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 왕족 [시즌 2]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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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27)

"... 알아요?"

승우의 목을 꽉 쥔 백현의 손 힘이 약간 풀리며 눈동자가 흔들렸다. 무언가 숨기고 있는 것처럼, 평소에 표정 변화가 많지 않음에도 다 드러날 정도로 꽤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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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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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 알긴 아는데, 조금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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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27)

"다르다니. 뭐가요."

석진이 재빠르게 단상에서 내려와 백현에게로 가까워졌다. 석진의 발소리만 들리는 넓은 회의실에서는 방황하는 대신들의 눈동자만 열심히 돌아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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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 석진이 생각하는 그런 태형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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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27)

"무슨 소리예요. 정확하게 알려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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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이 얘기 듣고 나면 석진 충격 받아서 아무것도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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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27)

"아니, 나 보기보다 괜찮으니까 얼른 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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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

한승우 (27)

"변백현. 어때, 네 입으로 이걸 또 말하긴 그렇지? 왜냐? 너 때문에 일이 더 쉽게 풀렸으니까. 응?"

여태 입을 열지 않던 승우가 말을 꺼내자 회의실이 아주 잠깐 소란스러워졌다. 백현은 이내 늘 지었던 차가운 표정으로 대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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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아닙니다."

한승우 (27)

"많이 컸다, 내 말에 대꾸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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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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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27)

"한 대신, 가만히 계세요. 백현 씨는 말해줘요. 어디 있어요, 내 동생?"

한승우 (27)

"백현아, 집중해야지? 네 생사가 걸린 길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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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

백현에게는 실수였다. 감히 생각 없이 석진과 남준, 그리고 모든 뱀파이어들이 다 보는 자리에서 이런 행동을 하다니. 아까 호석을 따라가서 본 태형의 상태에 욱해서 순간적으로 저지른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근데 또 저 때문이라는 승우의 말에 마음껏 반박할 수가 없는 게 한심했다. 정말 체력적으로 힘들었어도 조금만 더 버텼다면 모두를 구할 수 있었을텐데.

옆에서 저를 보채는 석진을 보니 심장이 쿡쿡 쑤시는 것처럼 아팠다. 어딘가 묘하게 태형과 닮은 느낌이 방금 전 상황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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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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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닮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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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27)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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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닮았다고... 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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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27)

"..."

한승우 (27)

"변백현, 이리와."

두 눈을 질끈 감은 백현이 천천히 승우 쪽으로 이동했다. 석진은 이걸 막아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축 처진 백현의 어깨가 자꾸 자신을 막는 거 같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한승우 (27)

"그럼... 저희는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소란 피워서 죄송하다는 말씀 드려요."

뻔뻔하게 활짝 웃기까지 한 승우는 백현의 어때에 팔을 두르고 걸음을 옮기려 발을 움직였다. 물론, 백현이 들어올 때 세게 열어젖혔던 바람에 그대로 열려 있는 문으로 들어온 정국이 그를 막아섰지만.

한승우 (27)

"... 비켜주시죠? 제 하인이... 불편해 하는데."

전정국 (22) image

전정국 (22)

"왜 불편해. 그리고 백현 씨가 왜, 어째서, 어떻게, 언제부터 그쪽... 아니, 한 대신 하인이죠?"

한승우 (27)

"그건 왜 물어보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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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22)

"아... 얘는 제가 데려가야 하거든요. 급하게 볼 일이 생겨서."

왕궁에서도 이제 모르는 뱀파이어가 없다는 정국. 뛰어난 기술과 항상 생글생글 웃으며 폴딱대는 그는 다른 이들이 웃음 짓게 만들었다.

그만큼 정국을 싫어하는 이는 적었고, 그렇기에 정국은 왕궁에서 지내는 동안 크게 날을 세우고 싸운 적도 없었고, 이렇게 살기를 뿜은 적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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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22)

"... 다쳤네요."

정국의 시선이 백현의 몸 이곳저곳에 감긴 붕대에 박혔다. 붕대는 아마 남준이 치료해줄 때 감은 것 같았다.

한승우 (27)

"얘랑 무슨 사이시길래 제 하인인데 데려가시는 건지. 전 얘랑 할 게 좀 많거든요.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정말 높은 교육을 받고 자란 거 같은 격식 있는 어투. 아마 짜증이 났을 법도 한데 티 하나 내지 않고 웃으며 지나가려는 승우의 팔을 다시 정국이 붙잡는다.

아주 작았지만 순간 승우의 놀라는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린 것으로 보아, 꽉 잡은 팔이 생각보다 많이 아픈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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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22)

"백현 씨는 그쪽 하인이었던 적이 없었는데요?"

한승우 (27)

"무슨 말씀이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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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22)

"변백현 나랑 친구예요. 친구! 그런데 내 친구가 왜 그쪽 하인이지? 그리고 만약 하인이라고 해도, 나나 그쪽이나 권력적인 힘은 거기서 거기거든요? 내가 얼마든지 빼올 수 있어요."

정국이 말을 하면 할수록 일단 백현의 눈이 점점 커졌고, 석진과 남준은 백현에게 붙는 정국을 자주 봤어서 크게 개의치 않는 듯 했다. 물론 조금 놀란 표정이기는 했지만.

승우는 재밌다는 듯 미소를 짓고는 백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승우가 꽉 누르는 어깨가 아픈 듯 백현이 미간을 구겼다.

한승우 (27)

"백현... 하... 백현아, 저게 무슨 말인지 설명 좀 해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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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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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22)

"변백현! 너 나랑 친구잖아. 아니야? 이 세계 최고 귀족 집안 막내 아들내미랑 같은 규모 권력 가진 친구 있잖아,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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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그게."

한승우 (27)

"변백현, 똑바로 말해."

지금까지 계속 차분하던 승우가 갑자기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이유는 간단했다. 백현을 한순간에 잃을 위기니까.

백현이 왕실과 친분이 생기는 순간, 승우는 가장 중요한 무기를 놓는 것과 다름없다. 근데 지금 거의 태형의 친동생 급인 정국이 백현더러 제 친구라고 하는 것이다.

백현이 정국과 인연이 맺어지는 순간, 왕실에서는 백현을 보호할 것이다. 그가 어떤 존재이든지 간에. 그러면 승우는 자연스럽게 백현을 이용하지 못하겠지.

백현을 잃으면 승우는 자신의 계획을 허물어야할 정도로 백현은 승우의 세력에 알게모르게 비중이 컸다. 함부로 발견하기 어려운 범접할 수 없는 강한 존재이니 더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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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22)

"백현아, 우리 친구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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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

"친구... 맞아."

"그렇지? 우리 친구지?"

몽글몽글 예쁘게 웃어주는 정국을 본 백현이 살짝 몸을 비틀어 승우에게서 빠져나왔다. 승우는 여전히 어이없다는 눈으로 백현을 보고 있었고.

한승우 (27)

"너... 하, 후회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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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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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22)

"이제 그만하고, 가시죠. 제가 갈 길 막은 거 아니었습니까."

한승우 (27)

"백현아."

한승우 (27)

"내가 제일 즐기고, 좋아하는 행동 뭔지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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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 천천히 고통을 주는 거. 그리고 지옥을 맛보게 하는 거.'

한승우 (27)

"너도 다를 게 없겠다. 그동안 수고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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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네."

백현을 위아래로 훑은 승우는 그대로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그제서야 대신들도 정신을 차리고 하나 둘씩 각자 짐을 챙겨 빠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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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27)

"백현 씨,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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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 응,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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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27)

"많이 다쳤어요? 아까 정국이가 다쳤다고 하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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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27)

"붕대 칭칭 감은 정도라고 생각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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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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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22)

"백현아,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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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어, 아? 어?"

갑자기 반말을 하며 제 이름을 부르는 정국에 당황했는지 열심히 눈알만 굴리는 백현이다. 이번이 처음이 아닐까. 누군가 제 이름을 이렇게 부드럽게 불러준 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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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22)

"가자고. 태형이 형 어디 있는지 안다며! 아, 그리고 아까 네가 나랑 친구라고 했으니까 우리 친구야! 반말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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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아... 어... 태형은... 그...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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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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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27)

"괜찮아요,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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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 태형이 주인, ㅇ, 아니. 호석과 같은 존재가 됐다고 하면 믿을래?"

탁-

정한과의 대화는 정리하고 제 방으로 온 은비다. 태형의 방에는 가득 베인 그의 향 때문에 더 마음이 아려오는 것 같았다. 아마 거기 내내 있으면 정신을 못 차리겠지.

마른세수를 몇 번 거듭한 은비는 아무렇게나 벗은 겉옷을 정리하려 옷걸이를 찾다 무의식적으로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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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은비 (23)

"... 응?"

그러다 손에 작은 무언가가 잡혔다. 꺼내마자마 보인 그 형체에 눈물이 나오려는 걸 은비는 겨우 삼켰다. 하지만 소용은 없었다. 금새 눈물이 눈에 고이는 게 느껴졌으니까.

편지였다. 태형이 인간세계로 아이들을 이동시킬 때, 자기가 너무 보고 싶은 날에 열어보라고 줬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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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은비 (23)

"..."

아직은 읽을 용기가 나지 않는데, 어떡하지.

편지를 여는 순간 오빠가 내 옆에 앉아 있다고 착각할 것 같아서.

내 정신이 지금 감당할 수 없는 상태가 될 것 같아서.

그 넓고 따뜻한 품이 미치도록 그리울 것 같아서.

처음 만난 그 날이 끝없이 반복되며 생각날 것 같아서.

황홀했던 지난 기억들이 날 찾아올 것 같아서.

미안, 오빠.

조금만... 조금만 더 버티다가 읽어볼게. 오빠를 다시 볼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르니까 안 읽으려고 노력하면서 기다릴게.

난 오빠 기다릴 거야.

끝없이 기다릴 거고, 생각할 거야. 오빠가 안 오면 내가 갈 거야. 그러니까 꼭 나 보러 와. 알았지?

사랑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사랑하고 고마워.

많이 배우고, 많이 성장했어.

벌써 귀 옆에서 속삭이던 오빠 목소리가 그리운데 어떡하면 좋을까.

보고 싶어.

너무, 정말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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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27)

"오셨습니까. 생각보다 빨리 오셨네요."

한승우 (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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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27)

"도련님?"

한승우 (27)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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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27)

"... 무슨 일 있으셨습니까."

한승우 (27)

"김태형 어디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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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27)

"지하실에 뒀습니다."

한승우 (27)

"걔를 변백현한테 보여줬어? 지금 그런 상태로?"

한승우 (27)

"그럼 네가 걔를 나한테 알리는 거 없이 만났다는 소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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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27)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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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27)

"김태형을 보여주고 갑자기 어디로 달아나려 하길래 붙잡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궁궐 쪽으로 가길래 도련님과 마주치겠다 생각하고 쫒지 않았는데, 혹시 문제라도 생겼습니까."

한승우 (27)

"문제? 문제를 한참 넘어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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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27)

"네?"

한승우 (27)

"... 그래도, 네가 안 온 건 다행이야. 네가 왔으면 일이 더 커졌을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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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27)

"혹, 변백현 그 아이가 등을 돌린 것입니까."

한승우 (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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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27)

"도련님."

한승우 (27)

"완전히는... 아니라고 봐야지."

넥타이를 움직이며 당기는 그의 손길이 섬세하게 움직인다. 이내 넥타이를 다 푼 승우는 다시 천천히 입을 열었다.

"걔 목숨줄은, 아직 내 손에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