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18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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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한
둘 다 죽는다는 게 무슨 말이야.
희연은 말없이 생긋 웃음만 짓는다.
고급스러운 사무실, 고급스러운 목걸이를 찬 가녀린 목, 고급스러운 옷들.
이 모든 것들이 그녀가 얼마나 행복하게 살고 있는지 알려주었다.
그래서일까 정한은 그녀의 웃음이 가증스러웠다.
‘쾅!!!’
한껏 열이 오른 정한이 책상을 세게 내리치며 소리쳤다.
윤정한
무슨 말이냐고 묻잖아!!!
그의 얼굴에는 핏대가 선다.
그녀는 잠깐 놀라는 듯 싶었지만 다시 여유를 찾는다.
김희연
아직 어리구나, 정한아.
김희연
소리친다고 다 되는 일이 아니잖니.
김희연
혹시 그때 실험이 너를 어린아이로 머무르게 한 거니?
놀리는 모양새의 표정을 하며 한껏 이죽거린다.
정한은 참지 못 하고 그녀의 멱살을 낚아챈다.
그러곤 심호흡을 하며 흥분을 가라앉히고 말한다.
윤정한
인간이 더 셀까, 뱀파이어가 더 셀까?
윤정한
그건 당신이 가장 잘 알지 않나?
그의 눈이 섬뜩한 핏빛으로 물들어간다.
윤정한
지금 바로 당신을 죽여버릴 수도 있어.
김희연
그래?
김희연
근데 넌 못 할걸.
김희연
넌 아직 내게 듣고 싶은 답이 있잖아.
김희연
왜 정한이 너랑 여주가 죽는지 궁금하지 않니?
윤정한
네 입에서 나오는 말은 뭐든 믿을 수가 없어.
윤정한
그러니 이젠 별로 궁금하지 않아.
김희연
정말?
김희연
너랑 여주가 실험체였다는데도?
윤정한
…뭐?
윤정한
그게 무슨 말이야.
윤정한
여주 씨가 실험체였다니……?
김희연
너랑 같은 연구소에 있었어.
윤정한
대체 왜……
김희연
뱀파이어를 죽일 인간병기가 필요했거든.
김희연
그래서 그 모든 실험들을 진행했던 거야.
김희연
아, 물론 뱀파이어 심험체들을 속박해서 여러 도구로 찌르고 때린 건 그냥 재미로 했던 거야.
희연이 기분 나쁘게 비웃는다.
김희연
그 실험은 딱히 필요없었는데 뭐…
김희연
너희 같은 뱀파이어들은 금방 재생하잖아?
윤정한
미친 새끼……
희연의 멱살을 쥐고 있던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가며 그녀의 숨통이 조여오기 시작한다.
김희연
큭……
윤정한
그래서, 여주 씨가 뱀파이어를 죽일 수 있다는 거야?
김희연
윽… 이미 죽이고 있어.
김희연
너랑 스킨십을 하는 것만으로도.
윤정한
뭐……?
정한은 큰 충격에 희연의 멱살을 놓는다.
그동안 스킨십만으로 에너지를 얻었었는데, 사실은 그게 목숨을 깎아내고 있던 행위였다니.
김희연
그동안 참 달콤했지?
김희연
근데 어쩌나, 그건 너의 목숨을 앗아가는 독이었는데.
김희연
참고로 여주도 마찬가지야.
김희연
최근에 여주가 잠이 많아졌지?
김희연
너와 함께 서서히 죽어가고 있어서 그런 거야.
김희연
점점 잠에 들어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영원히 잠에 들겠지.
김희연
그리고 너도 죽게 되고.
희연은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크게 웃음을 터트린다.
정한은 저 입을 금방이라도 꿰매버리고 싶다.
김희연
참, 이제부터 멈춘다고 해도 소용없어.
김희연
이미 너희 둘의 몸속에 독이 퍼지고 있거든.
김희연
근데 여주는 다른 애랑은 스킨십 좀 안 하니?
김희연
너만 죽이기엔 아까운데.
김희연
기왕 실험에 성공한 거 뱀파이어 좀 많이 죽이고 싶은데 말이지.
김희연
정한아, 이따 여주 만나면 다른 애랑도 스킨십 좀 하고 지내라고 그러렴.
희연의 얼굴에 눈웃음이 번진다.
윤정한
당신은 정말……
윤정한
일말의 반성이라도 하지 않는 거야?
김희연
어머, 내가 왜?
김희연
내가 뭘 잘못했나?
김희연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는걸.
정한은 지금껏 느껴보지 못 했던 분노를 느낀다.
화가 났던 적은 많았지만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분노가 치밀었던 적은 처음이다.
금방이라도 눈앞 상대를 찢어발기고 싶다.
정한은 죽일 기세로 희연에게 달려든다.
김희연
멍청하긴.
그 순간 경호원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나타나 정한을 막는다.
정한을 막는 것을 보니 아마 이들도 뱀파이어인 듯하다.
희연이 잘 길들인 뱀파이어들.
정한은 그들에게서 벗어나 희연을 죽이려 발버둥친다.
그러나 아무 소용도 없다.
여러 명의 뱀파이어들에게 잡혔는데 그가 무얼 할 수 있겠는가.
이젠 그저 죽음을 얌전히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아니면……
죽음을 더 빨리 맞이하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