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수사반 BTS 2
EP 27. 폭시 인형 가게 (6)


해가 떠오르고, 석진과 윤기는 언제 감정이 요동쳤냐는 듯 깔끔한 차림으로 경찰서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석진
"이번 사건은 여주 씨 없이 해결할 거야. 사건에 대해 뭔가 알게 되는 게 있다하더라도 여주 씨한테는 모르는 척해야 해."


전정국
"왜? 연여주 없이 사건 해결한다 해도 정보는 알려줄 수 있잖아."


민윤기
"연여주가 정보만 알고 가만히 있겠냐. 어떻게든 수사에 도움 되려고 하지."


박지민
"오–. 몇 개월 있었다고 이제 연여주에 대해 다 아는 거야?"


김남준
"그걸 지금까지 모르면 그게 바보 아니니, 지민아. 지금 당장 출동 안 할 거니까 좀 앉아."


김태형
"근데 호석 형은 어디 갔어? 어제부터 안 보이는데."

여주 없이 수사한다는 말 한 마디 했다고, 무서운 속도로 팀원들의 말이 이어졌다. 무거운 일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났지만 최대한 일상의 모습을 찾으려는 팀원들만의 노력이었다.


김석진
"어, 호석이는 잠깐 누나한테 간다고……."

–♩♬


김석진
"네, 여보세요."

태형의 물음에 답하던 석진은 조용한 내부를 시끄럽게 울리는 전화기를 들었다. 덤덤하게 전화를 받았던 석진의 표정이 점점 구겨졌다.


김석진
"네. 송사역 4번 출구 쪽 지하철…. 10분 내로 도착합니다. 근처 경찰들도 보내주세요."


김남준
"왜? 무슨 일인데?"


김석진
"지하철에서 칼부림이 났나 봐.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고, 맨발에 식칼을 들고 난동 피우는 중이래. 지하철은 멈췄고."


전정국
"원래 그런 사건은 파출소 담당 아니야?"


김석진
"주변에 큰 사건이 하나 더 있었나 봐. 파출소에 사람이 없대. 다른 부서도 다 나가서 마지막으로 우리한테 전화 준 거래."

남준과 정국에게 설명을 해 주면서도 석진은 무전기와 방탄조끼를 챙기느라 정신이 없었다. 옆에 있던 태형 또한 여분의 수갑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박지민
"전부 다 나가면 경찰서는 어떡해. 나는 여기 남을게."


김남준
"나도. 호석이가 언제 올 지도 모르고, 여주 씨한테도 무슨 일 생길 수도 있잖아. 네 명만 가도 충분할 것 같은데. 괜찮지?"


김석진
"그래. 그래도 무전기는 켜 놔. 혹시 모르니까."

석진의 말에 남준과 지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무전기 전원을 켰다. 띡, 소리와 함께 빨간불이 들어왔다.

윤기는 경찰서 구석 서랍에 쳐박혀있던 구급상자를 열었다. 소독약, 붕대, 솜 등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할 용품들을 챙기고 일어났다.


민윤기
"한 차로 움직이자. 두 개는 너무 많아."

차 키를 두 개 챙겨려던 정국은 윤기의 말에 왼손에 들었던 차 키 하나를 다시 테이블에 올려두었다. 새삼 느끼지만, 윤기가 기척을 알아차리는 솜씨는 그 누구도 따라잡지 못할 것이었다.


호석만큼은 아니지만, 정국은 최고 속력으로 운전했고, 석진이 말한대로 10분 안에 지하철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신고 전화를 받은 장소에 도착하니, 많은 사람들이 지하철에서 내리지도 타지도 못하고 자리에 얼어붙은 듯 가만히 앉아있었다.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 한 손에는 칼, 한 손에는 인형을 든 채 비틀비틀 걸어다니는 여자가 한 명 보였다. 인형과 칼이라니.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다.


민윤기
"내가 먼저 들어간다. 알아서 따라 들어와."


김석진
"나는 왼쪽, 정국이는 오른쪽. 태형이는 윤기 뒤 마크해서 들어가."

석진의 말이 끝나자마자 정국은 오른쪽으로, 태형은 윤기의 뒤로 향했다. 창문 탓에 여자의 상체밖에 보이지 않았는데, 문쪽에서 비치는 여자의 모습을 보니 인형을 든 손에 다른 무언가도 함께 있었다.

박경준 국회의원의 딸, 박다연. 불과 며칠 전에 박경준 국회의원의 사택에서 만났던, 그 아이였다.


김석진
"…왜 여기에……."

인상을 찌푸리며 상황을 파악하려는 석진과 달리, 다연이 누군지 알지 못하는 윤기는 큰 보폭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

그들이 경찰 제복을 입지 않고 있었기에 일반 시민이 나서는 것이라고 생각한 주위 사람들은 어, 어...! 하며 윤기를 막으려 했지만, 그 뒤에 있는 태형에 의해 막혔다.


김태형
"경찰입니다. 뒤로 물러나세요."

태형의 포스에 눌린 사람들은 입을 꾹 닫으며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그 중에는 윤기를 촬영하려고 휴대폰을 꺼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시발…. 이것들이 장난인 줄 아나. 일반인들에게나 다른 사람들에게나 신원이 노출돼서 좋을 게 없는 태형은 윤기의 방향으로 카메라가 켜진 휴대폰을 우악스럽게 잡아챘다.

그리고, 상황 파악 하나 못 하냐며 한소리 하려고 할 때,

"손 대지 마!!!!!!"

날카로운 소리가 귀를 찔렀다.


"가까이 오지 마. 한 발자국만 더 다가오면 죽일 거야."


민윤기
"칼이나 내려놓지. 아이를 주던가."

"다가오지 말라고 했지!!!!"


김석진
"윤기야, 자극하지 마."

여자는 뒤에 아이를 숨기고 칼을 윤기에게 들이밀며 자세를 낮춰 경계했다. 자극하지 말라는 석진의 말에도 윤기는 여자에게 내딛는 발을 멈추지 않았다.

이 여자… 운동 좀 배운 것 같은데. 여자의 자세를 유심히 살피던 윤기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태권도는 아닌 것 같은데… 유도? 주짓수?

"가까이 오지 말라니까!!!!"

쓰윽–!!

팔만 쭉 펴도 닿을 거리가 되자, 여자는 위험을 느꼈는지 칼을 든 팔을 크게 휘둘렀다.

운동은 배웠지만 무기를 사용하기엔 어색한 몸짓. 윤기는 초점 없는 여자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자신에게 칼을 휘두르는 여자의 손목을 탁 잡았다.


민윤기
"공공장소에서 난리치시면 안 되죠."

눈에 띄게 당황한 여자를 기절 시킬 속셈으로 여자의 손목을 잡아당기자,


정호석
"누나!!!!!!!"

어디선가 호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전정국
"누… 나요? 누나? 호석 형의 친누나?"

호석의 목소리를 들은 건 윤기만이 아니었던 것인지 오른쪽 의자에 숨어 기회를 재보고 있던 정국이 '누나…?'를 반복하며 두 눈을 깜빡였다.

"…호, 호석아……."

마침내 계단에서 호석이 모습을 보였고, 여자는 호석이 달려오는 걸 확인하더니 호석의 이름을 부르며 갑자기 정신을 잃었다.

손에 들고 있던 칼을 힘 없이 놓는 바람에, 여자의 손목을 잡고 있던 윤기의 팔뚝이 일자로 주욱 그어졌다.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바닥으로 고꾸라지는 여자의 몸을 잡은 윤기는 발을 이용해 칼을 저멀리 차 여자가 의식을 차리더라도 칼을 다시 쥘 수 없는 곳으로 보내버렸다.


정호석
"누나…. 누나!!!!!!!"


김태형
"윤기 형!!!!"


전정국
"헉, 윤기 형 팔!!!"


김석진
"다연아. 아저씨 알지? 왜 여기에 있어. 아빠는?"

호석과 태형, 정국은 여자와 윤기가 쓰러진 곳으로 달려왔고, 석진은 아직도 여자의 손을 꼬옥 잡고 있는 다연에게 향해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척 말을 걸었다.

아무래도 피가 뚝뚝 흐르는 광경은 어린아이가 보기에 좋지 않은 것이니, 최대한 다연의 시선을 돌리려 석진은 여자와 아이 사이를 막았다.

"…아빠…?"


김석진
"응. 아빠. 어디 계신지 모르겠어?"

"아빠… 없는데……."


김석진
"응…?"

"나는… 엄마만 있는데……."

이게 무슨 소리일까. 박경준 국회의원이 사망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는데. 다연의 충격적인 말에 석진이 얼어붙어 있었을까, 석진의 뒤에서는 네 명의 목소리가 시끄럽게 울려퍼졌다.


정호석
"형, 괜찮아? 아니, 누나는…. 아니, 형은……."


민윤기
"…이 분이 너희 누나 맞아?"


정호석
"어…. 맞는데…."


김태형
"형, 주머니에 붕대 있지? 아까 챙기는 거 봤는데."


민윤기
"…어. 오른쪽에."


전정국
"아씨, 그러니까 형은 왜 나대서!!!! ……인형?"

호석은 자신의 누나를 끌어안고, 태형은 윤기의 주머니에서 불대와 소독약을 꺼내 응급처치를 하고 있었을 때, 정국은 윤기에게 소리를 지르다 말고 바닥에 떨어져있는 인형을 발견했다.

카우보이 모자를 쓴 해골 모양의 인형. 호석이 말했던 호석 누나의 취향이 이런 것이었다.

탁.


정호석
"만지지 마."


전정국
"…응?"

호석의 누나가 정신을 잃기 전까지 들고 있었던 것을 기억해, 정국은 인형을 주우려 허리를 숙였지만, 인형에게 향한 손을 쳐내는 호석에 의해 저지됐다.

차가운 반응이라기보다는 뭐랄까…. 혼란스럽고, 걱정스러운 반응?

평소 긍정적인 감정이 아니면 딱히 드러내려 하지 않았던 호석이었기에 정국은 호석이 이상하다는 걸 금방 눈치챘다.


전정국
"왜? 내가 만지면 더러워질까 봐 그래?"


정호석
"그런 게 아닌 거 알잖아."


김태형
"저 인형…. 폭시 인형 가게에서 산 거 맞지."


정호석
"……."

폭시 인형 가게에 간 적이 있는 태형은 인형의 구입처를 단번에 알아차렸다. 호석은 모르는 척하거나 부정할 생각은 없었는지 태형의 물음에 바로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민윤기
"…장갑은 안 가져왔는데. 대충 붕대로 싸서 가져가자. 태형아."

윤기가 태형의 이름을 부르자, 태형은 윤기의 팔을 감싸고 남은 붕대를 늘려 자신의 손이 직접 닿지 않는 선에서 인형의 몸을 완전히 감쌌다.


김석진
"무슨 일인지는… 경찰서에 가서 얘기하자."


정호석
"……."


김석진
"지금 들어간다고 남준이한테 말 전하고, 박경준 국회의원도 불러달라고 해. 둘째 따님 여기 있다는 말도 전해주고."


민윤기
"둘째 따님? 저 애 말하는 거야?"

윤기는 그제야 알아차린 듯 눈을 크게 뜨며 다연을 바라봤다. 초점 없이 멍한 눈. 아까 칼을 휘두르던 호석의 누나와 다름 없는 눈빛이었다.


전정국
"말해주려고 했는데 깜빡했다. 이제라도 알았으니 됐네."


민윤기
"새끼야. 그런 건 좀 빨리빨리 알려달라고. 하마터면 애한테 무방비하게 당할 뻔했잖아."

박경준 국회의원의 딸들이 마약에 중독된 것 같다는 말만 들었지, 얼굴은 몰랐던 윤기가 정국에게 욕을 내뱉으며 말했다.

마약에 중독된 상태라면 언제 어디서든 어떤 돌발행동을 할지 몰랐다. 호석의 누나에게서 아이를 구했다 해도, 품에 안긴 아이가 무기를 들고 공격했다면 윤기는 정말로 위험했을 것이다.

이런 윤기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정국은 윤기에게 욕설을 듣고도 어깨를 으쓱거리기만 하며 구부렸던 다리를 펴 일어섰다.


전정국
"윤기 형은 불구덩이에 던져놔도 어떻게든 기어나올 사람이잖아."


민윤기
"개새끼야."

걱정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말에 윤기는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응급처치에 사용하느라 다 쓴 소독약통을 들어 무자비하게 정국에게 던졌다.

안에 내용물이 없음에도 정국의 뒷통수에 맞은 소독약통은 통, 이 아닌 퍽, 소리가 났다. 주먹으로 쥐어맞은 것 같은 고통에 정국이 머리를 감싸쥐며 뒤를 돌아보았다.


전정국
"아씨, 형도 반박 안 했잖아!!!!!"


민윤기
"…가자."

윤기는 정국의 말을 무시하고 바닥에 널부러진 용품들을 한 손에 든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정국
"팩트잖아!!!!! 팩트라서 뭔 말도 못 하면서!!! 내 머리!!! 여기서 더 나빠지면 안 되는데…. 머리 더 나빠지면 형 고소할 거야!!!!"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억울하게 호소하는 정국의 말도 무시했다.

불구덩이에 던져놔도 어떻게든 기어나올 사람이라….

피식–

"그럴지도."



마지막 윤기 사진 찾느라 몇십 분을 버린 건지... 도움 주셨던 행복포뇨 님, 소라 님, 민옹 님 외 다른 분들도 다 정말 감사합니다 ㅜㅠㅜㅠ 진작에 말씀드려볼걸... 흑

이제부터 베스트 댓글을 뽑아보려고 해요! 한 화당 두 분씩 뽑을 겁니다! 오늘의 베댓!


제 머리카락 한 분과(?)


고이고이 님이십니다! 석진이 감정을 잘 설명해주신 분들이 또 계셨는데, 고이고이 님 마지막 말에 '난 좋음 ㅋ' 이게 너무 강렬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사담제외)

⚠️댓글 수 265개 이상 시 다음 화 연재⚠️

+) 평점, 댓글, 응원하기 3회 부탁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