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cademia Cheongun Madou

Ultima cerimonia di iniziazione per gli studenti trasferi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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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담임인 박 선생에게 거의 한 시간을 붙잡혀 있어야 했다. 그는 폭탄 맞은 머리를 연신 쓸어넘기며 내 신상 명세서를 열 번은 넘게 확인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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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이 간 수정 구슬을 들고 내 주변을 빙빙 돌며 마력 측정을 다시 했다. 결과는 ‘평범’. 지극히 평범한 수준의 마력. 그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얼굴로 “대체 어떻게…?”라는 말만 중얼거렸다. 결국 박 선생은 ‘특이 체질’이라는 애매한 결론을 내리고, 나를 ‘요주의 관찰 대상’으로 지정하는 것으로 사건을 일단락했다.


교무실을 나서자, 복도 벽에 기대어 나를 기다리고 있던 여섯 명과 눈이 마주쳤다. 벌점을 받으러 왔다던 놈들이 왜 아직도 여기 있는 건데. 나는 못 본 척 그대로 지나쳐 배정받은 기숙사로 향하려 했다. 하지만 내 희망은 연준이 내 목에 팔을 감아 헤드락을 거는 순간 산산조각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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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가, 후배! 우리가 너 때문에 벌점 면제받았는데, 밥이라도 사야지!”


그의 말에 따르면, 내가 터뜨린 결계 소동이 너무 커서 그들이 저지른 사소한(?) 잘못은 그냥 묻혔다고 한다. 고마워해야 할지, 원망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나는 그들에게 질질 끌려 학생 식당, 통칭 ‘마법사의 솥’으로 향했다. 메뉴는 기상천외했다. ‘힘이 솟는 오크족 스테이크(돼지고기)’, ‘맨드레이크 뿌리 샐러드’, ‘마나 회복 블루 레몬에이드’. 나는 가장 무난해 보이는 ‘평범한 인간을 위한 돈까스’를 골랐다. 내 메뉴를 본 범규가 혀를 쯧쯧 찼다.


“에이, 재미없게. 여기까지 와서 그런 걸 먹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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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지는 ‘지옥불 파스타(캡사이신 범벅)’를 시켜놓고 연신 우유를 들이켜고 있었다. 한심한 놈.


식사를 하는 내내 그들은 쉴 새 없이 떠들었다. 작년에 있었던 ‘소환술 시험 영물 폭주 사건’부터 시작해서, ‘비 오는 날 운동장에 나타난 물귀신을 축구공으로 맞혀 돌려보낸 이야기’까지.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자니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나는 조용히 돈까스를 썰며 이들의 관계도를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주동자는 주로 연준과 범규, 태현은 한심하게 쳐다보면서도 결국 뒷수습을 하고, 수빈은 잔소리를 하면서도 같이 휘말린다. 휴닝카이는 그냥 웃고 있고, 한여주는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성모 마리아 같은 역할을 맡고 있었다. 완벽하게 비효율적이고 소모적인 관계였다.


“이제 진짜 기숙사 데려다줄게. 피곤하지?”


식사를 마칠 때쯤, 한여주가 드디어 내 안위를 걱정해 주었다. 나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제발, 나 좀 이 지옥에서 꺼내줘. 그러나 내 바람을 비웃기라도 하듯, 태현이 무심하게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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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에 동쪽 별관 들러야 해. 오늘 밤부터 유성우 떨어진대. 거기서 봐야 잘 보인다고.”


그의 말에 모두의 눈이 반짝였다. 동쪽 별관. 교내 괴담 스팟 중 하나로, ‘밤마다 우는 여자의 영혼이 출몰한다’는 소문이 파다한 곳이었다.


나는 속으로 절규했다. 왜! 왜 평범하게 기숙사로 갈 수는 없는 건데! 하지만 이미 그들은 신이 나서 동쪽 별관으로 향하고 있었다. 나는 또다시 그들에게 이끌려, 편입 첫날의 마지막 코스가 될지도 모르는 괴담의 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축축하고 서늘한 밤공기가 눅눅한 교복 너머로 스며들었다. 어쩐지, 오늘 밤은 그냥 잠들기 글렀다는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동쪽 별관은 생각보다 더 낡고 음침했다. 거미줄이 잔뜩 쳐진 복도를 지나 옥상으로 향하는 삐걱거리는 계단을 오르자, 서늘한 밤바람이 우리를 맞았다. 옥상은 의외로 넓고 평평했다. 저 멀리 보이는 기숙사의 불빛들을 제외하면, 주변은 온통 짙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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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진짜 잘 보이겠다!”


휴닝카이가 아이처럼 감탄하며 옥상 난간으로 달려갔다. 그의 뒤를 따라 모두들 자리를 잡고 하늘을 올려다보기 시작했다.


나는 적당히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피곤했다. 그냥 방에 가서 눕고 싶었다. 하지만 이 분위기에서 혼자 빠져나가는 건 더 귀찮은 일을 만들 것 같았다. 나는 무릎을 끌어안고 멍하니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빽빽하게 박힌 별들이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것 같았다. 도시에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풍경이었다. 어쩌면, 마법학교에 온 게 아주 나쁜 일만은 아닐지도 모른다고, 아주 잠깐, 찰나의 순간 동안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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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여기.”


따뜻한 기운과 함께 캔커피 하나가 불쑥 내밀어졌다. 고개를 돌리자, 수빈이 내 옆에 앉으며 작게 미소 지었다.


“피곤해 보여서. 매점에서 파는 마력 회복 포션보단 이게 더 나을 거야.”


그는 자연스럽게 캔 뚜껑을 따서 내 손에 쥐여주었다. 예상치 못한 친절에 잠시 당황했지만, 나는 말없이 커피를 받아들었다.


“감사해요.”


작은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연준이 형이나 범규가 짓궂게 굴어도 너무 신경 쓰지 마. 그냥 장난이 좀 많은 편이니까.”


수빈이 변명하듯 말했다. 나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달고 따뜻한 액체가 목을 타고 넘어갔다.


“알아요. 그냥 좀… 기운이 넘치는 것뿐이겠죠.”


내 대답에 수빈이 작게 웃었다.


“기운이 마냥 넘치는 수준은 아니지. 그냥 재앙 같기도 해.”


그의 솔직한 평가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터졌다. 이 사람,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일지도.


그때였다. “와! 떨어진다!” 한여주의 외침에 모두의 시선이 하늘로 향했다. 그녀의 손가락 끝을 따라, 길고 하얀 꼬리를 그리며 별똥별 하나가 밤하늘을 가로질렀다. 그것을 시작으로,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수많은 유성우가 비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탄성과 환호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나는 넋을 잃고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하지만 그 감동은 오래가지 않았다. 유성우가 절정에 달했을 무렵, 별관 건물 전체가 미세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디선가, 아주 희미하게, 여자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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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 흐윽……”



소리는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순식간에 옥상의 공기가 차갑게 식었다. 범규가 질색하며 같이 쫄은 연준의 등 뒤로 숨었고, 휴닝카이는 의외로 무덤덤하게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역시, 괴담은 그냥 괴담이 아니었던 것이다. 내 편입 첫날은, 기어코 오컬트 현장체험으로 마무리될 모양이었다.



“뭐… 뭐야, 이 소리?”


수빈은 거의 울먹이며 말했다. 그의 산만한 덩치가 무색하게, 그는 이미 내 등 뒤로 반쯤 숨어 덜덜 떨고 있었다. 여자의 울음소리는 점점 더 선명해졌다. 옥상 문 쪽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쇠로 된 문이 끼익, 하고 소름 끼치는 소리를 내며 저절로 열렸다. 문틈으로 보이는 복도는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겨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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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둠 속에서 하얀 소복을 입은 형체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길고 검은 머리카락이 얼굴을 가리고 있어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 원한 서린 울음소리만으로도 충분히 공포스러웠다.



“진짜 나왔네, 동쪽 별관 귀신.”


태현이 무심하게 중얼거렸다. 그는 조금 놀란 것 같았지만, 다른 애들처럼 겁에 질리지는 않았다. 오히려 흥미롭다는 듯 귀신을 관찰하고 있었다. 옆에 있던 여주는 한심하다는 듯 태현의 뒤통수를 가볍게 때렸다.


“관찰은 나중에 하고, 일단 뭐라도 해봐. 저주 해제 전문 아니었어, 너?”


 그의 말에 태현이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앞으로 나섰다.



“일단 말로 해보죠. 저기요, 저희는 그냥 유성우 보러 온 학생들이거든요. 혹시 방해가 됐다면 죄송한데, 조용히 구경만 하다 갈 테니 좀 봐주시면 안 될까요?”


태현의 지극히 상식적이고 예의 바른 교섭 시도에 귀신의 울음소리가 순간 뚝 그쳤다. 모두가 숨을 죽이고 귀신의 반응을 기다렸다. 귀신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머리카락 사이로 드러난 눈은 텅 비어 있었고, 검은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녀는 우리를 잠시 훑어보더니, 이내 더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아니, 그냥 우는 게 아니었다. 거의 오열에 가까운 통곡이었다.


“으아아앙! 니들은 좋겠다! 친구들이랑 별도 보러 오고! 나는! 나는 여기서 억울하게 죽어서 수백 년째 혼자란 말이야! 으헝헝!”


귀신의 절규에 우리는 모두 할 말을 잃었다. 저게 아닌데. 보통 괴담 속 귀신은 위협적으로 나오지 않나? 저렇게 자기 신세를 한탄하며 울부짖는 게 아니라? 범규가 연준의 등 뒤에서 빼꼼 고개를 내밀며 속삭였다.


 “쟤… 그냥 외로운 거 아니야?”


그의 말에 모두가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상황이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때, 침묵을 깨고 나선 것은 한여주였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귀신에게 다가가며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기… 많이 외로우셨구나. 저희가 너무 눈치 없이 굴었네요. 죄송해요.”


그녀의 위로에 귀신의 울음소리가 조금 잦아들었다. 귀신은 훌쩍이며 한여주를 바라보았다.


“니가… 뭘 알아… 흑… 커플들만 바글바글한 이 학교에서… 솔로 귀신의 서러움을….”



나는 이 비현실적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편입 첫날, 나는 고대 결계를 박살 내고, 학교의 유명인사들과 엮였으며, 이제는 솔로의 서러움을 토로하는 귀신을 단체로 위로하고 있었다. 내 인생은 대체 어디로 흘러가는 걸까. 박 선생이 나를 ‘특이 체질’이라고 했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어쩌면 그는 내 마력이 아니라, 이런 사건들을 몰고 다니는 내 팔자를 꿰뚫어 본 것일지도 모른다.

결국 우리는 옥상 바닥에 둥글게 둘러앉았다. 중심에는 당연히 하얀 소복의 귀신, 자칭 ‘동쪽 별관의 외로운 영혼, 김씨 부인’이 자리했다. 그녀는 수백 년 묵은 귀신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방금 전까지의 오열은 어디 가고 이제는 훌쩍거리며 자신의 기구한 사연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그녀는 조선 시대에 이 터에 살던 양반집 규수였는데, 혼인을 약조한 도령이 과거 시험을 보러 한양으로 떠난 뒤 돌아오지 않아 평생을 기다리다 죽었다고 했다.


“그 도령이란 작자가 글쎄, 한양 가서 새파랗게 어린 기생한테 홀라당 빠져서는 나를 까맣게 잊었다지 뭐야! 내가 그걸 저승사자한테 전해 듣고 얼마나 기가 막혔는지 알아?”


김씨 부인이 분하다는 듯 주먹으로 바닥을 내리쳤다. 그녀의 격한 감정 표현에 휴닝카이가 딸꾹질을 시작했고, 범규는


“아, 남자 잘못 만나서 인생 조지셨네.”


라며 혀를 쯧쯧 찼다. 나는 멍하니 이 기묘한 수다판을 지켜보았다. 귀신과 학생들이 둥글게 모여 앉아 연애 상담이라니. 청운마도학원은 정말이지 상식을 파괴하는 곳이었다.


한여주는 진심으로 그녀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맞장구를 쳤다.


“어머, 세상에! 그런 나쁜 놈이 다 있네요. 부인께서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하셨을지….”


그녀의 따뜻한 위로에 김씨 부인의 기분이 좀 풀렸는지, 그녀는 이제 자신의 연애사를 넘어 이 학교에서 목격한 온갖 커플들의 행태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작년 축제 때 말이야, 저기 벤치에서 키스하던 것들! 내가 다 보고 있었어! 아주 그냥 쪽쪽거리는데 꼴 보기 싫어서 확 밀어버릴 뻔했다니까!”


그녀의 험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기숙사 뒤편에서 몰래 손잡고 들어가는 놈들’, ‘도서관 구석에서 눈빛 교환하는 녀석들’ 등, 그녀의 레이더망은 생각보다 훨씬 촘촘했다. 이야기를 듣던 연준이 찔리는 게 있는지 헛기침을 했고, 태현은


“사생활 침해인데요.”


라고 작게 중얼거렸다. 수빈은 이 상황이 어이가 없는지 고개를 저으며 웃고 있었다.


어느새 분위기는 귀신 퇴치 현장이 아니라, 동네 아주머니들의 반상회처럼 변해 있었다. 나는 옆에 있던 수빈에게 받은 캔커피를 홀짝이며 생각했다. 이 학교 학생들은 귀신보다 더 귀신같은 존재들일지도 모른다. 수백 년 묵은 원혼을 앉혀놓고 하소연을 들어주다니. 심지어 지금 범규는 김씨 부인에게 매점에서 파는 신상 마법 젤리를 권하고 있었다.


“부인, 이거 한번 드셔보세요. 스트레스받을 땐 단 게 최고예요.”



김씨 부인은 처음엔 경계하더니, 이내 못 이기는 척 젤리 하나를 받아들었다. 반투명한 그녀의 손이 젤리를 통과하는 기이한 광경이 펼쳐졌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우리의 기상천외한 위로 방식이 통한 것인지, 김씨 부인의 울음소리는 완전히 멎어 있었다. 그녀는 어느새 우리 무리에 완전히 동화되어, 유성우가 쏟아지는 밤하늘 아래서 시시콜콜한 수다를 떨고 있었다. 편입 첫날부터 겪기엔 너무나도 강렬한 경험이었다.

김씨 부인과의 수다판은 유성우가 거의 끝나갈 무렵에야 겨우 마무리되었다. 그녀는 수백 년 묵은 외로움을 하룻밤 만에 다 털어낸 듯, 처음의 원한 서린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후련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심지어 헤어질 때는 아쉽다며 우리에게 손까지 흔들어주었다.


“다음에도 심심하면 또 놀러 오렴. 그땐 내가 갓김치라도 담가 놓을게.”


귀신이 갓김치를 담근다는 말에 어이가 없었지만, 아무도 토를 달지 않았다. 우리는 그저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화답했다. 귀신 퇴치를 이런 식으로 해결하다니. 이 학교의 비상식적인 일 처리 방식에 나는 벌써부터 익숙해지고 있었다.

동쪽 별관을 빠져나오자 동쪽 하늘이 희미하게 밝아오고 있었다. 밤을 꼬박 새운 셈이다. 피곤함이 파도처럼 몰려왔지만, 옆에서 걷는 놈들은 여전히 쌩쌩했다.


“이야, 오늘 밤 완전 꿀잼이었지? 결계 파괴부터 귀신 상담까지, 아주 스펙터클했어.”


범규가 신나서 떠들었고, 연준은


“다음엔 이 멤버 그대로 던전 탐험이라도 한번 가야겠다”


며 맞장구를 쳤다. 나는 속으로 절규했다. 제발, 나만 빼고 가주면 안 되겠니.


기숙사 갈림길에 다다르자, 한여주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내게 말했다.


“인공아, 정말 피곤했겠다. 방은 제대로 찾아갈 수 있겠어?”


나는 있는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더 이상 이들과 엮였다간 정말로 과로사할 것 같았다.


“네, 괜찮아요. 오늘… 다들 감사했습니다.”


진심인지 비꼬는 건지 나조차 헷갈리는 인사를 건네자, 그들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작별 인사를 했다. “잘 자, 결계 파괴자!” “내일 봐, 인공아!” “푹 쉬어.” 그들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나는 도망치듯 내게 배정된 1학년 기숙사 건물로 향했다.



***



혼자가 되자 꾹꾹 눌러왔던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왔다. 발걸음이 천근만근이었다. 낡은 복도를 걷는 내내 머릿속이 윙윙 울렸다. 고대 결계, 폭탄 머리 담임, 정신 사나운 여섯 명의 인싸들, 그리고 외로움 타는 수다쟁이 귀신까지. 오늘 하루 동안 겪은 일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사건들이었다. 나는 앞으로 이 미친놈들 소굴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어쩌면 지금이라도 짐을 싸서 집으로 돌아가는 게 현명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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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는 204호 방문 앞에 섰다. 내 이름 석 자가 적힌 낡은 문패가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보였다. 열쇠를 꽂고 문을 열자, 삐걱이는 소리와 함께 먼지 냄새와 오래된 나무 냄새가 섞인 공기가 나를 맞았다. 방은 생각보다 더 좁고 낡았다. 덩그러니 놓인 침대 하나와 책상, 삐걱거릴 게 분명한 옷장이 전부였다. 창문으로는 이제 막 떠오르기 시작한 아침 해의 빛줄기가 비스듬히 들어오고 있었다.

나는 가방을 바닥에 내던지듯 내려놓고, 그대로 침대 위로 쓰러졌다. 눅눅한 이불의 감촉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눈을 감자 오늘 하루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시끄럽고, 정신없고, 지독하게 피곤한 하루. 하지만 이상하게도, 아주 조금, 아주 조금은 재미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옅은 한숨과 함께 중얼거렸다.


“아, 망했다. 제대로 엮여버렸네.”


편입 첫날, 나의 파란만장한 청운마도학원 생활은 그렇게 막을 올렸다.