요정...님은 지금 갈 곳도 없는 빈털터리다...


백여주
한 마디로... 지금 거지...인 거죠?


김태형
말이 심하시네요. 거지까지는 아닌데.


백여주
거지가 아니면 뭔데요...!


김태형
불쌍한 요정이요.

어째 대화의 진전이 없는 것 같다.

더이상 말만 섞어봤자 진만 빠질 것 같아.


백여주
···하아. 그래요. 요정 씨.


백여주
그쪽이 나한테 바라는 게 뭐예요.

내 말에, 그는 나가려다 말고 발길을 돌려 내 앞에 멈춰섰다.


김태형
나 여기 살게 해주세요.


김태형
그리고, 내가 있는 동안



김태형
나 예뻐해 주세요_


김태형
그거면 돼요.


그래. 맞아.

내 인생이 꼬이기 시작한 건,

이때부터였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