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예뻐해 주세요_
Episode 14. 사과 머리




김태형
나 잘했죠?ㅎ 완전 멋졌죠?



"나 예뻐해 주세요_" _14화



태형이가 부장으로 추측되는 사람에게 큰소리친 그 다음날.


백여주
···아ㅎ 네.

최 부장
하... 백 대리 그렇게 안 봤는데 말이야.

최 부장
원래부터 그렇게 공과 사는 못 구분하는 사람이었나?!


백여주
···어후... 그러게요.

최 부장
뭐?


백여주
아, 아닙니다.

어제 그 요정이 폰을 빼앗지만 않았더라면.

어제 그 요정이 그 한 마디만 안 했더라면.

내가 지금 몇십 분째 선 채로 이 고생을 하면서 들으나 마나 할 이야기를 듣고 있지는 않았겠지.

최 부장
···동거는 안 한다더니,

최 부장
알고 보니 비밀 리에 하고 있는 거 아니야?!


백여주
그럴 리가요_ㅎ

최 부장
···하, 요즘 것들은 말이야.

최 부장
이렇게 웃어른한테까지 버릇이 없어요.


백여주
버릇···이요?

내가 대체 무슨 버릇 안 좋은 행동을 했다는 말이지.

최 부장
지금 백 대리가 뭘 잘못한 건지도 모르는 건가?


백여주
ㅎ··· 에이, 알죠-!

어쩔 수 있나, 최대한 웃어야지. 그래. 지금만 버티는 거야.


백여주
제가 버릇이 너무···! 나빴죠_ 그럼요.

최 부장
···이번은 그냥 넘어가는 거야.

최 부장
다음부터 또 이렇게 버릇없이 행동했다가는···!

백 회장
무슨 일이지_ 아침부터?



백여주
와, 아ㅃ···!


백여주
······.

살았다. 더 이상 바닥 타일 무늬 분석은 안 해도 되겠어.

최 부장
ㅇ, 아이고... 회장 님께서는 여긴 어쩐 일로...

백 회장
오래간만에 회사 부서 둘러보던 중이었는데, 꽤나 소란스럽더군. 그래서 무슨 일이 있나- 와봤어요.

최 부장
아하하...ㅎ 그러셨습니까.

방금까지 얼굴 터질라 버럭버럭 소리치던 얼굴은 어딜 가고, 부장은 금세 차분히 가라앉은 표정으로 입꼬리만 끌어올린 웃음을 짓는다.

최 부장
백 대리가... 상사에게 지켜야 할 예의를 갖추지 않아서...

백 회장
백 대리는 잠깐 회장실로 와요. 나 좀 봅시다.


백여주
아, 네.


회장 딸이 나인 줄 알았으면 뒤집어질 거야. 최 부장 이놈.

흥.



백 회장
오랜만에 회사에서 보는구나, 여주야.


백여주
그러게요, 그간 뵙기 힘들었는데.

백 회장
그런데... 아까 최 부장이랑은 무슨 일 있었어?


백여주
아···ㅎ


백여주
그게...


백여주
그냥 별일 없었어요, 제가 부장 님 마음에 안 들었나 보죠.

백 회장
정말 그뿐이냐?


백여주
네_ 부장 님이야 간혹가다 그러시는 분이잖아요.

백 회장
이유 없이 또 괴롭히면, 꼭 말해.

백 회장
이 아빠가 해고시켜주마.


백여주
···네?


백여주
아니... 뭘 그렇게까지...ㅎ


백여주
저는 진짜 괜찮아요.

백 회장
···이렇게 지켜보고만 있는 입장으로서, 뭐라도 해주고 싶어서 그런다.


백여주
그래도··· 해고는...

너무 나가신 것 같은데:)


백여주
아무튼, 저는 괜찮으니_ 걱정 마세요.


···


05:48 PM


백여주
다녀왔습니다_


백여주
요정님 뭐하고 계세요-.


"어, 왔어요-?!"

저 멀리, 방에서부터 들려오는 태형의 목소리.

그리고 겹쳐서 들리는 급한 발걸음 소리까지.



김태형
후, 다녀왔어요?

그리고 마침내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낸 요정.


백여주
뭐야, 사과 머리까지 하고 뭐 하던 중이었어요?

어디서 구한 지 모를 분홍색 고무줄 머리끈으로 머리 위에 파란 머리 꽁지를 만들어 놓은 그.


김태형
청소 중이었죠-.


백여주
청소···?


김태형
정리 덜 된 박스들 다 풀어서 다- 정리했어요.


김태형
남은 박스들은 전부 다 이불이랑, 겉옷뿐이어서 어디에 정리해야 할지 눈대중으로 다 알겠던데요-


백여주
오-ㅎ

방금까지만 해도, 어제 부장과 통화했던 말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청소했다는 말에 마음이 너그러워지는걸.


김태형
회사는 잘 다녀왔어요?


백여주
···ㅎ

부장한테 엄청나게 혼나고 왔죠.


백여주
뭐, 잘 다녀오고 말고가 있겠어요-?


백여주
나름대로 잘 버티고 왔죠-.


백여주
그러는 요정님은, 혼자서 안 심심하던가요?


김태형
말해 뭐해요-


김태형
혼자서 진짜 할 거 없었어요. 그래서 낮잠만 잤다고요.

피식, 그가 말할 때마다 대롱대롱 요동치는 사과 머리 꼭지를 보니 웃음이 나올 수밖에.


김태형
아 맞다.


김태형
이 머리를 내가 풀려고 해봤는데, 머리가 단단히 엉켜서 풀 수가 없던데요...


백여주
머리를 묶었는데, 풀지는 못한다-?


김태형
몰라요... 풀려다가 머리 다 빠지는 줄 알았어요.


백여주
앉아봐요-



백여주
근데 이 머리끈은 어디서 구했어요?


김태형
상자 정리하다가 이불 사이에 하나 있는 거 봤죠-


김태형
그래서 그냥 거울 보면서 묶어봤··· 아악!!

그때를 틈타 고무줄을 확 빼버린 여주.


백여주
어머, 너무 세게 풀었나...?


김태형
···아아아... 아파요.


김태형
아니 너무 갑자기···


백여주
···미안해요, 내가 남의 머리를 만져보는 건 처음이라.


그렇게 한동안 정수리를 문지른 태형이었다고 하지.



#에필로그

#어제, 부장과의 통화를 마친 후 태형과 여주.



김태형
나 잘했죠?ㅎ 완전 멋졌죠?


백여주
······.


백여주
······하하, 잘했_어요.


···



백여주
그런데... 또 머리색이 바뀌었는데?


김태형
머리색?


김태형
이번에는 무슨 색인데요?


백여주
아까 배고프다고 했을 때랑 같은 금색···이요.


김태형
뭐지, 이건 나도 모르겠는데.


백여주
···쓰읍.


백여주
근데 어떻게 이런 밝은 색이 다 잘 어울ㄹ···

마음의 소리.


김태형
아, 금발도 괜찮아요?ㅎ


백여주
······.

요정 만난 후부터는 입이 방정이다, 이 입이.


백여주
뭐, 나쁠 건 없네요.


백여주
괜찮아 보여요.



김태형
그럼 금발로 계속 지낼까 봐요_ㅎ


김태형
여주 씨가 잘 어울린대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