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와 사냥꾼

<재환엔딩>: 절교합시다

You

"김재환 이 미친.."

끙끙대며 어깨동무를 한 김재환을 부축하다 결국 힘이 풀려 공원에 앉았다.

흑기사는 무슨, 주량도 나한테 딸리면서 깝치다 골로 간거지.

이게 무슨 상황이냐하면,

"야, 마셔 마셔!"

과 OT. 세상, 참신한 놀라움이다. 내가 들어간 화학과에 문과인 김재환이 들어온 것 뿐만 아니라, 그 지옥의 재수를 거쳐서 나보다 한 학번이나 늦춰지는 것을 감수하다니.

선배들의 독촉이 번복되고 신입생들의 볼이 불그스레해지니 그제쯤에야 하나 둘 뻗어나가다 술집에서 주정을 시작한다.

"술판엔 술게임이지! 진실게임이나 하자!"

음, 역시 복학생. 구닥다리 진실게임을 들먹이며 정신 없는 과생들을 자리에 앉혔다. 지도 취했으면서- 선배니까 봐준다.

"오! 걸렸다."

제길. 이렇게 한 번에 걸리다니. 뚜껑이 나를 향한 소주병을 따라 눈길을 옮기다 김재환이 나에게 할 질문을 고르는 것을 보았다.

적당히 해라.

입모양으로 뻐끔대다 씨익 웃는 김재환이 개구진 표정을 하니 소름이 오소소 돋는 것을 느꼈다. 아 씨, 망했어.

김 재환 image

김 재환

"좋아하는 사람 있어요?"

You

"개새, 아, 아니. 없어. 네버."

웁스, 욕 할 뻔. 과 동기들은 우리가 소꿉친구인 걸 모른단 말이다. 아ᆢ 시선이 나에게 쏠렸다.

You

"없다고."

일부러 조금 더 정색하며 앞에 놓인 술을 마셨다. 쓴 맛 보다는 술의 향이 끌렸다.

김 재환 image

김 재환

"제가 흑기사할게요."

"허, 참. 주량 두 병도 안되는 놈이 어딜 나서. 쟤 술 잘 마셔. 아님 이거 썸?"

You

"엮지 마요 선배. 그러는 거 안 좋아해요."

무작정 나와 김재환을 엮으려는 선배의 앞에 있는 소주병을 맥주잔에 콸콸 따랐다. 술고래 오늘 각잡고 한 번 가보자.

찬 바람이 입구 사이로 들어오니 인상을 찡그리며 남은 술들을 들이켰다. 어느새 복학생선배도 취하고, 하나 둘 픽픽 쓰러지는 신입생들에 되도 않는 흑기사를 자처하던 김재환과 나만 남았다.

남았다기 보다는 실상 내가 멀쩡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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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재환

"아아.. 더 마실 수 있어.."

어딜 보며 말하는지, 다 먹은 술병의 밑바닥을 뒤집어가며 헤프게 일어나'만' 있는 김재환이 있다고 하겠다.

You

"..일어나라, 김재환."

You

"아, 술도 더 못 마시고 이게 뭐야."

술에 쩔어 비틀대다 추운지 몸을 조금씩 떠는 김재환에 내 겉옷을 벗으려하니 춥다며 옆에 붙어 팔을 잡는 그다.

You

"..뭐하자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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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재환

"야, 오늘 니네 집 비냐."

You

"오, 존나 위험한 발언이다. 오해의 소지가 있었어."

비는데 왜? 음.. 너희 집 가자. 취했네. 안 취했거든?

..애교를 부리는 김재환에 미간을 찡그리고 나가려는 주먹을 간신히 불끈 쥐며 억지미소를 지었다.

You

"그래, 가자. 가가."

순간 사악한 웃음을 짓는 김재환은 기분 탓일 것이다.

생각이 바뀌었다. 젠장, 기분탓 아닌 듯.

You

"아! 씻고 누우라고! 내 침대에 술 냄새 배잖아!"

김 재환 image

김 재환

"너 냄새 난다.."

You

"야!! 변태야! 안 씻어? 욕실로 꺼져!"

옥신각신. 새벽 두 시에 번진 마스카라도 지우지 못하고 뭐하는 짓인지. 더럽다. 물론 기분이.

안 들어가겠다며 곧이 곧대로 버티는 김재환을 욕실로 밀어넣고 화장을 지웠다. 손에 낀 반지 자국이 선명하다. 빼고 싶은데 빼지도 못하겠고,..

얇은 티셔츠를 입고 바닥에 이불을 깔았다. 술 취한 김재환한테 뭐라도 뜯어내야되지 않을까. 기회다.

김 재환 image

김 재환

"오우, 예."

얼굴이 마주치자 마자 감탄사(?)를 내뱉는 김재환에 왜? 하는 표정을 지으니 돌아오는 말이.

김 재환 image

김 재환

"취한 술 다 깼다. 얼굴 상태 봐라 진짜. 집에서도 화장 좀. 내 연약한 안구가 놀랐잖아."

목에 내 수건을 두른 김재환에게 사람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You

"은혜도 모르는 새끼야!"

돌진했다.

언제 잠들었는지. 눈을 감았다뜨니 아침이었다. 분명 따로 잠들었지만 둘 다 침대인 건 왜지. 머리를 긁적이다 오전 공강, 호우! 내적비명을 지르며 뒤척이며 다리를 올리려는 김재환을 피해 일어났다.

씻고, 머리를 대충 올려묶은 채 냉장고를 뒤졌다. 해장 거리가 뭐 없으려나. 콩나물국? 해장라면?

한창 생각 중에 김재환의 입맛이 생각났다. 맵고 짠 거 좋아하지. 라면으로 가자며 냄비에 불을 올렸다.

안정적인 아침이었다. 정확히 5초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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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재환

"오- 해장은 역시 라면이지!"

You

"왁 씨ㅂ, 야! 손 치워라."

어딜 허리에. 그리고 니가 몰라서 하는 말인데, 나도 기분 나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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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재환

"우리 이러니까 꼭,"

You

"신혼부부 같다는 진부한 드립이면 라면에 술탈거야."

뭐. 뭐. 궁시렁대는 김재환을 째리며 라면을 끓여 접시에 담았다. 돈 없는 자취생에게 이 정도면 내빈이지 내빈.

한동안 라면을 삼키는 소리만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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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재환

"야, 그래서-,"

You

"응, 그래. 공강이니까 술 마시자는 거면 너 죽여버린다."

니 뒷바라지는 사람이 할 짓이 못 되거든. 나름 배려의 의미에서 이 말은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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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재환

"말고. 이거 봐!"

..? 나랑 똑같은 반지를 끼고 있었다. 약지에. 근데 그게 뭐?

You

"..스스로한테 주는 선물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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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재환

"아니! 술 마시면 얘기해줄게!"

결론이 술이야. 이상해. 진짜 이상해.

그리고 나도.

이미 술집에 도착해있던 둘이었다.

You

"왜 오자고 한건데?"

답지않게 분위기를 잡으며 조금 멋도 부린 듯한 김재환이 우물쭈물하며 내 앞에 앉아 손가락에 낀 반지를 만지작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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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재환

"너는 나 휴대폰에 뭐라고 저장되있냐?"

You

"김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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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재환

"..매정하네. 내가 너한테 지금 할 이야기가 좀 충격적이야."

You

"뭔데 각을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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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재환

"..절교하자."

손에 힘이 풀려 술잔을 놓쳤다.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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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재환

"너랑 내가 자그마치 10년이 넘었어. 소꿉친구라는 명목으로."

You

"..취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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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재환

"그래서 그런지 너는, 내가 친구로만 보이나봐."

You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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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재환

"나 너랑, 절교하고. 다시 시작할래."

잠깐, 뭐라는 거야.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다.

You

"뭘 다시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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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재환

"내가 그랬지. 약지에만 끼라고. 나도 반지 약지에 끼고 다녀. 너한테 준 이후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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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재환

"이렇게 눈치가 없으니까 나밖에 데려갈 사람이 없지. 안 그래?"

싱긋 웃는 김재환이 평소와 사뭇 달랐다. 성숙해보인달까, 어른스러운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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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재환

"다시 시작하면서는 이렇게."

훅, 내 앞으로 다가온 김재환의 향수냄새가 옅었다. ..조금 멋있긴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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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재환

"내가 티낼게. 눈치 없는 너를 위해서."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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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재환

"백설공주님을 위해서."

홀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꼬시는 것 같은데, 김재환이니까 넘어가줄게.

You

"..다시 시작, 해보던가."

반쯤 넘어간 것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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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아직 진영이 엔딩과 외전이 남았지요(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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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눈치 채셨을지 모르겠지만, 민현엔딩에서는 민현이가 공주, 여주가 사냥꾼이었으며 재환엔딩에서는 여주를 공주님처럼 받들고 살아주겠다는 난쟁씨 재환님으로 포지션이 정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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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진영이는,, 글쎄요.(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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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재환엔딩이 조금 급전개다! 싶으시다면 외전까지 기다려주시면 번외로 재환이의 시점이 있습니다(자까의 빅픽쳐)!

작가(?) image

작가(?)

그때까지 정주행♡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