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민트향 라벤더 (시즌 1)

EP39. 안녕 김여주 (완결)

※이번화는 태형의 시점으로 전개됩니다!

이미 잠재울 수 없을 만큼 커져버린 이 일에 대해 같지않은 변명같은 걸 해보자면

나도 처음부터 박지민, 그와 너의 행복을 막으려했던 것은 아니었다

심한 부상을 입고도 박지민이 죽어라 윤기형의 무덤을 향해 뛰어가던 그날.

나도 모르는새에 내 작은 욕망의 씨앗이 먼저 그를 뒤따라가버렸고 그것을 되찾아오려 나 또한 박지민의 뒤를 따라갔었다

한참을 달리고 달려서 도착한 곳엔 미친듯이 흐느끼며 울고있는 박지민이 보였고 싸움에 불을 붙인 두 감정이 날 기다렸다는 듯 서서히 나를 휘감아왔다

동정심 그리고 야망이 되어버린 욕망

전자는 박지민을 위한 것이었고, 후자는 오로지 나를 위한 것 이었다

두 개의 감정 중 그 어느것에 쉽게 동의해 행동할 수 없어 그 자리에 얼어붙은 나였고

둘 중 그 어떠한 것도 천사, 혹은 악마라 칭할 수 없었다

오랫동안 힘들었을 그를 위해야한다는 동정심과 오랫동안 눌러왔던 나 자신을 위해야한다는 야망은 '그를 위하는 나', '나를 위하는 나'이냐에 따라 천사와 악마의 이름표를 바꾸어달며 나를 농락했다

하지만 치열한 싸움도 잠시,

'민트향 라벤더' 아름답게, 영롱하게 피어난 꽃이 내 눈동자에 그려졌고 그 순간의 만남은 깨어나 날 향해 웃는 너의 모습을 그려내기에 충분했다

치열했던 내 안의 감정싸움을 했던 일이 부끄러울정도로 순식간에 야망은 불타올랐고, 조금 더 정확히 말해보자면 야망에 잡아먹힌 나였다

이성이 날 떠남과 동시에 나는 그에게 손을 댔고 아주 쉽게 그를 잠재웠다

그리고는 손에 넣은 '민트햔 라벤더', 널 구하기 위한 그 꽃을 들고 박지민이 그러했듯 너에게 미친듯이 달려갔다

김여주

"누구...세요...!?"

예상했던 그대로였다. 넌 나를 기억하지 못했지만 그것은 나 뿐이 아니었다

향으로 사람을 구별했던 너의 능력, 박지민, 전정국, 그들과의 기억 모두 사라진 하얀 백지와 같은 너였고 그런 너에게 나를 새기는 일도 어렵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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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여주야, 나 기억안나..? 나 김태형이잖아, 네 남친...ㅎ"

넌 조금 놀라는 눈치였지만 그것마저 사라진 기억 탓이었고 쉽게 날 받아들였다

'깨어나도 모든 걸 기억하면 어떡하지'하는 불안감, '기억이 사라지더라도 내게서 민트향이 날텐데'하는 초조함은 날 향해 보이는 너의 예쁜 미소와 함께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사라졌었다

너의 얼굴을 마주보며 보냈던 몇 주간의 시간들은 더없이 행복했었다

그 행복이 악마가 건네주었다는 사실을 모른 채 달콤함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너와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작았던 내 욕망의 씨앗이 야망이라는 꽃으로 피어나 네 주위를 온통 거짓투성이인 환상으로 가득채우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달콤함을 즐겨왔다

하지만 명색이 악마가 건네준 행복인데 오래갈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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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ㅁ,뭐!? 씨발 그게 무슨 개소리야!!!!!"

김태진

"흥분하지마, 김태형! 어쩔 수 없는 사실이야. 받아들여 그냥"

김태진

"애초에 네가 벌인 일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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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말도 안된다고!!!!!!!....끄윽...큽...크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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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대체...왜...왜!!!!!!!!!!...끅...끕..크흑.."

너의 부모님이 일하던 연구소, 그곳 한 연구원의 애제자이자 아미병원 원장. 그게바로 내 형이었다

사용법도 모르는 주제에 어설프게 야망에 이끌려 손을 댄 '민트향 라벤더'를 집으로 가져왔고 형은 꽤나 놀라더니 이내 시키지도 않은 연구를 시작했다

그리고 며칠 후, 그가 내게 말했다. 내가 벌인 일이 정말 사실이라면 김여주, 너의 기억은 머지않아 말끔히 돌아올거라고.

환상은 말그대로 환상이었던가

너와의 행복했던 추억들이 은은하게 머릿속에 퍼져갔고 바늘에 찔린 듯 제 힘을 잃어가며 사그라드는 야망이었다

싸늘하게 심장을 식히는 허무함에 온몸이 아려와 눈물을 토해냈다. 이대로 모든 게 끝이 난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고 싶어 주먹을 꽉 쥐어보아도 온몸에 힘이 풀렸다

그리고 무엇보다 원망이 잔뜩 서린 두 눈으로 쳐다볼 너의 모습은 자꾸만 내 시야에 엉켜붙어 마치 진짜인 것처럼 나를 따라다니며 괴롭혔다

죄책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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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난...끅...이제...어떻게..해야하는거야....씨발 이미 다 저지른 일인데....끄흡....큭...뭘 어쩌라고!!!!!!!!!"

김태진

"책임져. 김여주가 뭘 원하는지는..네가 제일 잘 알잖아. 시간..얼마없어, 태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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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형이 하는 말은 하나같이 틀린 곳이 없었다. 너의 마음이 향한 곳은 박지민이라는 것도,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도 맞는 말이었다.

이제는 너의 주위를 가득채운 환상들을 거두어 갈 시간이었다

직원

"어머, 김대리님! 오늘 야근하는 날 아니시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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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아...아직 처리하지 못한 일이 남아서요ㅎ. 유대리님 먼저 들어가세요~"

집에 가서 쉬는 시간조차 주어지지 못했다. 모든 것을 돌려놔야했고 너의 곁에 무사히 박지민을 돌려보내야 했기에....

내가 다니는 회사는 일종의 정리업체였다

쉽게 말하면 상황에 맞게 CCTV를 조작하고, 청부업체에서 넘겨받은 살인의뢰문서를 파기하고, 행적의 모든 기록을 삭제하거나 수정하는 일을 하는 곳이었다

모든 걸 돌려놔야하는 내 상황엔 딱 맞는 일이었고 난 결국 '연쇄살인범'이라는 이름표를 그에게서 떼어내 나에게 붙이기로 결심했다

얼굴을 보는 일이 이제는 찢어질듯이 고통스러워도 기억을 잃은 네가 두려워할까 아직은 너의 곁에서 머물러야했고

언제나 너를 집으로 데려다 준 후면 회사로 돌아와 박지민의 행적이 담긴 그 모든 흔적을 지우고 수정했다.

난 내가 부셔버린 너의 행복을 위해 네가 좋아할만한 더 큰 행복으로 구멍 난 곳을 메꾸는 중이었다

경찰에게 넘겨진 그의 인상착의가 검은색후드집업이었기에 수천 대의 CCTV를 모두 돌려 박지민을 삭제하거나 나를 붙여넣었다. 뿐만 아니라 전정국이 근무하는 경찰서에 너와의 마지막 이별하는 날 연쇄살인범 용의자를 목격했다는 허위진술을 해줄 사람을 구했다

그 과정은 달콤했던 시간을 떠올리면서 버텨보려해도 힘겨웠지만 돌려놓아야한다는 집념에 슬픔이 고여버린 내 머리와 몸의 한계 따위는 싸그리 무시한 채 몇 주를 매달렸다

그리고 어느 덧 마지막 날

술에 취하지 않으면 힘들게 해왔던 모든 일들을 망쳐버릴 것 같아서, 다시 너에게로 돌아가버릴 것 같아서 억지로 들이붓다시피 술을 마셨다

그날만은 네 얼굴을 보지않으려고, 네 생각을 하지않으려고 너의 모든 연락을 다 피했다. 하지만 술을 너무 마셨던건지 취중에 너의 집앞에 와버린 나였고 결국 병신같이 일을 저질러 버렸다

그때의 넌 알았을까

소리없는 그 작은 흐느낌이 단순한 술주정이 아니라는 걸

비록 작은 흐느낌이었지만 내 안에서 나를 박박 긁어대며 요동치는 고통에 울부짖고있었다는 걸

환상이라 할지라도 영원하길

이 순간 흘러가는 시간이 멈추길

흐느끼는 도중에도 빌고 또 빌었다

하지만 난 너의 행복을 앗아간 죄인이었다

그 누구도 나같은 죄인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저 골목 끝에서 네가 나에게로 뛰어오는 걸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모든 준비는 끝난 상태였다

전정국과 무슨 얘기를 하려했는지 골목에서 서성이는 박지민을 형의 약으로 잠깐동안 잠재웠고 전정국은 경찰을 이끌고 거의 골목에 다다른 상태였으며 나는 이미 완벽한 살인자였다

넌 나에게로 다가왔고 하룻밤 사이에 지친 기색이 역력해보였다

난 나를 붙잡는 너를 거칠게 떼어내었고 계속해서 그런 너에게 가려는 내 마음을 나에게서 떼어내었다

떨어지는 너의 눈물방울에 너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해 고통스러워하던 찰나, 경찰들이 골목을 사방으로 포위해왔다

환상놀이는 여기서 전부 끝.

이제 너는 박지민에게로 갈 시간이었다

이내 경찰들은 날 붙잡았고 네가 보여주었던 웃음을 반복해서 떠올리고 떠올렸다

어쩌면 차라리 이렇게 감옥으로 향하는 것이 더 편했다. 자꾸만 너에게 가려는 마음을 더 이상 너의 행복을 앗아갈 수 없도록 가두어놓는 편이 더 나은거였다

김여주

"ㅌ,태형아!!!!..김태형..!!!!...으흑...흑...끄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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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박지민 오른쪽 골목에있어. 이제 돌려놓을테니까 돌아가줘, 김여주"

조심스럽게 너에게 안녕을 해본다

눈물에 가려진 내 시야 속 마지막 너를 떠나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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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안녕..김여주..."

안녕

다시는 나같은 놈에게 너의 행복을 빼앗기지 말기를....

[너는 민트향 라벤더] 시즌 1 완결

-끝-

안녕하세요오 갓짐입니다! 드뎌 시즌1이 끝났네영 사랑해주셔서 감사했고 시즌2에서 또 봐요오!!(욕심부리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