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Épisode 11. Entrée

sophie97
2026.06.19Vues 30
나는 그 자리에서 어찌 해야 할지 몰랐다.
'안으로 들어가서 상황 설명을 해야 하는게 맞을까?'
아무 예고 없이 무작정 들어갈 수도 없었고,
되돌아 가기엔 이미 들은 이상 마음에 걸렸다.
그 두 사람은 내가 듣고 있는지 모르고,
담배를 다 태우고는 들어가 버렸다.
두 사람이 들어간 후에도,
나는 한참을 거기에서 꼼짝 없이 서 있었다.
'아직 내가 어떤 말을 들은 상황이 아니니
오늘은 그냥 가는 게 좋겠다...'
결론을 내리고,
돌아서려는 순간, 그가 현관문을 열고 나왔다.
순간 내가 들고 있던 그의 휴대폰이 생각났다.
"아직 안 가셨어요?"
"아...그게 휴대폰을 떨어뜨리고 가셨더라구요.
가는 길에 봐서 다시 돌아왔어요."
당황한 나는 생각지도 않게 거짓말을 했다.
"제가 급하게 내리면서 두고 내렸나 봐요.
다시 오시게 해서 죄송해요."
"아니에요. 괜찮아요."
"그럼 저는 이만 가 볼께요.
다음 수업 때 봬요."
갑작스럽게 마주치는 바람에 너무 당황스러워서,
그의 인사도 채 끝나지 않았는데
뒤돌아서 주차된 곳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어쩌면 어떤 말도 듣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잠깐만요, 선생님!"
"네?"
"아..아니에요.. 다음 수업 때 뵐께요.
오늘 선생님 덕분에 바람도 쐬고 좋았어요.
운전 조심하세요."
내 느낌인지는 모르겠으나,
그의 미소가 왠지 기운 빠져 보였다.
혹시 대표에게 혼난 건 아닐까 싶어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 일이 있고,
나는 번역 일도 시작하고,
출판사도 왔다 갔다 하면서 바쁜 시간을 보냈다.
그 와중에도
그날 내가 보고, 들은 일들은 뭔지,
그 후에 어떻게 된 건지
궁금한 마음이 계속 새어 나왔다.
그래도, 훈지씨나 대표가 먼저 언급하기 전까지는
내가 나설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마음 졸이며 지내다가,
다음 수업일이 다가왔다.
그날도 그는 평소처럼 열심히 수업에 임했고,
나 또한 번역일 때문에
수업에 소홀해졌다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아
수업 준비나 그에게 줄 피드백도 꼼꼼하게 챙겼다.
그렇게 수업이 끝나가던 무렵에,
그가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선생님..
혹시 그날, 카페에서 저 사무실까지 데려다 주신 날
무슨 이야기 들으셨어요?"
"네? 무슨 이야기요?"
"아니, 뭐 별 건 아닌데요.
그날 제가 나왔을 때 너무 당황하시고,
어쩔 줄 몰라 하셔서 이상했어요."
그가 말을 꺼낸 이상,
나도 그날의 일을 물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은...
휴대폰 가져다 주려고 사무실 쪽으로 가다가
기획사 직원 분들 이신 것 같던데...
두 분이 이야기 하시는 걸 우연히 들었어요.."
"훈지씨 이야기를 하시고 계시더라구요.
한강 공원에 갔었다고..."
"아...어쩐지...ㅎㅎ
뭔가 아시는 것 같더라..."
그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그렇게 표정이 무거웠던 거네...
나는 선생님 표정이 너무 울 거 같아서
그날 내가 뭘 실수했나 고민 많이 했잖아요.."
"직원분들이 훈지씨 걱정을 하시는 것 같던데...
괜찮은 거죠?"
"아~네, 그럼요.
저희가 하는 일이 어디서나 사진 찍힐 수 있고,
누굴 만나도 오해를 살 수 있잖아요.
전혀 신경쓰실 일 아니에요..정말이요."
그의 말을 듣고 나니,
그 동안의 불안함이 한 번에 씻겨 내려가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너무 다행이에요.
사실 그 날 이후로 계속 마음에 걸렸거든요.
제가 훈지씨가 연예인이라는 걸
너무 배려하지 못 하고,
생각없이 행동한 건 아닐까 싶어서
정말 미안했어요. "
"선생님.."
"네?"
"저는 정말 즐거웠어요.
한강에서 치킨 먹었던 날도,
책 읽으러 카페 갔던 날도요."
"그러니까 앞으로도 그런 일 때문에
미안해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그가 잠시 뜸을 들이더니 한 마디를 덧붙였다.
"저는 선생님이 저를 가수나 배우로 안 보시고,
그냥 박훈지로 대해 주시는 게 정말 좋아요."
그 말을 듣고 나니,
마음이 너무 편해졌다.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수업을 마치고,
나는 그날 그에게 주려고 가지고 나왔던 책을
건네 주었다.
"그날 줄거리를 궁금해 하시길래요.
저는 다 읽었으니, 훈지씨한테 줄께요.
시간 날 때 읽어 보세요."
"네, 그럴께요. 감사해요."
"사실 저도 그날 선생님께 선물 하려고
산 책이 있었는데..."
"정말요?"
"그날 드리려고 했는데,
선생님이 너무 급하게 가시길래...
못 드리고 그냥 가져 왔었어요.
여기요.."
"위버멘쉬? 니체 책이네요?"
"네..제가 최근에 읽은 책인데,
선생님도 읽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서요."
"와...너무 감사해요!! 일하면서 틈틈이 잘 읽을께요."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그와 나는 책 취향만큼은 정반대였다. 훗...
그리고, 다음 날 예상치 못한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대표님?"
"잘 지내셨어요 정아씨?
얘기 안 하고 넘어갈까 하다가
어느 정도 알고 계신다 길래 전화드렸어요."
'그날 이야기를 하려는가 보다..'
마른 침을 꼴깍 삼켰다.
"네..말씀하세요."
"이쪽 일을 모르시는 분들은
가끔 저를 보고 너무 오바한다고 하시기도 해요.
하지만, 제가 그 동안 봐 왔던 게 있고,
한 순간에 무너지는 게 다반사라서
예민하게 굴지 않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어느 때는 악역을 자처하기도 합니다.
우리 아티스트들 보호하는 차원에서요."
나는 단호하게 경고를 줄 줄 알았는데,
의외로 대표는 담담하고, 부드럽게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네..."
"사실 정아씨나 훈지가 뭘 잘못 한 건 없습니다.
사람 사는 게 다 그렇잖아요.
이야기 잘 통하는 사람 만나면 식사도 할 수 있고,
차 한잔 할 수도 있는 거죠.
그런데, 연예인이다 보니 사소한 일에서도
말이 나오고 사건처럼 만들어져서요.
미리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요."
"네..대표님,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아니요. 아니요.
정말 그런 뜻으로 말씀드린 거 아닙니다.
그냥 좀.. 수업 외에 사적으로 보는 일은...
앞으로는 조심해 주셨으면 합니다.
제 입장 이해하시죠? 정아씨."
그랬다.
나는 이 수업을 하면서,
그의 영어 실력이 느는가만 신경 쓸 수 없었다.
훈지씨의 입장, 대표님의 입장까지 헤아려야 했다.
"난 내가 배울 점이 있는 사람이 좋더라..."
<12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