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수사반 BTS 2
EP 29. 폭시 인형 가게 (8)


여주는 연준에게 전화를 받자마자 폰에 찍힌 주소로 향했고, 주변을 몇 번이나 살펴본 후에야 제대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가장 높은 곳, 가장 잘 보이는 시야. 이번 봄베이의 포지션은, 저격수다.

–♩♬

이 와중에 여주의 휴대폰은 계속해서 진동했다. 얼핏 화면에 뜬 부재중의 수는 이미 진작에 100을 넘겼고, 발신자는 다양했다.

팀장님 1통, 부팀장님 2통, 남준 선배 19통, 나머지는...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 이것만 봐도 기어코 남준이 다른 팀원들에게 말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걸려오는 전화들을 싹 다 무시하며 시간을 보내는 사이, 어느새 약속 시간이 다 되었다. 오후 9시. 이제 슬슬 연준이 보여야 할 시간이었다.

–♩♬

또 전화가 걸려왔다. 아까 전화가 걸려온 휴대폰과는 다른 폰이었다.

연여주
"어디야."


최연준
— …사거리.

연여주
"거의 다 왔네. 차 타고 오는 거야?"


최연준
— 후우…. 어, 금방… 금방 갈 거야. 기다려.

연여주
"…근데, 아까부터 거슬렸는데. 너 어디 다쳤어? 목소리가 왜,"


최연준
— …누나.

헛웃음을 내뱉으며 여주를 부르는 연준의 목소리가 귓가에 흘러들어올 때, 여주는 저격총 스코프를 통해 이 방향으로 달려오는 차 여섯 대를 발견했다.

야, 설마…. 최연준 너…….


최연준
— …나 꼬리 잡혔어.

꼬리 잡혔다. 즉, 미행이 붙었다. 여주는 스코프로 보이는 차 여섯 대를 살펴보며 빠르게 저격총을 장전했다.

연여주
"야, 이 미친 새끼야. 기본 중의 기본도 못하면 어쩌자는 거야. 너 카타르티시 들어갔다고 진짜 그놈들처럼 행동하지 마라."


최연준
— 아니… 누나, 카타르티시라니. 말이 좀 심한,

연여주
"싸물어."

냉랭한 여주의 답에 연준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여주의 반응이 너무 차가운 것도 있었고, 자신이 정말 기본 중의 기본인 실수를 저지른 것도 있었고, 무엇보다… 옆구리가 뚫릴 것 같았다.

여주는 부상을 입은 연준의 상태를 알지 못했다. 그렇기에 괜찮냐는 한 마디도 건네지 않았다.

그날 이후로 사람은… 해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여주는 빠르게 달리는 차 여섯 대를 보며 진지하게 자세를 낮췄다.

여기서 고민하면 연준이 죽는다. 여기서 조금이라도 늦으면 연준이 죽는다. 여기서 후회하면… 연준이 죽는다.

연여주
"속도 줄이다가 내가 숫자 세면 다시 속도 높여."


최연준
— 누나, 내가 진짜 불안해서 말하는 건데….

여주는 차가 달리는 속도에 맞춰서 총의 각도를 조금씩 틀었다. 연준의 차로 보이는 것을 무섭게 따라가는 차의 바퀴를 조준한 상태였다.

그리고, 내뱉었다.

연여주
"하나."


최연준
— 설마 이런 상황에서도 숫자를,

연여주
"셋."


최연준
— 엿같게 세네, 진짜!!!!!!!!

탕–!!

끼이이익–

여주가 쏜 총알은 바퀴에 명중했고, 바퀴에 총알이 박힌 차는 자신의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빙글빙글 돌다 뒤에서 따라오는 다른 차들을 박았다.

그 뒤로 그 차가 어떻게 됐는지 여주는 확인하지 않았다. 얼른 정리하고 내려가 연준의 차에 타야 했다.

저격총을 골프 가방에 넣지도 못하고 왼쪽 어깨에 가방을 대충 걸친 채, 다른 한 손으로는 저격총을 들고 허리에 묶인 와이어를 두어 번 당겨 확인했다.

연여주
"지금 바로 내려간다. 속도 줄여."

어느새 귀에 인이어를 연결한 여주는 저 멀리서 빠르게 다가오는 연준의 차를 발견하고는 나지막이 말했다.

그에 대한 답은 없었지만 어렴풋 어우, 시발. 하고 말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일단은 알아들은 것 같았다.


와이어를 타고 아래로 내려온 여주는 자신을 맞이하는 게 연준이 아닌 다른 이들인 것을 보고는 얼굴을 구겼다. 아까 둘러볼 때는 없었는데, 언제 온 거지.

이들에게 누가 보냈냐고 물어볼 틈도 없이 손에 쇠 파이프를 든 이들은 여주에게 무작정 뛰어들었다. 볼품없는 자세였다.

연여주
"야. 너 어디 갔어."


최연준
— 아, 나 지금 포위 당했어. 누나가 와줘야 할 것 같은데.

연여주
"나 환자야. 그냥 차로 다 밀고 들어오지? 어차피 얘네나 걔네나 다 카타르티시 애들 아냐?"


최연준
— 내가 무슨 살인에 희열을 느끼는 살인마도 아니고, 그냥 차로 다 쓸어버리라고? 역시, 봄베이는 봄베이야. 잔혹의 대명사지.

여주는 여유롭게 연준과 통화하면서도 자신에게 다가오는 이들의 머리를 내려치는 걸 잊지 않았다. 물론, 이들의 머리를 내려치는 무기는 아까까지만 해도 소중히 다뤘던 저격총이었다.

이 모습을 본다면 저승에 간 보스가 다른 사람의 몸을 훔쳐서라도 살아나 뭐라 잔소리할 것 같았지만, 지금은 물불을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초반보다 많이 회복은 되었다 할지라도 아직 여주는 환자였다. 평소였다면 아무렇지도 않게 간단히 마무리했을 일이 좋지 않은 몸상태로 인해 꽤 시간이 걸렸다.

연여주
"…7분. 딱 7분만 버텨."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하나둘 얼굴선을 따라 흘러내렸다. 오른팔을 과격하게는 움직이지 못해 왼팔로만 상대하고 있으니 힘이 더 들었다.


최연준
— 5분.

연여주
"야,"


최연준
— …방탄유리가 생각보다 약해서 말이야.

와장창–!!

연준의 목소리가 끊기고 그 뒤에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 맞다. 얘도 부상 입었지. 방금까지 괜찮은 척 장난치는 목소리인지라 까먹고 있었다.

누굴 닮았는지 참…. 아픈 건 참지 말고 말하라는 여주의 말은 뒤지게도 안 듣는 연준이었다.

연여주
"…죽지만 마. 금방 갈게."

오글거리는 말을 내뱉거나 괜찮냐며 울부짖지 않았다. 여주는 5분 동안 연준이 살아있을 것을 알았고, 연준도 5분 안에 여주가 올 것을 알았다.

5분. 단 5분이었다. 포위당한 연준이 차에서 버틸 수 있는 시간, 주변을 정리하고 여주가 연준에게 달려가야 할 시간. 단, 5분이었다.


어렵사리 여주의 휴대폰을 위치추적해 도착한 곳은 웬 폐건물이 즐비한 도로였다. 여주의 머리칼은 무슨, 사람 하나 보이지 않았고, 이곳과 어울리지 않는 차 세 대가 서 있었다.

한 대의 차에 두 대의 차가 이어박은 것인지, 한 대의 차는 전복돼 불타고 있고 두 대의 차는 앞부분만 심하게 망가져있었다.

전복된 차량 안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는 건 불가능했고, 급한대로 남준, 지민, 정국은 망가진 차량 안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했다.


전정국
"남준 형! 차 안에 세 명이 타고 있긴 한데…."


박지민
"…죽었어. 사고로 죽은 것 같진 않은데, 이게 뭐…."

차 안에 있는 시신을 살펴보던 지민은 턱 아래에 길게 그어진 칼자국을 보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설마, 하는 생각에 다른 시신들을 살펴보니, 모두 다 같은 곳에 같은 상처를 가지고 있었다.


김남준
"누군가 고의적으로 죽였어. 저쪽 차에도 두 명이나."


전정국
"그럼 연여주는?! 설마 연여주도…."


박지민
"…정신 차려. 연여주도 조직원이었어. 죽이면 죽였지, 죽을 사람은 아니잖아."

고의적으로 죽였다는 말에 정국이 여주를 걱정하자 지민은 그건 아닐 거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래, 그들에게 여주는 그런 사람이었다.

함부로 죽지 않는 사람.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사람. 적어도 폭시 인형 가게에 여주와 함께 간 지민과 정국에게, 여주는 그런 사람이었다.


김남준
"혹시 모르니까 지문은 남기지 말고 여주 행방을 알 만한 걸 찾아보……."

남준이 손에 장갑을 끼고 차 내부에 발을 들일 때였다. 의자 사이에 웬 쪽지가 하나 껴있는 걸 보았고, 남준은 손을 뻗어 그 쪽지를 꺼내 보았다.


박지민
"뭐 찾았어?"


김남준
"이거……"

남준이 차에 들어가다 말고 멈칫하자 의아함을 느낀 지민이 남준에게 물었다. 그에 남준은 대답 대신 지민에게 자신이 들고 있던 쪽지를 내밀었다.


박지민
"…봄베이?"

「Bombay」 이것은 이름인가, 코드인가. 바로 해석하지 못하고 쪽지를 다시 고쳐잡자, 쪽지 뒤에 다른 문구가 쓰여 있는 게 보였다.

"범죄 현장에는 항상 범죄자가 있습니다."


박지민
"도대체 이게 무슨…."


전정국
"지민 형! 남준 형! 이리 와 봐! 여기에 쪽지가 있어!"

Bombay와 Criminal. 이 둘의 상관관계를 찾아보려 머리를 굴리고 있으니, 뒤에서 다른 차량의 내부를 보고 있던 정국의 목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 정국에게 다가서는 지민보다 남준이 한 발 빨랐고, 남준은 정국에게서 쪽지를 낚아채듯이 가져갔다.

「범죄자는 항상 근처에 있다.」

이번에도 '범인'과 관련된 문구가 있는 쪽지의 뒤에는 「Bombay」 가 적혀있었다.


전정국
"범인은 항상 가까이에 있다? 뭐야, 지금 이 사람들을 죽인 범인이 이곳에 있다는 소리야?"


김남준
"이걸 왜… 봄베이가……."


박지민
"뭐야, 형. 봄베이가 뭔지 알아? 아니, 누군지 아는 거야?"

지민은 굳어있는 남준의 어깨를 돌려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남준이 당황한 모습을 보이는 건 매우 드물기에, 그 속에 어떤 정보를 감추고 있는지 빨리 들어야 했다.


김남준
"너희… 봄베이 몰라?"


전정국
"그게 뭔데."


김남준
"2년 안에 혼자 두 개의 조직을 없앤 장본인!!"


박지민
"조직을 없애…? 그것도 혼자? 아니, 그것도 두 개를…?"

경찰이라는 직업에 어울린 지 2년이 넘어가니, 강력 사건 중에서도 까다로운 강력 사건을 맡는 특별수사반은 조직이라는 것에 대해 많이 접해봤다.

아무리 작은 조직이어도 그 안에 속한 인원이 적어도 200명 넘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근데, 뭐? 혼자서 두 개의 조직을 없애?


김남준
"봄베이가 정확히 어떤 이유로, 어떤 방식으로 조직을 두 개나 없앴는지는 몰라. 그저 조직 간의 싸움이 일어났고, 봄베이가 속한 Nox 조직이랑 그 두 개의 조직이 없어졌다는 것만 알아."


박지민
"봄베이가 없앤 조직 이름은 뭔데?"


김남준
"몰라. 경찰 내부 컴퓨터에도 정보가 남아있지 않고 강력반에서 활동하시던 분들도 모른다고 하는 거 보니까 그닥 중요한 조직은 아니었나 봐."


전정국
"형은 그것들을 어떻게 알아?"


김남준
"나 전에 폭탄 때문에 다친 적 있잖아. 그때 마약 공부할 때 도와주시던 경찰분이 알려주셨어. 한창 그때 강력반도 난리났었잖아."

남준의 말에 지민과 정국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김여주의 장례식장에서도 오래 앉아있지 못하고 인사만 하고 바로 나갔던 강력반 사람들을 떠올린 탓이었다.


전정국
"근데… 그 조직원이 갑자기 왜 여기서 나와?"

대충 생각 정리를 마치고도 정국의 물음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게. 여기서 봄베이가 왜 나올까.

머릿속이 복잡한 남준은 쪽지를 손에 쥐고는 주변을 둘러봤다. 인적이 드문 이곳에, 연여주는 왜 왔을까. 연여주와 봄베이. 이 둘 사이에 무언가 있는 게 확실했다.



급히 공지를 드릴 것이 있어 연재 기준이 다 🐶무시하고 이렇게 글을 썼습니다! 제가 생각해 봤는데... 혹시 댓글 연재에 대한 부담감을 엘퍼분들이 지고 계시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일단 32화까지만 자유 연재로 바꿔볼까 합니다 이번 화는 자유롭게 댓글을 달아주세요~ 아 참 그리고 제가 요새 새벽 5시부터 밤 8시까지 학원이어서 모든 연재가 다 늦어져요...

개학하고 난 후에는 장기 휴재로 2년 동안 못 온다고 공지할 것 같긴 한데 ㅋㅋㅋㅋㅋㅋㅋㅋ... 네 일단 쓸 수 있을 때까지는 열심히 써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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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 제외)

+) 자유 연재라서 32화까지는 분량이 전보다 적을 수도 있다는 점 알아주세요 🙏🏻

++) 평점, 댓글(?), 응원3회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