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첫사랑의 시작

🌸02 너란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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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진

'아, 자면 안 되는데. 새로 온 친구 앞에서는 제발...'

졸려 죽겠지, 하필 어제 죽도록 밤새우고 드라마 정주행 해서 정신도 못 차리겠지? 고2가 돼서도 공부하다가 밤 새운 게 아니라 정주행 하다가 밤새운 거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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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진

'조금만 눈 붙이자. 10초도 좋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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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기절한 거 아니야? 숨도 안 쉬고 자는데.

하긴 몇 십분을 꼼짝도 안 하고 잠만 자니까 상당히 이상한 애로 보였겠다. 누가 잠을 자도 이렇게나 많이 자?

창문을 통해 바람이 쌀쌀하게 불어오는 탓에 몸을 부르르 떨어대자 그걸 빤히 바라보는 여주가 가방에서 담요 하나를 꺼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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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박우진, 같이 매점...뭐야 쟤 또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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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나랑 같이 갈래? 쟤 이러다가 계속 안 일어나겠는데.

실망해서 돌아가려던 중 누군가가 같이 가자고 부르니 배시시 웃으며 빨리 가자고 답했다. 그게 오늘 아침에 만난, 앞으로 친해지고 싶은 친구가 불렀다면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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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잠 깨야 되니까...이것저것 단 거 사주면 깨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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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너 오늘 전학 왔으니까 내가 쏠게! 어떤 거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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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아니, 난 안 사줘도 되고, 그냥 박우진 사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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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어...우진이는 왜? 에이, 걔 계속 자게 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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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혼자 있으면 심심하잖아? 옆에서 말할 사람은 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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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그렇긴 하지만 난 너 사주고 싶은데...

아까는 해맑은 강아지였다면 이번에는 풀이 죽은 강아지처럼 보였다. 나 너랑 친해지고 싶어! 그 벽을 뚫고 싶다고! 하는 것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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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곧 종 치겠다, 얼른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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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아 같이 가...! 박우진 안 사줘도 된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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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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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진

이 친구라는 놈이...야 박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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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진

박지훈 나 몰래 그런 거였어...얘가 드디어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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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아, 무슨 개소리야. 매점 같이 가는 거로 그러면 난 누구랑 가라는 거냐?

노노, 눈빛부터가 다르잖아. 원래 처음 보는 사람한테 귀여움 떠는 애가 아닌데 여주 앞에서는 강아지처럼 행동한다? 안 봐도 비디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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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진

난 너의 친구니까 한 번 도와줘 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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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필요 없거든. 나보다는 너랑 더 많이 있던데...아까만 해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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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진

같은 반인데 당연한 거 아니냐. 설마 친구를 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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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뭐래, 그거 말고 아까 막 둘이서만 알콩달콩하게 있더만.

지금 질투네 이거. 박지훈이 한 눈에 반하는 일은 없었는데 이게 무슨 일이래? 평생 놀려먹을 수 있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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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진

전혀 그런 거 아니니까 넌 연애 연구 좀 해. 둘이 밀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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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몰라. 그리고 오늘 나 약속 있어서 먼저 가야 되니까 기다리지 말고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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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진

너 삐졌냐? 진짜 박지훈이 이러는 건 처음 보네. 어디에 반한 거야?

정말 단단히 삐졌는지 아무 말 안 하고 입만 삐쭉 내밀었다. 이게 우리 사이에 금이 갈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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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나 갈 거야, 나중에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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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진

...알 수가 없네. 그래 가라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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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진

박지훈 진짜 너무하네. 그렇다고 친구를 버리고 가버리냐? 원래부터 질투가 많긴 했지만 그래도.

우진이 바닥에 구르는 돌멩이 몇 개를 툭툭 치며 걷다가 여주가 어깨를 잡으며 발랄한 목소리로 말했다. 혼자 쓸쓸히 가는 뒷모습을 그냥 지나칠 순 없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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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박지훈 걔랑 안 가? 4교시부터 표정이 좀 이상하던데 무슨 일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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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진

그런 건 아니고 얘가 질투를 너무 해서...으휴, 아직도 애야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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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딱 봐도 싸웠네. 어쩌다 그랬는데?

그걸 어떻게 말해주냐구. 아, 이럴 때는 어떻게 풀어줘야 돼? 박지훈 걔도 눈이 높아서 평생 모솔로 살 줄 알았다고.

그보다 지금 같이 가면 안 되는 상황인 것 같거든. 친구가 있어야 되는 자리를 뺏은 거나 다름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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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진

너 이제 어디 가는데? 오늘은 나 버스타고 가야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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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나도 그 쪽으로 가! 같이 타면 되겠네? 학원가는 길도 똑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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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진

...아하하, 그렇네. 잠깐은 같이 타겠다.

망할, 이거 박지훈이 보면 어떡해? 그래 이건 내가 같이 타고 싶어서 타는 게 아니니까 괜찮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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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누구랑 같이 걸어가는 건 오랜만이네. 옛날 있었던 곳에서는 친구들이 그렇게 좋지 않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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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그런데 여기는 되게 좋은 것 같아. 너도 되게 착한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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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진

나...? 이런 평범한 나보다는 지훈이가 더 낫지. 걔는 친구도 많고, 집안도 좋고, 공부도 다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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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왜 그렇게 생각해? 난 너같은 사람이 좋은데.

어이, 스탑. 자꾸 저렇게 말하면 박우진 쟤 넘어간다고! 춥지도 않은 날씨인데 귀가 빨개지며 무슨 말을 해야 될지 고민하는 눈치였다. 곧 저럴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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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진

버스 다 왔네...! 얼른 타자.

버스야, 네가 이 상황을 살렸다. 저 어쩔 줄 몰라하는 바보 한 명 태우고 다니느라 힘들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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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진

.....

박우진과 김여주 단 둘이라 조용한 버스 안, 긴 정적이 흐르다가 여주가 먼저 어깨를 툭툭 치며 이어폰 한 쪽을 건넸다. 잠시만, 이거 뭔가 드라마의 한 장면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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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나 좋은 노래 되게 많이 알고있어. 같이 듣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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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진

내가 같이 들어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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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안 될게 뭐 있어? 도착하려면 시간 좀 걸리는데 듣고 가면 좋지.

이어폰을 꽂자마자 들리는 따스한 노래에 저절로 몸도 봄이 와 눈이 사르르 녹는 것처럼 따뜻해졌다. 계속해서 같이 듣다 보니 둘 사이가 가까워진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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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진

...노래 좋네. 이 노래들 보내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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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응? 그럼 번호 줘, 톡으로 보내줄게.

와, 결국 이렇게 번호를 주고받는구나. 계속 의도치 않게 엮어지는 중이다. 학원을 가려다가 같은 버스를 타고, 노래를 듣다가 번호를 주고받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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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이제 다 왔네. 난 여기에서 내려야 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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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진

뭐야 나도 여긴데? 우리 겹치는 게 되게 많네.

이게 운명인지 우연일 뿐인지 아직 구별이 안 갔다. 운명이라면 친구를 잃어야 했고 우연이면 우정을 유지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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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허얼, 오늘 하늘 되게 예쁘다! 사진 찍어서 올려야겠다.

오늘따라 노을이 예쁘게 져가고 있는 탓에 얼른 핸드폰을 들어 버튼을 마구 눌러댔다. 우진은 가만히 그 뒷모습을 지켜보다가 문득 한 생각이 떠올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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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진

내가 너...찍어줘도 될까? 사진 잘 나올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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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그럼 나야 고맙지! 너 사진 잘 찍을 것 같아.

쪼르르 달려가서 가로등 옆에 서는데 역시나 어떻게 찍어도 다 예쁘게 나오더라. 공들여 찍은 것도 아닌데 여주가 크게 반응을 해준 덕분에 입꼬리가 올라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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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진

인물이 좋으니까 뭘 해도 잘 나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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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에이, 이게 얼마나 예쁘게 나온 건데! 나 지금 바로 올려야겠다.

띠링, 귀여운 알람 소리와 함께 여주를 팔로우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알람이 가겠지. 물론 그중에 이제 막 팔로우 한 박지훈에게도 갈 테고. 이런 게시물 내용과 함께.

[ 학원 가던 길에 노을이 예뻐서! 사진작가 바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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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슬 / 로휘

정말 운명이어도 안 되고 우연이라고 하기엔 아까운 사이가 될 것 같군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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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슬 / 로휘

아 그리고 이 글 얼른 올리려고 했는데 자꾸 마음에 안 드는 거 있죠...싹 지우고 다시 쓰느라 늦어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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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슬 / 로휘

연재 많이 규칙적이지 못할 것 같은데 그 점 미리 죄송하구 다음 화에는 더 만족스러운 글 써서 올리겠습니다🔥

댓글 너무너무 고마워요 조금만 읽어주실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이 읽어주셔서ㅠㅅ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