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쇼윈도

@ 9화 (부장)

필요한 역/???

너희 그래서 아이는 언제 낳을 거니?

어머니의 물음에 입을 꾹 닫았다. 정도가 있지, 아이는 절대로 안 된다. 무슨 일이 있어도 안 된다. 그 과정을 생각해서라도, 쇼윈도 부부에게 아이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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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여주

곧, 곧······ 가져야죠. 네. 곧 가지려고 하던 참이었어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속은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그깟 대를 이어야 한다는 게 뭐라고 쇼윈도에 애까지 낳아야 할까. 순간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무언가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괌으로 떠나고 싶다고, 자유를 얻고 싶다고 자아가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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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여주

저, 괌에 다녀오려고요. 안정도 찾는 겸 해서요. 이미 티켓도 끊어뒀으니 뭐라고 하지는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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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장난해요? 누구는 애 언제 낳냐고 자꾸 보채서 미칠 것 같은데 괌을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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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여주

누구는 안 그런 줄 아나 봐요. 지민 씨가 아무리 말리셔도, 전 갈 거예요. 사생활 보호 좀 해 주세요.

짐을 미리 싸둔 캐리어를 응시하며 말했다. 그러니까 오늘, 오후 7시 40분 비행기로 나는 괌에 간다. 괌에 가서 자유를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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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여주

그러니까 제가 괌에 가서 남자랑 몸을 비비든 뭘 하든 상관 마시라고요. 우리 겉만 부부지, 속은 남이잖아요.

당당히 내 할 말을 끝낸 뒤 캐리어를 끌고 무작정 나왔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나왔다.

오랜만에 타는 비행기에, 오랜만에 느껴보는 퍼스트 클래스에 적응이 되지 않아 침을 삼켰다. 지금 시각은 일곱 시 십 분, 삼십 분만 더 기다리면 괌으로 가는 비행기가 이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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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여주

나를 위해 시간을 쓰는 건데 무슨 문제가 있겠어.

사람들에게 걸려 불륜 이야기가 나오더라도 상관은 쓰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쇼윈도니까.

이륙하는 비행기에 편안히 몸을 싣고 괌까지 향했다. 사실 잠적하려고 시작한 여행이었지만, 힐링 여행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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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여주

···예쁘다.

괌에 도착하자마자 간 곳은 수족관이었다. 여러 생물들을 좁은 수조 안에 가둬놓고 고문하는 셈이지만, 지금은 그런 것 따위 상관할 때가 아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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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여주

아, 여기서 사진 찍고 인별에 올려야겠다.

예쁜 장소를 발견하자 그 생각이 들었다. SNS에 사진 올리기. 그러나 나 혼자 온 여행이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몇 분 동안 어리바리 하는 나를 한 사내가 알아봐 주었다. 아니, 사실적으로 내가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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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여주

혹시 사진 좀 찍어주실 수··· 아니, 이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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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준

한국인이시구나. 어떻게 찍어드리면 될까요?

의외로 괌에서 한국인을 만나 흥분한 나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사진을 부탁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한 생각이 내 뇌리를 스쳤다.

나 저 사람이랑 초면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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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여주

아, 너무 많이 부탁드렸나 봐요. 죄송해요. 뭐라도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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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준

괜찮아요. 굳이 원하신다면 곧 저녁 시간이니 와인 바나 가 볼래요? 내가 괜찮은 곳 알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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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여주

아, 네! 좋아요.

그렇게 어쩌다 술로 저녁을 때우게 됐다.

분위기 좋은 와인 바에 둘이 앉아 스테이크 대신 샴페인이나 마시고 있었다. 나 알코올 쓰레기인데.

그 사내와 계속 이야기하다 전화번호도 교환하고 알게 된 것이 몇 가지 있었다. 그의 이름은 다니엘 최, 한국식 이름은 최연준이라고 했다. 괌에서 은둔 생활을 하던 중이며, YS그룹이라는 대기업의 부회장이라고 했을 때 소름이 끼쳤다.

YS그룹은 우리 회사와 계약을 맺었던 회사니까.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잘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계속 들어가는 술에 정신이 몽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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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여주

내가요···. 원래는 결혼을 하기 싫었는데, 부모님이 자꾸 재촉해서 박지민이랑 결혼을 했거든요···? 쇼윈도 부부인데요···. 걔가 자꾸 집착하잖아요!

상을 탁 치며 외쳤다. 그러고는 상에 머리를 박고 울었다. 그 후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딱 그것 뿐이었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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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여주

으응······.

따사로운 햇살에 눈을 비볐다. 눈이 뜨이자마자 생각난 게 하나 있었다. 와인 바. 그리고 다니엘 최, 아니 잠시만. 다니엘 최?

내 옆에 놓인 전화기를 찾아 전원을 켰다. 다니엘 최에게 문자가 하나 와 있었다.

최연준 image

최연준

-여주 씨, 어제 꽤 취하셨더라고요. 여주 씨가 묵으시는 호텔도 몰라서 그냥 제 집으로 모셨어요. 여주 씨 집이라고 편히 생각해 주시면 좋을 것 같네요. 아, 불편해하실까 봐 저는 밖에 나와 있어요.

이럴 수가. 다른 남자의 집에서 잠을 잤다고? 몸이 맞닿지는 않았지만 수치스럽기 짝이 없었다. 심지어 쇼윈도 부부라는 걸 알리기까지 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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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여주

망했다.

세상에서 가장 망해버린 쇼윈도가 된 것이다.

필자

안녕하세요! 부장입니다. 제가 대체 무슨 정신으로 글을 쓴 건지 모르겠어요.

필자

그래도 항상 재밌게 봐 주시는 독자님들이 있어 기쁘답니다. 이야기가 조금 이상해진 것 같긴 하지만, 다음 편에서 잘 잡아주리라 믿고 있겠어요!

필자

이상 부장이었습니다. 항상 부족한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