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이는 뭐랄까,
02. 흔해빠진 순정만화,
수학여행 가기 전 ,
모든 아이들이 들떠있을 때 쯤 기말고사를 보는 짖궃은 우리 학교 때문에 ,
아침 7시 반부터 학교에 와있는 나이다 .
김여주
하아 - 졸리다..
책상에 엎드려서 온갖 공상들을 해본다.
김여주
아 , 앞으론 인사 못하겠네
우유 나눠줄때 마다 인사했는데 ,
이젠 아침 일찍 아무도 없을때 줄거니까 ,
인사도 못 하겠네 .
김석우
누구랑 인사를 못해-
김여주
어?
김석우
일찍 왔네 , 학교.
김여주
어..? 기말공부 때문에.. 너도 일찍 왔네
기가 막히는 타이밍이라니, 이럴수가.
내 잔잔한 아침 호수에 누군가 돌을 던진 기분이다.
김석우
응, 누가 일찍 온다 그래서.
김여주
아... 그렇구나
누가 일찍 온다 그랬지? 또 누가?
이 고요한 반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은데,
남이 지켜보니까 더 열심히 공부하게 되버렸다.
오늘 풀 문제를 다 풀고, 진도 예습까지 하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제야 김석우 생각이 나며 왜 일찍 왔을까, 싶어
그 쪽을 돌아보았다.
김석우
...
보고 있었다 , 나를.
입가에는 웃음을 띄며 날 지켜보던 그 눈동자와 맞춰졌다.
드르륵 , 문이 열리면서 시끌시끌해졌다.
고개 돌려 시계를 보니 벌써 8시 반, 애들이 학교 올 시간이었다.
다시 김석우 쪽을 보았을땐,
평소처럼 책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정신차려 보니 이미 집 가는 길이었다.
눈이 마주쳤을때 , 그 짧은 5초에 ,
느꼈었던 전율을 다시 한번 생각하며
곱씹으니 하루가 지났다.
손승완
아니 , 내 말 좀 들어봐
김여주
응 왜?
손승완
걔 말이야, 걔
손승완
이거 정도면 썸타는거 아니야?
보여준 카톡 대화창에는 강민희, 라고 쓰여있었고
내용은 뭐 시덥잖은 이야기,
뭐 너는 학교 몇시에 가냐,
나는 오늘 늦게 간다,
왜냐, 같이 가는 여주가 오늘 일찍 간다고 했다,
김여주
너 강민희 좋아하냐?
손승완
어? 어 그게-
게임 끝이다, 저렇게 부끄러워 하는 손승완은 본적이 없다.
김여주
어이고 축하드립니다~
손승완
걔 앞에서 말하기만 해봐!!
손승완
좋아하는 티 안 내고 있단 말야..
좋아하는 티 안 내긴 개뿔,
대화창만 봐도 티 나는데 만나서는 얼마나 티 날까.
김여주
네네~ 알겠습니다~
손승완
어 미친! 저기 강민희 아니야?
승완이의 손 끝에는 강민희와,
김석우가 있었다.
손승완
그 옆엔 걔 친구 김뭐시기네...?
아는 척해봐, 내 마음이 소리쳤다.
아는 척해서 나도 김석우랑 인사 좀 해보자,
손승완
인사해볼까? 아니야 이상하게 보겠지...?
김여주
그냥 해-
강민희
어, 승완아 안녕! 여주도 안녕
손승완
어어? 안녕 민희야아..!
김석우
안녕, 여주야
김여주
어.. 안녕
강민희
집 가는거야? 우리도 집 가는데
손승완
응, 집 가는중!
김석우
둘이 이야기하게 냅둬,
쑥, 한순간에 김석우가 내 쪽으로 고개 숙였다.
김석우
비밀인데, 강민희가 저 여자애 좋아한대
김여주
아.. 그렇구나 ㅋㅋ
둘이 삽질하는거 보기 좋네 ㅋㅋㅋ 서로 좋아하는것도 모르고.
김석우
아, 내일 일찍 갈거야?
김여주
내일? 응, 기말 끝날때까진 쭉.
김석우
그럼 나도 가도 돼? 방해 안되면
김여주
아 응! 근데 너도 공부하게?
김석우
음, 이른 시간에 혼자 있으면 위험하잖아.
김여주
아 , 고마워
그렇게 대화는 끝났고, 각자 집을 향했다.
집에 와서 생각하니, 꽤 설레는 멘트였던 것 같다.
흔해빠진 순정만화 컨셉이긴 하지만 -
보너스 이야기 -
카톡,
조용한 방에 알람음이 울렸다.
강민희
'야야 대박 내가 하나 알아옴'
강민희
'김여주 내일 일찍 혼자 간대'
강민희
'승완이가 그러는데?'
김석우
'내일 혼자 가'
찰칵, 폰이 꺼졌다.
무슨 생각으로 혼자 가는거지, 위험할텐데.
그래서 나도 일찍 일어났다.
평소보다 일찍 준비해 일찍 나서 일찍 도착했다.
여주는 혼자 중얼거리고 있었다,
용기를 담아 말을 걸었다.
나를 향해 도니 아침 햇살이 비추어 더 예뻐보였다
책을 쓱, 덮더니 혼자 씩 웃었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혼자 웃다 눈이 마주쳤다.
심장이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
마치 흔해빠진 순정만화처럼.
02. 흔해빠진 순정만화처럼,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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