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2] 난 늘 응원해
마음이 닿는 곳 (1)


나머지는 평소대로 흘러갔다.

클로이는 나름대로 한국에서의 관광과 신문물을 즐기고 있었고, 정국과 석주는 JK 그룹과 관련된 일들을 간만에 논의하며 지내는 듯 했다.


여주
하아... 다들 한국 와서 잘 지내는 것 같은데.


여주
.... 내 시간만 멈춰버린 것 같아.

마침 학교도 긴 방학을 맞은 터라, 지금 상황으로서는 TH의 재판이 끝난 후에도 한동안은 한국에 머무를 것 같았다.


여주
... 그러고 보니 재판도 며칠 안 남았네..


여주
이번이 2심이던가?

석주가 지내는 집의 방 하나에 머물고 있던 여주는 침대에서 뒤치덕 거리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다, 벌떡 일어났다.


여주
.. 안 되겠다, 뭐라도 해야지!

정국과 석주는 JK 그룹 사람들과 나름의 회식을 하던 중이었다.

(공개적으로 정국은 만 18세였기 때문에, 혼자 7성 사이다를 마셔야 했다.)


석주
자자, 그럼 앞으로 우리 전정국 후계자님이 유학을 잘 마치고 돌아올 수 있도록 응원하는 뜻에서~~ 건배!!

석주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서서 건배를 외쳤고, 한창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은 술자리의 사람들은 모두 웃으며 석주를 따라 건배를 외쳤다.


정국
하하, 감사합니다.

쑥스러운 듯 이를 드러내며 웃던 와중, 정국의 휴대폰으로 알림이 울렸다.


정국
「어, 여주네. 많이 심심한가?」


정국
..... 형, 지금 여주 많이 심심한가본데. 잠깐 오라고 할까?

정국이 석주의 쪽으로 몸을 기울인 채, 석주에게 또렷한 입모양을 보이며 속삭였다.

뭐.. 그래도 석주는 완벽하게 알아들은 것 같지는 않았지만. 대충 '여주' 라는 키워드와 엄청난 눈치로 상황 파악은 가능한 것 같았다.


석주
... 그래? ㅋㅋㅋㅋㅋㅋ


석주
그럼 마침 회사 분들도 모여 계시겠다, 소개나 드리지 뭐!


여주
아앗싸, 이제 이 방구석을 탈출할 명분이 생겼다!!!

여주가 신이 나서 옷장을 활짝 열어 젖혔다.


여주
음... 회식 자리랬으니까, 역시 정장을 입고 가는 게 좋겠지?

... 결국 한껏 치장한 여주는 집순이 모드에서 탈출함과 동시에 완전 멋진 직장인 언니의 모습으로 택시를 탄 채, 정국이 찍어준 주소로 향했다.


정국
그.. 여러분...


정국
.. 아마 몇 분은 기억하실 수도 있지만..


정국
... 여주라고... 미국에서 같이 공부하는 친구가 오기로 했거든요.

잠시 자리가 조용해진 틈을 타, 정국이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
... 아, 혹시 우리 후계자님이랑 아기 때 같이 놀던 아가씨인가?


석주
예.... 제 여동생이요.

??
아아, 우리 아가씨도 오신다구우?? 당연히 기억이 나는구만!!

놀랍게도, 자리에 있던 대여섯 명의 사람들은 대부분 여주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방문을 누군가가 똑똑 두드렸고, 정국과 석주는 그게 여주임을 알아차렸다.


정국
아, 도착했나 봐요.

정국이 달려가 문을 열자, 여주가 고개를 빼꼼 내민 채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여주
아, 안녕하세요..

???
아니, 이게 누구야?

???
그 쪼그맣던 꼬맹이가 이렇게 컸다고??


여주
앗... 혹시 OOO 아저씨...?


여주
아, 아니지. 팀장님?

???
오, 기억하네! 그나저나, 아저씨라니... 이래봬도 너희 오빠랑 동갑인데....


석주
하핫, 내가 오빠치고 나이가 좀 많은거지, 인마!


석주
그리고 이 자식 이제 이사님이다, 이사님.


여주
앗, 죄송해요.. ㅎㅎ

정국이 멋쩍은 듯 웃으며 서 있는 여주에게 손짓으로 자신의 옆자리에 앉으라고 했다.


정국
... 금방 왔네?


여주
응. 심심해서 죽는 줄 알았어.

정국과 여주는 그저 친한 친구 사이인 것처럼 보이기 위해 열심히 연기했지만, 술에 흠뻑 취하신 어른들의 눈치는 백 단, 아니 천 단, 만 단까지 활성화되어, 여주의 등장과 동시에 정국과 여주 사이의 분위기를 미심쩍은 듯 이리저리 살피고 있었다.

??
....... 흐음..

??
그나저나, 우리 도련님이랑 아가씨는 좀 깊은 사이인가본데?? 흫ㅎ흫ㅎ흐흫


정국
.... 에? 아.... 아니, 그게...


석주
ㅋㅋㅋㅋㅋㅋㅋ 이 녀석들, 거의 2년쨉니다, 지금.

정국의 귀가 빨개졌고, 여주의 두 뺨 역시 발갛게 달아올랐다. 석주는 그 모습을 짖궂게 바라보며 웃었다.

??
뭐어, 2년??

???
이야아, 전 회장님께서 아가씨를 그~렇게 아끼시더만, 이유가 있었네!! 핳핳ㅎ핳하핳!!!

??
이거이거, 우리가 자리 피해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석주
ㅋㅋㅋㅋㅋ 그럼, 마침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려고 했잖아요.


석주
베S킨 라B스로 고고??

사람들은 호탕하게 웃으며 정국에게 방 키와 카드를 건네주며 계산은 이걸로 하면 되니, 마음껏 시간을 보내라며 자기들은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나가버렸다.


여주
와, 와아.

사람들이 나간 후 방이 조용해지자, 여주가 탄식과 감탄이 섞인 듯한 반응을 내비쳤다.


여주
보면 볼수록 JK는 그룹 분위기가 정말 좋은 것 같아.


여주
나이나 직급에 대한 차별도 전혀 없고...


정국
그렇지? 여러모로 발전 가능성이 드높은 회사라구.

여주가 정국의 앞에 놓여 있던 사이다 한 병을 보며 웃었다.


여주
... 미국에서는 우리한테 민증 같은 거 보여달라고 안 했는데.


정국
하핳, 우리 거기서는 학생이잖아. 거기서는 공부하기 싫으니까 저절로 얼굴이 삭은 거지, 뭐. ㅋㅋㅋㅋㅋㅋ


여주
앜ㅋㅋㅋㅋ 일리 있는데?? 진짜 그런 거 아니야? ㅋㅋㅋㅋ

.. 하지만 그렇게 말하며 웃는 정국의 손은 이미 테이블 한쪽에 놓여있던, 아직 손대지 않은 맥주 몇 캔으로 향해 있었다.


여주
뭐야, 너. 설마 진짜 마시게?


정국
... 무슨 상관이야. 어차피 이거, 다 돈 내야 되는건데.


여주
흠.. 뭐, 그렇다면야.

이제는 아예 한 손에 캔맥주를 든 상태로, 정국이 화제를 돌렸다.


정국
.... 그래서.


정국
.. 재판에는 나갈거야?


여주
이번이 2심인거지?


정국
어. 증인으로 서려면 미리 밟아야 하는 절차도 있다고 하니까, 빨리 결정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정국
... 그러니까, 어쩔래?

여주는 대답 대신, 자신의 손에 들려 있던 맥주 캔 속만 들여다 보더니, 한 캔을 그대로 쭉 들이켰다.

- 탁.

멋지게 캔을 테이블 위에다 탁 소리가 나게끔 내려놓은 후, 여주는 잠깐 숨을 가다듬더니 고개를 들어 말했다.


여주
후우......


여주
..... 역시, 안 갈래.

정국은 여주의 말에 전혀 놀라는 눈치도 아닌, 그저 담담한 표정을 유지했다.


여주
.... 나도 이게 이기적이고 유치하다는 거 알지만...


여주
.. 지금 이 상태로 태형이.. 를 한 번 더 만나는 건.... 내가 못 견딜 것 같아.

정국이 아무 말 없이 캔에 든 맥주만 몇 모금 마시자, 여주가 손사래를 치며 말을 조금 정정했다.


여주
하, 하지만 태형이가 싫다거나, 재판에 도움이 되기 싫다는 건 아니고!!


여주
그, 그냥... 나한테도 태형이한테도 더 상처가 될 것 같아... !?

... 하지만 여주가 덧붙인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걸까.

'태형'이란 이름의 언급과 동시에 정국의 왼쪽 눈썹이 꿈틀 했고, 정국은 조용히 맥주 캔을 테이블에 내려 놓았다.


여주
... 뭐야, 속이라도 안 좋아?


정국
난.....


정국
............ 그냥 네가 김태형, 싫어하게 된다면 좋을 것 같은데.

정국이 옆자리에 앉은 여주의 쪽으로 몸을 조금 기울이며 말했다.

여주는 평소에 집구석에 처박힌 채로 맥주를 나름 주기적으로 마셨지만, 정국은 미국에서 떠난 후로 술을 마신 것이 처음이었기 때문이었을까, 정국은 이미 제어가 힘들 정도로 취해 있었다.


여주
뭐, 뭐야.... 전정국, 너 많이 취했어.

당황한 여주의 말은 듣지도 않은 채, 정국의 고개는 점점 여주의 쪽으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