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일주 (World tour)
제 9화


제 9화.

그새 내 앞에는 코피 루왁 한 잔이 놓여 있었다. 원두만 갈아져 들어간 건 아니겠지. 나와, 그의 사연도 조금은 첨가된, 의미 있는 커피 한 잔 이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문득 어머니 생각이 났다. 롱패딩 주머니를 뒤져 핸드폰을 찾아 꺼냈다. 전화를 하기엔 조금 쑥스러운 마음에 메세지를 보냈다.

'어머니. 숙소에 계세요?'

메세지를 보내자 다니엘은 궁금한 듯 내게 물었다.


강다니엘
어머니?

언제봐도 눈치는 빠른 것 같다.


김여주
응. 어디 계시는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차를 마시는 그의 모습은 .. 좋았다. 정말 그에게는 사연이 없는걸까. 예쁜 눈이 단지 맑아보이지는 않았다.


김여주
아버지를 만나서.. 어떻게 살았어?

내 질문에 그는 한숨을 내쉬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여기서는 다니엘 시점입니다.]

우리 가족은 행복했었다. 어머니도, 아버지도 서로 싸우지 않았다. 화목한 가정이었다. 그 일 전까지는.

어느 날, 나는 새벽에 고열과 어지러움을 느끼고 아버지와 함께 응급실로 향했다. 어머니가 외할아버지 간호로 촌에 가 계시는게 어쩌면 어머니에게 행운을 불러왔던 것 같다.

아버지의 차를 타고 병원 응급실로 향하던 도중,

폭주족인지 머리에는 까만 헬멧을 쓰고 미친 듯이 질주하고 있는 오토바이 세 대가 있었다. 그 중 한대는 제자리를 빙글빙글 돌더니 방향을 돌려 우리 차로 돌진했다.

아버지는 뒤늦게야 알아채시고 차를 반대쪽으로 돌리셨지만 그땐 이미 늦었었다. 그걸 알아채셨던 건지 아버지께서는 핸들에서 손을 떼고 한없이 따뜻했던 몸으로 나를 감싸셨다.

차에 온 엄청난 충격으로 차는 차체 전체가 찌그러졌다고 한다. 그 안에서 아버지는 폭주족에 의해 돌아가셨고, 나는 응급실로 이송되어 겨우 목숨을 건졌다고 한다.

에어백이 충격을 조금 막아주기는 했지만 나는 차 안에서 세게 부딫힌 머리 때문에 조금의 기억을 잃었다. 항상 외로울 땐 생각나는 사람이 한 명 있었지만 누군지는 알 수가 없었다. 단지 그리워만 할뿐.

나도 내 자신이 너무 이상했다. 누군지 모르는 사람을 그리워하고, 아버지의 죽음과 어머니의 절규를 덤덤하게 받아들였던 내가. 너무 이상했다.

그 이후로 어머니는 아버지의 보험금으로 막대한 액수의 돈을 받게 되었고, 그 금액에 혹한 남자와 재혼하게 되었다. 이름은 김세현. 전과도 있는 남자인데 어머니는 그를 무척 좋아했던 것 같다. 따뜻하기는 커녕 매일 학교에서 하교해 집으로 오면,

소주병을 옆에 쌓아놓고 병채로 마시고 있었던 게 일상이었는데. 대체 왜 결혼했을까. 그는 하루종일 집 안에서 담배를 펴서 담배 냄새가 온 집에 가득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간암, 폐암으로 사망했고, 결국 어머니와 나만 남게지게 되었다. 나는 원래 이름은 박의건이었지만, 재혼한 남자의 성을 따라 김의건도 되었고, 어머니만 남았을 땐 어머니의 성을 따라 강의건이 되었다. 그 이후에 개명도 했지만.

아마 내가 계속 그리워하던 사람이 여주였던 것 같다. 그 그리움을 떨쳐내려 이 여행을 시작한 건데 그 사람을 찾고 말았다. 내 의붓동생이라니.

[김여주 시점]


강다니엘
.. 그렇게 됐어.

다니엘의 이야기는 많은 사연이 담겨 있었다. 그의 이야기는 아버지가 출소한 뒤 어떻게 되었는지 알게 해 주었다. 죽었구나. 속이 후련한 느낌이 찾아왔다. 언제나 알고 싶었던 그의 생사 여부. 죽었네. 술을 그렇게 쳐 마시더니.

띠링.

읽지 않은 메세지 1건.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보니 어머니에게서 답장이 왔다.

'밖. 친구 만났어. 숙소에 안 들어갈거야.'

숙소에 안 들어갈 거라니.

하.. 진짜 짜증난다. 아버지가 구속되고 어머니와 단둘이 15년 가까이 살았는데 변한 것은 전혀 없다. 나도 그냥 하고픈대로 할거야.


김여주
다니엘.


강다니엘
응?

그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는지 나를 보고 앉았다.

"나 오늘 여기서 자고 갈래."


작가(?)
여주야.. 나도..


작가(?)
나도 데리고 가.. 엉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