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벽남 꼬시기

분명 어렸을 때까지는 서로 양보해주느라 아무것도 못한 둘이였다. 그런 모습을 봐주시던 부모님은 항상 웃어주시며 우리 둘을 항상 봐주셨다.

넓은 마당에 산뜻한 햇살, 곱게 적당하게 자라난 풀들은 각자 저의 자리에서 우리를 받쳐주었다. 행복하게 웃으며 뛰어 다닐 땐 저의 자리에 있던 풀들은 풀잎이 되어 공기중을 날아다녔다.

멈춰-!, 높게 울려퍼진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마당 안에서 들려왔다. 이름 김태형. 나이는 고작 13살. 아직 변성기가 안 온 목소리는 생각보다 더 카랑하고 음도 높았다.

언제는, 지나가던 옆집 아주머니의 발 걸음을 멈추게 만든 적도 있는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 목소리를 쓰던 상대는 언제나 똑같았다. 김 석. 김씨의 성을 가진 태형의 또 다른 동생이였다.

김태형

야, 멈춰!

태형의 말에 멈춘 김 석은 태형을 한 번 보더니 어미 잃은 강아지처럼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을 보던 아버지는 태형을 보며 입을 땠다.

아버지

태형아, 석이 주기로 했잖아. 아빠가 양보하면서 같이 사이좋게 지내라고 예전부터 계속 얘기했지?

나긋하게 웃는 아버지의 광대를 따라 올라가는 안경이 햇살에 반사되어 빛이났다. 빛의 반사 때문인지 아버지를 자세히 볼 수 없었다. 마치 아버지가 빛이 나서 볼 수 없는 것 같았다.

김태형

아빠, 햇빛 때문이 잘 안 보여.

눈을 잔뜩 찡그리며 아버지를 보던 태형은 팔을 들어 햇빛을 가리며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아버지는 태형을 향해 한 팔을 뻗었다. 마치 이리 오라는 듯 손짓에 태형은 힘빠진 걸음으로 아버지에게 다가갔다.

아버지

이거 아빠가 하나 더 샀다고 얘기했잖아.

나긋하고 선명한 목소리가 태형의 귓가에 자세히 들려왔다.

김태형

... 알지만, 그래도... 이거 아빠가 나한테 처음으로 사준 선물인데...

잔뜩 할 말이 있다는 듯한 오리입과 포동한 볼은 아버지를 웃음짓게 만들었다.

아버지

태형아, 아빠가 하나 더 샀으니까 줘도 되지 않을까?

도리도리 작은 뒤통수가 열심히 흔들렸다.

그런 모습이 아버지의 눈에도 귀여웠는지 아버지는 태형을 껴 안아 웃으며 대답하였다.

아버지

그래, 석이한테는 새로운 걸 주자!

석이 이리와, 아버지의 부름에 석이는 방실 웃으며 아버지와 태형의 곁으로 가 안겼다. 석이는 조금만 기다리자. 곧 있음 첫 선물이 오니까! 둘 보다 더 아버지가 더 기대찬 목소리로 답하였다.

석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방실 웃었고, 태형이도 아버지와 석이를 안으며 즐거운 웃음 소리를 내었다.

이렇게 행복하게 클 줄 알았다.

모든 가족들이 하하 웃고, 떠들고 함께 감정을 공유하며 행복하고 평범한 가족처럼 화목할 줄 알았다.

여보, 여보! 어머니의 다급한 목소리와 누군가 수술실로 들어가는 장면을 보았다. 처음에는 누군지 몰랐다. 하지만 옆에 의사 선생님들이 하는 말들을 엿들어보니, 나의 아빠. 나의 아버지였다.

순간 머리가 멍해진 건지 몸에 있단 힘이 다 빠져, 그대로 그 자리에 주저 앉아 바닥만 응시했다. 주변에 작은 소음 조차 들려오지 않았고,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그때, 따뜻한 온기가 나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고개를 들어다 보니 김 석. 석이였다. 나를 안고 쓰담아 주는 모습을 보니 나를 위로해주는 것 같았다. 볼에 무언가 흐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눈물이였다.

처음인 아무 생각 없이 흐느꼈다. 따뜻한 온기가 닿자, 차차 목소리가 점점 커지며 석이를 꽉 안고 울었다. 석이는 아무말 없이 토닥여 주며 나의 응석을 받아주었다.

그 뒤로 4년. 어느덧 나는 고등학교 1학년이 되었다.

아버지는 교통사고로 인해 몇 년간 눈을 못 뜨셨지만, 최근 눈을 뜨셨다는 얘기를 들었다. 처음 그날 그 충격때문에 그날 이후로 아버지의 병실에 찾아가지 않았다. 용기가 그 이상 나지 않았다.

김태형 image

김태형

...

문고리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도저히 볼 용기가 안 난다. 그때봤던 많은 상처들을 떠올리면 눈을 지끈 감게 된다.

태형은 자리에 멈춰 문고리만 잡고 있었다. 그때 뒤에서 간호사가 말을 걸어왔다.

"안 들어가세요?"

태형은 놀란 듯 뒤를 돌아, 간호사를 보며 머쩍게 머리만 긁으며 고개를 숙였다. 슬쩍 자리를 피한 태형을 따라 간호사는 병실 문을 열었다. 간호사가 먼저 들어가자 태형이 뒷따라 들어갔다.

병실은 조용하고 한적했다. 반쯤 열린 커튼은 햇빛이 비쳐 아버지를 비추고 있었다. 그때 당시에 사고가 나 부셔진 안경은 옆 탁자에 놓여져 있었다. 간호사는 아버지의 상태를 확인하며 체크를 하고 있었다.

몸은 괜찮나, 어디 불편한 점은 없나. 조심스레 하나하나 물어보며 얘기를 이어나가다 보니 어느새 간호사는 알겠다며, 끝인사를 하고는 나가고 있었다.

가만히 자리에 있던 태형은 또 다시 저를 맞이해줄 아버지를 기억했다. 그 기억을 가지고 아버지를 만나러 한 발짝 발을 움직일 때마다 어릴 때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마치 눈 앞에 정확히 보이는 영화처럼 그 기억들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스쳐 보였다.

김태형 image

김태형

아ㅃ,

쾅, 아빠라는 단어를 꺼내기도 전에 그 장면은 이미 금이 가기 시작했다.

아버지

김태형, 왜 지금 오는 거야.

김태형 image

김태형

... 죄송,

아버지

됐어.

아버지의 말과 동시에 바닥에 흩뿌려진 종이들에는 여러 숫자가 보였다.

아버지

인생 베풀면서 똑바로 살아라.

그 말과 끝으로 더 이상 아버지의 빛을 볼 수 없었다.

글 쓸 때 하나하나 고민하다가 쓰니 자꾸 오래 걸리게 되네요...😢 항상 응원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