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예뻐해 주세요_
Episode 19. 아는 사이였을까요




김태형
뭐 먹고 싶어요, 집에 가서 내가 해줄게요ㅎ



"나 예뻐해 주세요_" _19화


그렇게 집에 돌아오게 된 둘.

여주는 가방 대충 던져두고, 입고 있던 코트도 의자에 걸쳐두며 그대로 소파에 엎어진다.

입고 있던 블라우스 단추도 두 개 풀어헤치고 나서야 살겠다는 듯 한숨 한 번 내쉬면,


김태형
아아잇···. 여기 혼자 있는 거 아니거든요.

태형은 여주가 내팽개친 짐들 하나씩 주우려다가도 갑작스러운 그녀의 행동에 황급히 뒤돌아선다.


백여주
생색은···.


백여주
나 안 벗었거든요.


김태형
그런 말 그렇게 함부로 하지 말죠-.


백여주
내 마음인데.


김태형
···하루 새에 왜 이렇게 반항아가 됐어요?

여전히 시선을 현관에 둔 태형이가 말을 잇자, 여주는 말을 돌려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냐며 한 소리 한다.


김태형
단추 다시 잠그면.


백여주
그럼 내가 옷 갈아입고 올게요-.

여주가 방으로 들어가는 소리가 들리면, 그제서야 뒤를 돌아 여주의 가방과 겉옷을 제자리에 가져다 놓는 태형.

부엌으로 향하기도 전에, 편한 잠옷 차림으로 거실에 나온 여주가 소파에 누우면_ 여주를 따라 거실로 가 바닥에 앉지.


백여주
밥해준다면서요-.


김태형
언제든지 하면 되고.ㅎ


김태형
아까 아침에 못다 한 이야기 있다면서요.


백여주
···아침에...


백여주
아 참, 맞다.

소파에서 벌떡 일어난 여주가 자세를 고쳐앉더니, 바닥에 앉아있는 태형에게 하는 말.


백여주
어젯밤 일 기억 나요-, 안 나요-?


김태형
기억···.


김태형
조금 나요, 아주 조금.


백여주
그 조금의 기억이라도 말해 봐요.


김태형
내가 맥주를 하나 다 마셔서...


김태형
편의점에 갔죠.


김태형
여기까지_만ㅎ


백여주
와···. 정작 중요한 건 하나도 기억 못 한다?


김태형
···그 뒤에 중요한 게... 더 있나?

큼큼, 목을 가다듬던 여주가 다 말해주겠다며 똑똑히 들으라고 선전포고를 하지.


백여주
어제 편의점에 갔는데,


백여주
갑자기 그쪽이 정신을 잃었거든요?


김태형
헙···.


백여주
그래서 내가 그쪽을 거의 업어서 집까지 왔어요.


백여주
겨우겨우 소파에 눕혔는데_


백여주
반강제로 내 입에 치킨을 욱여넣어주더라고요?


김태형
······.

점차 떠오르는 어젯밤의 기억에, 여주의 눈을 마주치질 못하고 이리저리 시선만 피하는 태형.


백여주
그걸 넘어서···


백여주
토까지 했죠.


백여주
진짜 가지가지 했어요···.


김태형
···하아...


김태형
내가 무릎 꿇을 만큼의 잘못을 했구나...

아침의 제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며 눈을 질끈 감고서 무릎을 꿇는 그.


김태형
미안해요...


김태형
그래도 고의는 아니었어요... 잘 알잖아ㅇ···

눈에서 불이 나올 것만 같은 여주의 눈빛에, 깨갱_ 움츠러든 태형이다.


백여주
······내가 퇴근하고 나면 많이 혼낼 계획이었는데,


백여주
그래도 데리러 와줬으니까 퉁 쳐줄게요.

태형이는 생각하지. 무슨 잘못을 저지르면 무조건 데리러 가야겠다- 하고.


김태형
나 그럼 매일 데리러 갈까요?


백여주
···진짜 애인이라고 믿겠다.


김태형
진짜 애인이면 어때서.

태형은 은근슬쩍 꿇었던 무릎을 풀고 여주의 옆에 앉으며 말을 이어가지.


김태형
이렇게 좋은 애인 두면, 그런 이상한 놈들이 여주 씨한테 못 붙을 거 아니야.


백여주
그렇긴··· 한데


김태형
아니, 그나저나.


김태형
여주 씨 회사에는 무슨 하나같이 이상한 놈들이 그렇게 많아요?


백여주
그러게나 말이에요-.


김태형
그걸 여태 참았다는 거예요?


백여주
안 참으면 내 이미지만 더러워지니까요_


김태형
···인간들의 세계는 그런가 보네요.

여주를 향해 안쓰러운 눈빛을 보내자, 여주는 갑자기 왜 그러냐며 뒤로 물러나고.


백여주
나 배고파요-.


김태형
맞다, 뭐 먹을래요-?

부엌으로 향하는 태형이에 여주도 덩달아 그를 따라가본다.




김태형
냉장고에- 뭐가 많네요.


백여주
많기만 많지, 할 수 있는 요리는 별로 없어요.

자연스레 아일랜드 식탁 위에 앉으며, 식재료 고르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태형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는 여주.


백여주
아, 근데 나 궁금한 거 있어요.


김태형
뭔데요-?


백여주
돈 많아요?

피식, 여주의 질문에 입가에 미소를 머금는 태형.


김태형
돈 많아 보여요?


백여주
네, 완전.


백여주
아까 그 차 보고 놀랬잖아요, 나.


김태형
아-ㅎ

어느새부터인가 초롱초롱하게 바뀐 여주의 눈빛. 여주는 태형의 눈을 마주치려 고개를 움직이지만 태형은 시선을 피한다.


백여주
아아- 대답 안 해줘요?


김태형
안 해줘요-.


백여주
아 왜요-


김태형
그런 게 왜 궁금해요ㅎ


김태형
혹시··· 돈 없다 하면 나 내보낼 건 아니죠?


백여주
돈 없으면 없는 거고,


백여주
돈 많으면 요정님한테 시집 가려고요.

여주의 돌발적인 한 마디에, 꺼낸 식재료 한곳에 다 모아둔 태형이가 식탁 위에 팔꿈치 기대고 턱 괴어 여주 바라보지.


김태형
···돈 많아요, 나ㅎ


백여주
에이-. 거짓말.


백여주
나랑 결혼하고 싶어서 거짓말하는 거죠?

여주의 당당한 한 마디 한 마디에 태형은 웃겨서 숨넘어갈 지경.


백여주
아, 웃지 마요-ㅎ


김태형
아깝다.



김태형
요정은 인간 사랑하면 안 되는데.


백여주
그러게-. 아깝네요.



"오라버니-. 저는 무슨 일이 있든 오라버니한테 시집 갈 거예요."


"오라버니는 웃는 모습이 제일 예쁘신 걸요_"

"그렇게 웃지 마세요-."


불현듯 백여주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지금과 확연히 다른 말투였지만··· 그래도 이 목소리는 내 앞에 있는 백여주였는데.

환청인 건가.


백여주
···요정님?


백여주
요정 씨? 무슨 생각해요-


김태형
아...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김태형
그냥 갑자기 생각이 나서...


백여주
무슨 생각을 그렇게 처연한 표정으로···


백여주
내가 시집가는 게 싫으면 싫다고 말을 해요-ㅎ


백여주
괜히 내가 미안해지네.


김태형
그런 거 아니고···.


김태형
나도 방금 무슨 생각··· 했는지 모르겠어요.


백여주
그게 뭐예요_ㅎ


백여주
아, 저녁으로는 뭐 할 거예요_ 도와줄까요?


김태형
아······.

사색이 되어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태형이에, 여주는 당황스러울 뿐.


백여주
무슨 생각을 했길래 이렇게 정신을 못 차리실까-.


김태형
······백여주 씨.


백여주
네?


김태형
문득··· 든 생각인데,


김태형
우리···



김태형
원래··· 알고 있는 사이였을까요?


나는 그쪽을 이틀 전에 처음 봤습니다만.

이 남자가 갑자기 왜 이런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