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 왕족 [시즌 2]

31.

그 시각-

황은비 (23) image

황은비 (23)

"빨리, 빨리 가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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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27)

"야, 야! 황은비! 진정하고 좀 앉아 봐. 얼른 가야 하는 건 맞는데, 성급히 행동하다간 지금 전정국 꼴 난다."

황은비 (23) image

황은비 (23)

"그렇지만, 오빠가!"

문 빈 (23) image

문 빈 (23)

"야, 앉아. 지금 그런다고 해결되는 일 없어. 지금 우리 중에서 그나마 잘 싸우는 애가 정국인데 지금 다쳤잖아."

황은비 (23) image

황은비 (23)

"..."

김예원 (23) image

김예원 (23)

"급하게 천으로 지혈하긴 했는데, 누나가 어떻게 더 해야할지 모르겠어."

피가 콸콸 흘러내리는 오른쪽 팔을 부여잡으며 인상을 쓰는 정국 옆에는 소란스러운 예원이 있었고, 그런 장면을 보자 정한은 비위가 상했는지 시선을 옮긴지 오래다.

전정국 (22) image

전정국 (22)

"누, 나... 저 의사 못 깨워?"

김예원 (23) image

김예원 (23)

"의사? ... 박지민 씨?"

전정국 (22) image

전정국 (22)

"... 존칭은 쓰지 마. 저 새끼가 뭐가 좋다고 존칭을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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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원 (23)

"너 말 예쁘게 안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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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27)

"야, 어쩔 수 없으니까 일단 저 인간 깨워봐. 쓰러진지 한참인데 왜 안 일어나고 지랄이야."

문 빈 (23) image

문 빈 (23)

"... 저기... 지민 씨?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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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22)

"존칭 쓰지 말라니까!!"

김예원 (23) image

김예원 (23)

"아, 전정국! 가만히 있어, 상처 더 벌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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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은비 (23)

"... 근데, 오빠. 아까 태형 오빠랑 싸우던 사람이야. 어떻게 이 세계로 건너왔는지도 몰라. 그런 사람을 지금 정국이를 맡길 정도로 신뢰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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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27)

"..."

급하게 지민을 흔드는 빈의 뒤로 나지막히 물어오는 은비다. 석진은 잠시 미간을 좁혔지만, 이내 굳은 표정으로 돌아와 대답했다.

김석진 (27) image

김석진 (27)

"다른 방법이 없잖아. 지금으로선 이게 최선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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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은비 (23)

"..."

아까 전, 호석이 깨어났다.

아까 전이라고 말하기도 뭐할 정도로 눈 깜짝할 사이 일어난 일이다.

다들 절대 안 일어날 거란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긴장은 전혀 되어 있지 않는 상태였고, 그러하니 당연히 싸울 준비 따위는 더더욱 돼 있지 않았다.

결국 잠에서 깬 호석이 휘두른 힘에 팔을 정통으로 맞은 정국이 무릎을 먼저로 해 쓰러지자, 호석은 날개를 펴고 어디론가 날아갔다.

정국은 생각보다 심하게 다쳤고, 호석이 날아간 방향이 태형이 있는 쪽이었기에 은비는 심히 불안해하는 중이지.

근데, 여기서 하나 더 생각해야 하는 게 있다.

호석이 그렇게 일어나지 않았던 이유는, 백현이 자신의 힘으로 그를 잠재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백현은 강했다. 그렇기에 호석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은 더 적었고.

하지만 그랬던 예상이 지금 완전 벗어난 것이다.

호석이 일어날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 두 가지로 나뉠 것이다. 우선, 호석의 힘이 정말 강력한 경우.

그리고 다른 하나는,

백현이 제 힘도 감당 못할 정도로 약해진 경우.

솨악-

분위기에 어울리는 서늘한 겨울 바람이 불어왔다. 역시, 자신을 따라온다고 했을 때 말렸어야 했는데.

날개를 펴 날아오른 호석의 품에 축 늘어진 몸으로 들려 있는 백현이 눈에 들어오자 그제서야 후회가 됐다. 온다고 해도 끝까지 말렸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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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

"... 형, 내려놔."

호석이 어떻게 깨어났는지 따위는 궁금하지 않다. 그의 힘을 직접 당해본 당사자로서, 이미 얼마나 강력한지 생생하게 느낀 참이다.

그게 아니라면... 어쨌든 이유가 뭐든 지금은 생각할 겨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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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

"내려 놓으라고 했다."

자신의 말이 지나가는 바람보다도 못한 듯 아무렇지 않게 무시하는 호석에 태형은 아까보다 언성을 조금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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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27)

"..."

김태형 (25) image

김태형 (25)

"백현 씨 내려 놓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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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27)

"왜? 얘는 내 소유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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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

"뭐? 지금 뭘 소유한ㄷ,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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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27)

"들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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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

"... 그래, 들었어. 들었는데 이건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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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27)

"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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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

"장난해? 나도 저번처럼 어리석게 형 떠보기만 할 생각은 없어. 그러니까 잔말 말고 일단 내려 놓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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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27)

"얘 이렇게 된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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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

"백현 씨 어제부터 몸 안 좋으신 것 같았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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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27)

"너 때문이야."

순간 또 열리려던 태형의 입이 합, 닫히고 잠시 침묵이 빈칸을 채워냈다. 이내 눈동자만 굴리던 태형이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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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

"... 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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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27)

"진짠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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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27)

"얘가 어떤 존재인지 너희도 모르지? 나도 그건 몰라. 근데, 확실한 거 하나는 알고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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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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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27)

"얘는, 중간에 잊지 않고 꼭 가 줘야 하는 숲속의 공간이 있어. 힘을 사용하고 거기 들어가서 항상 힘을 보충해. 거기가 얘한테는 삶의 터전이고, 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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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27)

"그리고 얘는 평소에 능력 사용을 거의 안 해. 근데 너를 만나고 특히 더 많이 했지. 그럼 체력 소모가 훨씬 심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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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

"..."

"변백현은 멀쩡한 몸이 아니야. 오히려 철저히 망가진 몸에 가깝지.

탕, 탕, 탕-

김남준 (27) image

김남준 (27)

"다들 정숙하시고 제 얘기에 집중을 해 주시죠!"

남준이 거대한 막대기를 탁상에 쳐가며 목소리를 높이자 그제서야 대신들이 하나 둘씩 입을 다물고 시선을 남준에게로 고정하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는 태형의 최측근이자 이 세계의 총리인 남준을 지지한다는 눈빛도 있었지만, 당연히 남준을 죽일 듯이 바라보는 눈빛도 꽤 가득했다.

김태형은 항상 내가 알려준 정보들을 이런 무시무시한 눈빛들 앞에서 얘기 했겠구나.

은근 이런 중대한 발표를 하는 자리에 서는 걸 싫어했던 태형이 이해가 가지 않았었는데,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김남준 (27) image

김남준 (27)

"... 그, 폐하께서 왕궁으로 안 돌아오신지 하루가 지났습니다."

김남준 (27) image

김남준 (27)

"폐하께서는 어제 아침 일찍 블타병 관련 조사를 하러 혼자 나가셨고, 그 뒤로 동행한 왕자님과 전정국까지 함께 연락이 두절된 상황입니다."

"호위무사는 무사하다고 확인 됐습니까?"

호위무사. 항상 태형의 곁에 붙어 있었던 정호석을 부르는 말. 숨을 가다듬은 남준이 말을 이었다.

김남준 (27) image

김남준 (27)

"아뇨, 아직. 확인 중입니다. 아마 폐하께서 지금 쯤이면 만나셨지 않을까라는 예상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말인ㄷ,"

한승우 (27)

"남쪽과 왕궁의 왕래 금지령을 풀자는 말은 절대 용납하지 않겠습니다. 자칫하다간 세계 전체가 재앙에 빠질 수 있습니다."

김남준 (27) image

김남준 (27)

"..."

한승우. 남준, 호석, 석진과 동갑인 자다. 마찬가지로 꽤 어린 나이에 높은 자리까지 설렵한 귀티나는 뱀파이어지.

온 몸에 부잣집 도련님이라고 써져 있는 듯한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그가 이 세계에서 가장 세력이 강한 가문의 막내 아들이라는 정보를 항상 뒷받침해 주었다.

하지만 태형의 뜻과는 반대의 의견을 항상 외쳐오는 대신들에 포함된 그는 호시탐탐 태형을 노리고 있는 맹수와도 같은 존재.

이렇게 태형이 없는 회의라도 만들어지면 남준을 달달 볶는 걸 즐기는 사악한 성격도 가지고 있고... 그냥 쉽게 말해 태형이 좋아하는 자는 아니다.

여튼, 태형이 남쪽에 고립된 것을 좋아하는 것 같은 속 보이는 그의 말에 남준은 한숨을 내쉬었지만 크게 내색하지는 못했다.

자신도 어떻게 보면 엄청난 뒷배경인 왕이라는 김태형이 있었지만, 좋은 총리로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한승우의 가문 눈 밖에 나는 일은 되도록 없어야 한다.

화를 꾹 누른 남준이 애써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다시 입을 열려 했다.

김남준 (27) image

김남준 (27)

"정 그러시다면,"

한승우 (27)

"혹시 명예 군사를 몇 명 한정해서 남쪽으로 넘기자는 의견을 내실 거면 안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쪽은 찬성하지 않을 거라서."

김남준 (27) image

김남준 (27)

"..."

김남준 (27) image

김남준 (27)

"한 대신은... 폐하를 구할 마음이 없으신 건가요?"

한승우 (27)

"예? 아, 그럴 리가요. 전 누구보다도 폐하를 염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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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27)

"아... 네."

그 밝아진 목소리 톤과 예쁘게 휘어진 눈부터 어떻게 하고 그 따위 말을 내뱉었어야지.

김남준 (27) image

김남준 (27)

"그럼... 다른 의견 있으십니까?"

한승우 (27)

"그냥 폐하께서 스스로 뚫고 나오실 때까지 기다리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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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27)

"..."

혼란스러웠던 회의를 어영부영 끝내고 잠시 머리를 식히는 남준이다. 한승우 그 놈은 무슨 태클이 그렇게 많은지. 그 녀석 때문에 회의에 진전이 전혀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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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27)

"... 김태형... 내가 뭘 어떻게 하면 좋을려나."

항상 일은 내가 다 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하니까 네가 90% 이상을 부담했던 것 같네.

김남준 (27) image

김남준 (27)

"내가 얼른 너희 찾아줄게."

혼자 꿋꿋한 다짐을 하고 서류들을 챙겨 일어나려는데, 갑자기 뒤에서 섬뜩한 웃음 소리가 들렸다. 기분이 아주 나쁜 웃음 소리.

한승우 (27)

"아, 아 되게 웃기게 말하시네. 푸핫, 네, 총리님. 폐하를 어서 찾으셔야 할 거예요. 제가 쥐새끼를 하나 보내놔서."

... 어? 이 새끼 지금 뭐라ㄱ,

한승우 (27)

"변백현인가... 걔도 내 쥐새끼한테 당할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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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27)

"뭐요?"

황급히 뒤돌은 남준. 그의 뒤는 여전히 멀쩡한 얼굴로 깔깔대며 서 있는 승우가 있었다. 뭐가 그리 웃긴지 눈꼬리에 맺힌 물방울이 시선을 끌었다.

한승우 (27)

"이렇게까지 격하게 반응하실 줄이야. 일이 생각보다 더 재밌게 돌아가겠네요."

한승우 (27)

"뭐, 저희 가문은... 인간들이 쓰는 돈도 많은 거 아시죠?"

그 말을 끝으로 승우는 다시 한 번 시원한 웃음을 날려주곤 복도를 빠져나갔다. 남준만이 혼이 빠져나간 것처럼 우뚝 서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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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27)

"..."

뭔진 모르겠지만, 느낌이 안 좋았다.

제 앞에서 일은 안 하는 것 같이 해맑게 웃기만 하던 태형의 모습이 미치도록 그리웠고, 혼자서 이곳에 남아 일을 해결하는 게 벅차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