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속 특별함

#12

다음날에도, 그 다음날에도 , 그 그 다음날에도

변하는 건 없었다

여주와 주혁은 계속 사귀고 있었고

민규는 날이 갈수록 더 괴로워하고 아파했다

그러는 순간에도 민규는

여주에게 한번도 밝지 않은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정말로 괜찮아지는건지,

아니면 너무 아파서 무뎌지는걸까

왠일인지 조금씩 괜찮아지려고 했다

민규는 간절히 바랐다

익숙해지는 것도 무뎌지는 것도 아닌,

자신이 여주를 이해했기 때문에

여주를 좋아하기 때문에 괜찮아지는거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바라기로 했다

점점 스케줄도 지장이 가지 않게

옛날의 민규가 되어갔다

그리고 항상 자기 전에 생각했다

‘ 여주씨가 내일도 행복하면 좋겠다 ’ 라고

그렇게 별 탈 없이 흘러가다

어느덧 여주와 주혁이 사귄지 한달째가 되었다

김여주

남인턴 점심 먹으러 같이 나갈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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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혁

아 대리님.. 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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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혁

오늘은 선약이 있어서요…

김여주

그럼 어쩔 수 없죠.. 알겠습니다

김여주

박주임 점심 먹으러 갈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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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영

대리님! 전 항상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김여주

그래요, 가요 ㅎ

오늘도 웃으며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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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영

제가 혼자 밥 먹을 때 찾아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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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영

어때요? 분위기도 좋고, 괜찮죠?

김여주

그러네요 ㅎㅎ..

오늘은 왠지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 느낌은 언제나 틀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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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영

잠깐만요 대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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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영

고개 숙여봐요

김여주

네? 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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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영

빨리요…!!

김여주

뭐길래 그래요?

여주가 고개를 숙이자

박주임은 여주에게 반대편쪽에 주혁과 다른 여자가

함께 밥을 먹고있음을 말해주었다

여주는 혼란스러웠다

김여주

오늘 선약이라고 했잖아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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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영

근데 어떤 미친 인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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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영

상사한테 직접 고기를 잘라서 먹여주냐고요!!!

김여주

…밥 이제 먹기 시작했는데 미안해요

김여주

나 먼저 회사 들어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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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영

반차 쓰려고요?

김여주

아니.., 일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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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영

같이 가요 데려다줄게

김여주

마저 드시고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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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영

됐어요, 같이 가요

여주는 주혁과 여자를 힐끔 쳐다보고는

식당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주혁은

연애 초, 여주를 바라보는 눈빛으로 다른 여자를 보고있었다

여주를 따라 계산을 한 뒤 박주임이 따라 내려갔다

그리고 박주임이 문 밖을 나서는 것을

주혁이 보고있었다

믿을 수 없었던 여주는 생각이 많아져 걸음이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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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영

김대리님!!!

박주임의 부름에도 무시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는 말이 더 정확한 표현이였다

김여주

….

여주는 잠시 멈춰섰다

김여주

니가 어떻게 나한테 이래..

여주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 별것도 아닌걸로 배신 배신 거리지 좀 마 ”

김여주

너한테는 이게 배신이 아니라는거야…?

“ 가르치려고 들지도 마 ”

“ 나 너한테 하나도 안 미안해 ”

“ 넌 평생 이럴 운명이니까 ”

여주의 악몽이였던 5년 전의 과거가 떠올랐기 때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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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영

김대리님…

여주를 쫓아 뛰어오던 박주임이 여주를 불렀다

김여주

일 하러가요..

여주는 예전처럼 웃음기 없는 표정이였다

하지만 달라진게 있다면

박주임이 본 여주 중, 가장 슬퍼보이는 눈이였다

그래서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어떤 말도 들리지 않을테니…

타닥타닥_

사무실 안은 한없이 조용했다

키보드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 사무실은

적막만이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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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김대리 밥 안 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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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왜 안 먹고 여기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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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저 맘모스가 그럴 인물은 아닌데

분위기 파악도 못하고 얘기하는 민규에게

여주는 괜히 화풀이를 했다

김여주

그만 좀 해요!!!!

여주가 책상을 치며 얘기했다

무슨 일이 있는 걸 확신한 민규가 여주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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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왜요, 무슨일인데

김여주

그냥 꺼져..

또 한번 여주는 절망감에 빠진 슬픈 눈으로

민규에게 얘기했다

민규는 여주를 일단 그냥 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조용히 박주임을 이사실로 불렀다

똑똑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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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들어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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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영

이사님, 부르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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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이사가 아니라 김여주 오빠로서 묻는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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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김여주 무슨 일 있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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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영

그게…

박주임은 아까 식당에서의 상황을 모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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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알겠습니다 나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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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알려줘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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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영

아닙니다..

박주임이 나가고 민규는 여주를 걱정했다

여주가 5년 전처럼 될까봐 불안해하며

똑똑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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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들어오세요

김여주

내일부터 연차 내겠습니다

한달의 한번 월차를 쓰지 않고 모아뒀던 여주는

연차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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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연차 계획서 갖고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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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결재 해드릴테니까

여주는 민규의 책상에 사뿐히 내려놓았다

민규는 읽어보지도 않고 결재사인을 했다

김여주

안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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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아까 상황 다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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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김여주씨, 지금은 상사가 아니라 오빠로서 묻는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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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괜찮아요?

김여주

어떨 거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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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안 괜찮을 거 같은데요

김여주

잘 아시네요

여주는 말을 끝내고 이사실을 나왔다

다른 여자와 밥을 먹고 돌아온 주혁이

여주에게 와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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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혁

휴게실로 잠시 와줘요

김여주

네 먼저 가있어요

잘못을 빌면 용서해줄 생각이였다

잘못했다 하면서 사과하길 바라며

여주는 직원휴게실로 갔다

여주가 휴게실로 와 문을 닫자

주혁이 먼저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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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혁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 안 해

여주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김여주

잘못했다고 미안하다고 사과하면

김여주

그랬으면.. 받아줄 생각이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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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혁

해도 의미없잖아

김여주

그 여자랑은 언제부터 사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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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혁

애초에 니가 2번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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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혁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너하고 관계를 정리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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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혁

그 사람한테 너하고 있었던 모든 일을 고백했어

김여주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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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혁

너랑 헤어지고 다신 한 눈 팔지 않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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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혁

용서해준다고 그랬어

김여주

헤어지자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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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혁

그래

김여주

낯짝도 두꺼워

김여주

이런 말을 잘도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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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혁

못할 이유는 뭔데

김여주

뭐가 이렇게 당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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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혁

너랑 사귀는 것도 애초에 당당하진 않은 관계야

김여주

그럼 시작을 말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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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혁

구차하게 사과하고 그런 거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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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혁

그냥 여기서 끝내

주혁이 휴게실을 나가자

여주는 다리에 힘이 풀렸다

털썩 주저 앉은 여주가 엉엉 울었다

김여주

‘ 이러면 안 되는거잖아.. ’

김여주

‘ 내가 구차한게 아니잖아.. ’

여주는 자신이 구차해진 기분이였다

휴게실에서 여주는

5년 전과 똑같이 정말 펑펑 울었다

점심시간이 끝나자 여주는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자리에 앉았다

휴게실에서 펑펑 운 것 때문인지

직원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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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점심시간 끝난지가 언젠데 아직도 잡담을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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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조용히 하고 다들 일하세요

이사실에서 나온 민규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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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내일부터 김여주씨 연차 내기로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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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김여주씨 업무 분담 자료들 이메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민규는 이사실로 들어갔다

겉으로 보기에 여주는 주혁과 사귀기 전

김여주로 돌아가 있었지만

정작 본인은 버틸 수 없었다

.

.

.

느리게 흘러가는 여주의 시간이

어느덧 6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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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저는 김대리랑 먼저 퇴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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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다들 알아서 퇴근하세요

여주와 민규가 남매라는 걸 아는 직원들은

하나 둘 대답을 하고는 퇴근 할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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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김대리 퇴근합시다

김여주

혼자 갈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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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빨리 오세요

짐을 챙긴 여주가 민규를 앞질러 홀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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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김여주!!

김여주

말 걸지마

홀로 차에 타 먼저 출발한 여주를 보며

민규는 직감했다

여주는 5년 전 그때로 다시 돌아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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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괜찮을까

민규도 따라 차에 타 집으로 향했다

주차장에 차를 댄 여주가 집 앞으로 걸어갔다

같은 시간, 벤에서 내려 집으로 가는 민규와 마주쳤다

울면서 운전을 한 여주는

민규와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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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여주씨!! 이제 들어와요?

한결같이 자신을 밝게 대하는 민규를 보며

여주가 말했다

김여주

나 먼저 올라갈게요, 괜찮죠?

눈시울이 붉어져 아파트로 들어가는 여주를 보고 민규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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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무슨 일 있어요?

아직까지도 여주를 좋아하는 민규가 여주의 손목을 잡고는 걱정했다

김여주

민규씨.. 나.. 혼자있고 싶어요…

여주의 표정을 본 민규는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홀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 간 여주를 바라보며

민규는 한참을 생각했다

사람이 저렇게 슬픈 표정을 할 수 있던가

뒤이어 여주의 친오빠인 민규가 차를 대고

세븐틴 민규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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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여주씨 무슨 일 있죠?

정적이 흐르는 엘리베이터에서 세븐틴 민규가 먼저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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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민규씨가 안다고 해결 될 일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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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제가 여주씨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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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김여주 좋아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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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네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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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그 남자와 사귀기 전부터 좋아하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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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포기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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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아니요, 아직 많이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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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그럼 포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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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난 지금부터 여주에게 다가오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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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전부 막아낼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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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헤어졌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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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알 필요 없어요

어느덧 꼭대기층에 도착한 둘은 각자의 집 앞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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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여주씨 만나게 해주세요

민규가 뒤를 돌며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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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여주 왜 그냥 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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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김여주씨가 행복해 보였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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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그쪽이 여주를 그냥 둬서 여주가 저렇게 됐어요

슬픈 마음에 괜히 아무 잘못이 없는 사람에게 화풀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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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무슨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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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여주한테 친한 척 하지마세요

그 말을 끝으로 민규는 집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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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세븐틴 민규는 또 한번 여주의 집 앞에서 계속 기다렸다

그 슬퍼보이던 눈과 표정의 출처가 어딘지 민규는 알아야했다

이번엔 여주를 놓지 않고 잡겠다 결심한 민규는

여주를 위해 무작정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